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 쌍두마차 최경주(오른쪽)와 양용은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4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에 나란히 출전한 모습. 로이터/뉴시스
최경주파(派)로 구분되는 배상문과 김대현은 2009년 겨울 최경주의 초청으로 미국 텍사스에서 함께 훈련을 하면서 인연이 됐다. 그리고 홍순상은 같은 후원사(SK텔레콤), 이동환은 같은 매니지먼트사(IMG)란 연결고리가 있다. 아시안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승만은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사실을 안 최경주가 오래전부터 지속적인 도움을 줘 인연이 됐다. 지난해 바이런 넬슨 클래식에서 미국 진출 첫 우승을 차지한 배상문은 올해는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후배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양용은은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우승자란 프리미엄 덕에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김경태는 양용은이 직접 차린 매니지먼트사인 Y.E 스포츠에 몸담기도 했다. 노승열은 미국무대로 진출 후 양용은과 자주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김도훈은 현재 양용은의 매니지먼트사 소속 선수다. 박성준은 미국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이 열리던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골프장 인근에 위치한 양용은의 집에 머문 인연으로 친분을 쌓았다.
최경주와 양용은의 이름이 일본선수들 사이에서도 거론되는 이유는 두 선수 모두 일본프로골프투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2년 선배인 최경주는 1999년 기린오픈과 우베 고산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2002년 한국인으론 사상 최초로 콤팩클래식에서 미국PGA투어 첫 우승을 거뒀고 같은 해 템파베이클래식에서도 우승했다. 최경주는 이후 크라이슬러 클래식(2005년, 2006년)과 메모리얼 토너먼트, AT&T 내셔널(2007년), 소니오픈(2008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2011년)에서 우승했다.
1996년 프로무대에 데뷔한 양용은은 개척자 격인 선배 최경주의 뒤를 따랐다. 일본을 거쳐 미국PGA투어로 진출한 것. 양용은은 2004년 일본프로골프투어 선 크로렐라 클래식과 아사히-료쿠켄 요미우리 메모리얼 대회에서 우승했으며 이후 코카콜라 도카이클래식(2005년)과 선토리오픈(2006년)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2006년 골프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HSBC 챔피언스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물리치고 우승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2009년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선 우즈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두며 아시안 최초의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최경주와 양용은을 따르는 후배들이 파벌로 구분되는 이유는 두 선수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골프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거엔 최경주와 양용은의 사이가 좋았다. 최경주의 권유로 양용은이 텍사스주로 이사까지 했을 정도다. 그러나 2009년을 기점으로 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양용은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면서 두 선수간 위상에 변화가 생겼고 이로 인해 조금씩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늘의 태양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했던가. 사소한 다툼으로 감정의 앙금이 생겼고 시간이 흐르면서 골이 깊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 선수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미국PGA투어에서 뛰고 있거나 미국PGA투어로 진출하려는 후배들은 눈치를 봐야 하는 곤란한 입장에 놓였다. 이런 상황은 특히 연습라운드를 할 때나 식사를 해야 할 때 두드러진다. 최경주와 양용은 모두 후배들과 연습라운드를 하려 하는데 양쪽에서 모두 원할 경우 후배 입장에선 눈치를 봐야 한다. 그리고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 중 어느 한쪽과 먼저 식사 약속을 했는데 다른 쪽에서 식사를 하자고 할 경우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존 허나 케빈 나 같은 재미교포 선수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지난해부터 경기력 면에서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들이 계획하는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둘 사이의 화해가 필요하다. 내년 10월엔 마침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2015 프레지던츠컵’이 열린다. 미국과 인터내셔널팀 간 대항전인 이 대회는 한국 땅에 골프가 상륙한 이래 벌어지는 가장 큰 골프 이벤트다. 최경주와 양용은 두 선수가 힘을 모아 내년 프레지던츠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선언을 한다면 후배들은 물론 골프계 전체가 박수를 보낼 것이다. 도전과 열정으로 점철된 그들의 골프인생에 걸맞은 대인배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강래 골프포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