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몇년도였을거야. 박 대통령이 마산에 내려왔다면서 나를 한 번 청하는 것이었어. 그때 마산 용마산 밑의 산호별장이 있었거든. 대통령이 ‘진주에 오면 김수악 선생을 반드시 봐야 한다면서요’하더라고. 당시 40대에 불과했던 내게 대통령은 항상 공손하게 대해줬어. 내가 전통무를 한 번 선보이고 30분도 안됐는데, 대통령이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아랫사람한테 귓속말로 뭐라고 하더라고. 좀 있다가 그 아랫사람이 나한테 와서 정중하게 ‘선생님 각하가 한 번만 더 보고싶어 하시는데, 괜찮겠습니까’ 그러는 거야.”
그가 진주검무로 인간문화재가 된 것도 1969년이었다. 그는 이승만 윤보선 대통령 앞에서도 자신의 전통무를 선보였다고 했다.
박정희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하고 나서 인간문화재에 대한 인사 차원에서 자그마한 선물을 하는 것으로 성의 표시를 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당시 분홍 내복을 선물로 보내 왔어. 노태우 대통령도 뭔가를 보내셨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아마 비슷한 거였을거야. 김영삼 대통령은 내 생일 때마다 잊지 않고 축하 전보를 보내 오셨어. 고맙더라고.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후 직접 우리 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었는데 그때 난 몸도 불편하고 너무 먼길이고 해서 결국 못 갔어. 그랬더니 집으로 50만원이 든 금일봉과 손목시계를 보내 오셨어. 그런데 그 손목시계가 어쩌면 그렇게 내 팔목에 맞춘 것처럼 딱 맞던지.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더라고.
지금 대통령 분은 아마 바빠서 지금 정신이 없을끼다. 아직은 (연락이) 없더만. 너무 소탈하게 잘할라고만 하니까…. 그렇지만 대통령은 역시 하늘이 내는 분이지.”
김 선생 정도의 명인이면 대통령상 하나쯤은 당연히 받았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다. 경남도지사상도 지난 95년에 가서야 주변 국악인들의 뒤늦은 지적으로 받았다. 당시 경남도청에서조차 “아직 김 선생이 도지사상도 한 번 못 받았단 말이냐”고 놀라워했다고 한다.
김 선생의 제자인 국악인 손심심씨는 “선생님보다 다소 명성이 덜한 분들도 다 대통령상을 받았는데, 우리 선생님 역시 워낙 그런 면에 신경을 안 쓰시지만 행정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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