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진표 의원을 만났다. 최준필 기자 choijp@ilyo.co.kr
―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다.
“경기도가 어려운 상황이다. 6개 광역경제권 가운데 늘 1~2등을 다투던 경기도가 지난 10년간 꼴찌 수준으로 전락했다. 2006년 경기도는 일자리가 16만 개 늘었지만, 2012년 절반, 작년에는 6만 개까지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여론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 지난 지방선거 때 야권단일화로 인해 나서지 못했던 기억도 남아있다.
“저 입장에서는 마음의 빚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 준비된 도지사로서 선택받을 수 있도록 출마 선언 때 다른 후보와 달리 경제·재정·복지에 걸쳐 구체적인 정책 공약까지 발표했다.”
― 김문수 지사 8년 도정을 어떻게 평가하겠나.
“김문수 지사는 정무적으로 유능한 분이다. 도민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고 소탈하고 부지런한 이미지가 장점이다. 반면 경제 부문에서는 실망이다. 도정 8년을 했지만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딱 떠오르는 게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기도 경쟁력 저하, 최근 발생한 1조 5000억 원의 재정 결손액만 떠오른다. 워낙 큰 이슈라 김 지사가 직접 출마했다면 선거전을 펼치기 쉬웠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 당내 경선에 임하는 각오는.
“지금 우리당 지지율이 안철수 의원 측 지지율과 합쳐야 새누리당과 거의 비슷해지는 수준이다. 다행히 후보경쟁력으로는 어느 후보도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경선 후보끼리 티격태격하면 공멸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 누가 이기든 승복하고 야권 득표력을 넓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준필 기자 choijp@ilyo.co.kr
― 민주당 낮은 지지율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2012년 총선과 대선 패배에 인한 국민들의 실망이 분노로 바뀌었고 또 안철수 신당 지지율에 대한 기대로 변했다. 그렇지만 막연한 기대감이다. 우리나라 정치 풍토상 제3정당이 성공한 적이 없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크고 정치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사람 수가 적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거 몰려 결국 실패한다. 과거 유시민의 비극, 문국현의 비극이 그런 것이었다.”
― 안철수 의원이 3월까지 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3자 대결도 불사하겠나.
“안 의원 쪽이 민주당과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니 그렇게 가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어느 쪽이 당선 가능한 후보를 확보하고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경기도에 갑자기 의외의 인물을 공천한다면 유권자들이 공감하겠나. 우리나라는 선거가 본격화되면 1․2위가 5%P 이내로 좁혀지는 대신 3위 후보는 5% 이내밖에 얻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때 유권자들에 의한 단일화가 이뤄지기도 한다.”
― 야당이 더 야당답게 선명하게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지난 1년간 김한길 지도부가 바깥에서 텐트 치고 그 고생을 하고 수모를 겪으며 투쟁했지만 지지율이 올라갔나. 그대로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으로 안 될 것 같으니 이름도 바꾸고 색깔도 바꾸고 그동안 야당이 주장했던 걸 전부 끌어다 자기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선거에 나섰다. 그 결과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후보를 찍으면서도 정권교체한 것으로 오판하게 만들었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했나. 야권단일화를 위해 끊임없이 좌클릭 했다. 그 때문에 지금 민주당이나 과거 민노당이나 그게 그거다. 오히려 민주당이 더 새빨갛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다.”
― 너무 ‘우클릭’ 하면 진보진영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
“ALL OR NOTHING.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정치는 과거 민노당이 지금 통합진보당이 하는 정치다. 그들은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 아니다. 지지기반인 민주노총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면 그 자체로 존립 근거가 되는 당이다. 절대로 수권할 수 없으니 그런 정치가 가능한 것이다. 민주당은 수권을 목표로 하는 당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뭐라고 했나. 정치인은 국민들 이야기를 경청하되 딱 반 발짝만 앞서 나가라고 했다. 또 서생적 선비 정신만 갖고는 안 된다. 동시에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 개혁을 위해 살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반대파와 합의하고 그 이후에 다시 투쟁을 이어갔다. 그 때문에 일부는 김 대통령을 배신자라고 욕하기도 하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정치가 옳은 정치다.”
김진표 의원은 “정치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이라며 ‘민주당 X맨’이라는 낙인에 대해서 상당히 억울해 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ilyo.co.kr
― 이 이야기를 꼭 물어야겠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 ‘X맨’으로 낙인 찍힌 바 있다.
“총선 때 나 공천주지 말라고, SNS에서 김진표 공천하지 마라니까 당에서 제일 나중에 발표했다. 내가 원내대표 시절 주장했던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종북적 대북관을 버려라. 연평도 포격을 받고도 북한을 비난하지 않는 정당이 무슨 정당이냐. 둘째, 재벌 해체하라는 말 좀 하지 말자. 재벌이 잘못했으면 법과 제도를 고쳐 상대해야지, 해체하라는 게 말이냐. 셋째 FTA 문제 분명하게 선 긋자. 모든 FTA는 신자유주의 산물이기에 무조건 폐기해야 한다는 게 당시 진보정당들의 주장이었다. FTA는 전 세계 무역 질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질서다. 우리가 먼저 능동적으로 참여해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 나가야 했다. 한-미 FTA는 참여정부 때 괜찮게 만들어 놓은 것을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환심 사려고 대폭 양보하니 재개정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을 하니 수많은 네티즌들, 특히 민노당계 당원들, 이런 분들이 선거기간 내내 제 지역구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고 제가 다니는 교회까지 와서 시위하고 그랬다. 그런데 결과가 어땠나. 경기도 전체에서 득표율 1등이었다. 그런데도 나를 X맨이라 한다면, 뭐 받아들여야지 어떡해.”
― 당시 많이 억울했나 보다.
“나는 관료 시절 누구보다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대 우리 정부에서 한 개혁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게 뭔가, 금융실명제다. 전두환 정권 시절 내가 김재익 수석과 함께 실무자로 참여해 만든 1차 금융실명제,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 완전히 실시될 때 나는 책임자였다. 부동산실명제 전환, 상속·증여세 과세 강화, 연금세재 개혁도 내가 건드린 것들이다. 당시 관료들은 내가 너무 나간다고 말했다.”
― 관료 시절과 정치인 시절 평가가 많이 다른 것 같다.
“당에 들어와 보니 운동권 출신 젊은 의원들과 생각이 달랐다. 젊고 기개 있게 정치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특히 여당은 개혁에 따른 책임이 있으니 부작용을 막아가며 해야 한다. 참여정부 때 사학법 개혁만 봐도, 교과부에 있는 전문가들 의견은 듣지 않고 전교조를 주축으로 법을 만들어 통과시킨 이후 어떻게 됐나. 한나라당이 1년 가까이 바깥에서 투쟁하게 만들고 결국 박근혜 대표에게 좋은 기회를 줬다.”
― 그 이후 확실히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하여간 그때 국회가 마비되면서 노무현 정부가 얼마나 힘들었나. 당시 내가 이런 식은 안 된다. 우리나라 교육이 정치인 몇 사람 손에 좌지우지할 정도로 간단치 않다. 불교·기독교·카톨릭 할 것 없이 다들 학교를 갖고 있는데 그 거대한 세력을 공동적으로 만들면 어떻게 되느냐. 위헌 판결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 당시 부총리를 끝내고 국회로 돌아오니 당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으라고 해서 그럼 나에게 사학법 개정 권한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김형오 원내대표와 협상해 재개정했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표가 국회로 들어오지 않았나. 정치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는 군사독재에 맞섰던 관성 탓인지 대화하고 타협하면 사쿠라, 중도를 표방하면 배신자라고 한다. 이런 시선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결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