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이인용 사장은 28일 브리핑에서 “대학 총장추천제, 서류심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선안을 전면 유보하기로 했다”며 “학벌·지역·성별을 불문하고 전문성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는 열린 채용 정신을 유지하면서 채용제도 개선안을 계속 연구·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총장추천제만이 아니라 새로 도입하려는 제도를 모두 유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사장은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대학총장 추천제로 인해 각 대학과 취업 준비생들에게 혼란을 줘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작년 방식대로 진행한다.
애초 삼성은 총장 추천제를 '삼성 고시 프레임'을 깨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하고자 했다. 해마다 20여만명이 응시하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고시화'하면서 취업 사교육을 양산한다는 비판에 대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총장 추천이 곧 삼성 입사'라는 등식으로 인식되면서 대학과 정치권에서 '삼성이 대학들을 서열화하려 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다음달 5일 총회에 삼성의 대학총장 추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올려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
대교협은 삼성의 총장 추천제를 다른 대기업도 잇따라 도입할 경우 파장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추천 인원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호남지역에서는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삼성의 총장 추천제가 배려와 균형, 특히 사회 약자에 대한 공생정신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삼성이 대학별 추천 인원을 할당한 것은 삼성이 대학 위에 있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SSAT 내용 개편은 채용제도와 직접 연관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은 SSAT를 통해 지원자의 종합적·논리적 사고력을 비중 있게 평가하고자 기존 4개 평가영역에 공간지각능력을 추가하고 역사 등 인문학적 지식에 관한 문항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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