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 핵심이 양길승에서 이원호로 옮겨지면서 그와 검찰과의 유착관계가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내 유흥업소 사업으로 부를 키운 재력가인 이씨의 주변에는 실제 상당수의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 사건으로 현재 청주지검은 쑥대밭이 되었다. 중앙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무정부상태’가 된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원호씨가 있다. 이번 사건으로 첨예한 대립의 각을 이루고 있는 청주지검의 김아무개 검사와 강아무개 부장검사의 가운데에도 이씨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 검사의 폭로대로 이원호씨의 검찰 내 비호세력으로 정말 강 부장검사가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청주지검의 수사 내용대로 몰카 촬영과 김 검사가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다.
이 의혹을 푸는 열쇠는 역시 이씨에게 있다. 이씨의 검찰 내 비호세력이 과연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인물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이씨는 장사꾼 출신이다. 청주지역에서 20대 시절부터 형과 함께 도축업 및 정육업을 했고, 해병대 출신인 그는 군납품 사업으로 재산을 축적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씨는 80년대 들어 사채업과 건설업에 뛰어들며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고, 이후 호텔 등을 인수, 나이트클럽 증기탕 오락실 등 유흥업으로 재력가 및 지역유지 행세를 했다.
유흥업에 종사하다 보니 그는 지역의 조직폭력배들과 수사기관의 그늘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씨가 정권 실세나 검찰 관계자와의 유착관계를 의심받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었다.
이씨를 계속 수사해왔던 김 검사는 윗선에서 이씨에 대한 수사에 은근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인사로 지목된 이가 바로 강 부장검사다. 하지만 강 부장검사는 “이씨와는 단 한 번 만난 적도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 수원 등에서 근무해오다 지난해 청주지검에 부임해온 강 검사는 실제 현지 여론에서도 이씨와의 친분관계가 딱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양 검사간의 공방이 오가면서 청주지검 주변에서는 이씨와 평소 친분설이 있거나 또 관련된 법조인들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우선 첫 번째 인물이 A변호사다. 이씨는 얼마 전 충북경찰청이 세금포탈 및 윤락행위로 수사를 시작하자 검사장급 출신인 A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씨는 평소에 A변호사와의 친분 관계를 주변에 은근히 과시해 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실제 A변호사를 ‘○○형’으로 호칭하기도 했다는 것. 청주지역의 한 인사는 “이씨와 A변호사가 군생활을 함께 한 인연으로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해병대 출신으로 전해지고 있고, 실제 A변호사도 서른이 넘은 나이에 해군법무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씨가 평소 청주지검의 검사 및 직원들에게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지난 95년에는 청주지검 간부였던 J검사와의 밀착설이 대검에 익명투서되면서 감찰을 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1년에는 청주지검 아무개 계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시내 한 단란주점에서 이씨 등과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씨는 자신을 구속했던 검사와도 이를 연결고리로 이후 친분을 맺는 수완을 과시했다. 지난 98년 청주지검 근무시 오락실 운영과 관련해 이씨를 구속했던 Y검사(현재 재경지청 근무)가 올해 1월과 5월 두 차례나 검찰 직원들과 함께 이씨의 나이트클럽에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역시 검사장급 출신인 B변호사와 이씨와의 친분설도 지역 내에 회자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A변호사와 달리 현재 B변호사가 이씨를 위해 활동을 한 흔적은 포착되지 않고 있으나, 이씨가 자신의 검찰 인맥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항상 이 두 사람을 함께 언급했다는 것이 현지 인사의 증언이다.
특히 이들 두 사람이 주목받는 것은 모두 검사장급의 고위 간부 출신인데다, 그들이 처했던 검찰 내 특수성 때문이다. A변호사의 경우 강 부장검사와 더불어 법조인이 드문 특정 지역의 동향 선후배 관계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B변호사는 청주지검장을 지냈낸 경력 때문이다.
이처럼 평소 검찰 인맥을 과시하던 이씨에 대해 수사 담당자인 김 검사의 반감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수사 도중 윗선의 압력설을 언론에 슬쩍 흘린 것도 이 때문. 아무튼 김 검사의 폭로로 현재 가장 궁지에 몰린 이는 강 부장검사다.
특히 지난해 지역 신문인 <충청리뷰>가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하자, 언론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는 등 ‘강압수사’를 벌인 장본인으로 강 부장검사가 지목되면서 그는 지역 내 여론에서도 상당한 비판을 받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 이번 사건을 최초 보도한 곳 역시 <충청리뷰>여서 양측의 악연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현지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로 수사팀에서 강 부장검사는 배제됐다.
그러나 검찰 내부 정보에 밝은 한 인사는 “김 검사의 일방적인 주장에만 너무 끌려가는 느낌이 있다”며 “역으로 강 부장검사가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강 부장검사가 몰카 제작 과정에 대한 수사를 상당 부분 진행해나가면서 ‘김 검사 관련설’이 흘러 나왔다는 것. 이에 반발한 김 검사가 먼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리에서 윗선의 수사 압력 내용이 흘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현지에서는 김 검사를 취재한 기자들 중에 그와 고교 동문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타지 출신인 강 부장검사에 비해 현지 출신인 김 검사가 지역인맥이 더 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도 밝혔다.
결국 이번 사건은 김 검사와 강 부장검사간의 폭로와 의혹으로 점철되고 있다. 현지 여론은 “갖가지 음모와 폭로로 사건의 본질이 자꾸 왜곡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의 송재봉 사무처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지역 토호세력과 검찰 및 권력 주변 세력과의 유착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의 한 관계자는 “설사 김 검사가 수사상의 필요에 의해서 몰카 제작을 지시했거나, 혹은 사전에 몰카 제작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의 본질인 검찰 내 비호세력 의혹에 대한 초점을 흐트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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