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의 나비부인> 저자 정귀선 씨가 조용기 목사와의 불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150억대 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용기 목사가 2월 20일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구윤성 기자
정 씨가 주장한 핵심 내용은 4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조 목사와의 첫 만남이다. 정 씨는 “93년 5월 조 목사가 파리를 방문했을 때 파리순복음교회 성도였던 강귀희 씨가 초청해 강 씨와 조 목사, 차일석 장로 등 넷이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이후 조찬기도회 등에서 2~3차례 더 만났다. 이후 조 목사와 둘이 만난 적은 없고 늘 강 씨와 장로들이 함께했다”고 전했다. 이를 <빠리의 나비부인>과 비교해보면 ‘93년 5월’이라는 시점과 강귀희 씨의 초청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차일석 장로의 동석과 조찬 기도회 등에서 2~3차례 더 만났다는 사실은 일치하지 않는다. <빠리의 나비부인>에 따르면 “93년 5월 5일 저녁 7시에 목사님과 강 씨와 함께 유명 레스토랑에서 만났다”는 내용(조 목사와 만날 때는 항상 장로들과 동석했다는 주장과는 맞지 않는다)과 “목사님과 단 둘이 수차례 만났다”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정 씨는 <빠리의 나비부인>에서 등장한 목사님과의 로맨스는 단지 ‘소설’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어느 교회 누구인지는 특정하지 않았고 이것 말고도 상상으로 지어낸 내용들이 더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장로기도모임 관계자는 “정 씨의 거짓말이야말로 소설이다. 내가 정 씨와 직접 만나서 조 목사와의 불륜 이야기를 들은 게 너무나 생생하다”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과 내밀한 관계까지도 ‘합의 과정’에서 세세하게 전해 들었다는 것이 합의 실무를 진행한 당시 장로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정 씨는 합의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정황 증거를 상당 부분 부인하고 있다. 장로기도모임 측이 기자회견 당시 불륜 증거로 제시한 호텔 영수증, 옷가방, 시계 등을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부인한 것이다. 장로기도모임 측에 따르면 2004년 당시 순복음교회 장로들은 ‘협상단’을 구성해 정 씨를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을 회수하고 정 씨가 불륜 사실을 입막음하는 한편, 정 씨가 소유하고 있는 조 목사와의 불륜 증거들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당시 협상 실무를 진행했던 이종근 장로는 “정 씨를 만나 두 사람의 사진, 호텔 영수증을 받았고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다. 정 씨는 조 목사가 ‘남편의 체취로 알고 보관하라’며 남기고 간 잠옷과 속옷 등 증거물만도 수십여 점 갖고 있었다. 하다못해 조 목사가 물 한 잔 마신 컵도 애지중지했다고 했다”라고 반박했다.
정 씨가 주장한 ‘15억 원’의 출처도 거짓 의혹이 일고 있다. 정 씨는 “이종근 장로가 10억 원, 박해숙 장로가 5억 원을 가져와 사업하는 자신들이 만든 돈이라며 세 차례 모두 15억 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협상 실무를 함께 진행했던 하상옥 장로의 주장은 다르다. 하상옥 장로는 “정귀선 씨가 장로들과 인연도 없는데 무턱대고 사업하는 돈을 왜 주겠느냐. 15억 원은 모두 조 목사에게서 나온 돈이다. 확실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순복음교회 윤리분과위원회가 작성한 ‘<빠리의 나비부인> 진상조사서’에 따르면 당시 15억 원이 전달된 경로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진상조사서는 당시 협상단에 속했던 장로들이 증언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정 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진상조사서에 따르면 15억 원은 2004년 2월과 3월에 나눠서 전달됐으며 조 목사가 수표를 최측근 장로에게 주고, 최측근 장로가 본인의 통장에 일단 입금했다가 출금해서 정 씨 측에게 전달해 준 것으로 밝혀져 있다. 최측근 장로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정 씨 측에서 입막음용으로 ‘25억 원’을 요구했다. 그런데 액수가 너무 큰 것 같아 조정한 끝에 ‘15억 원’으로 결정이 났다. 조 목사에게 이 사실을 전하니 ‘그냥 조용히 해결했으면 한다’라고 담담하게 얘기하더라”고 당시의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정 씨의 엇갈리는 증언도 논란거리다. 장로기도모임 측은 지난 18일 정 씨가 지난 2003년 11월 중순에 모 언론사 기자와 약 28분 동안 통화한 음성파일의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정 씨는 “조 목사의 이름을 왜 책에 명시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름을 밝히고 나면 그 다음에는 골치 아프지 않느냐”며 “제가 보기에 그 이름을 안 밝혀도 뻔히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을 했다”고 전하며 조 목사와의 불륜 사실을 시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녹취록에는 “증거는 책에 나온 대로 다 갖고 있다. 호텔 다닐 때 받은 영수증도 갖고 있다”며 자신의 현재 주장과 전혀 상반되는 내용을 얘기하는 한편, “조용기 목사님, 물론 내가 그동안 많이 사랑했던 분인데 자기 차림만 차리고 모르겠다고 딱 닫아버리는데, 무엇 때문에 그 사람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살겠나”며 조 목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장로기도모임 측은 향후 정 씨의 음성 파일을 추가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 씨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머물고 있지만 행적은 전혀 오리무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용기 목사 측과 정 씨 측의 ‘은밀한 접촉’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로기도모임 측 관계자는 “난데없이 나타나서 거짓말을 한다는 자체가 뭔가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오로지 <국민일보> 특별취재팀과 인터뷰를 하고 사라져 버렸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정 씨는 지난 1월 불륜 의혹을 폭로한 장로기도모임 측 6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장로기도모임 측은 지난 18일 정 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해 뜨거운 진실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장로기도모임 하상옥 장로는 “모든 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당연히 진실이 밝혀질 것을 확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