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 일부 암환자들은 서둘러 기대감을 나타내는가 하면 양방의사들은 ‘임상실험을 통해서 정식 약으로 개발되는 경우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7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다시 세인 앞에 나타난 천지산. 과연 이번 임상실험을 통해서 기적의 항암제로 ‘승격’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번 가짜 약임이 확인돼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인가.
지난 96년 언론에 등장하면서 암환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천지산은 여러 가지 점에서 화제를 뿌렸다. 우선 개발자인 배일주씨가 중졸학력이라는 점. 정식 의료교육을 받지 않은 그가 약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한편에서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전혀 다른 방법으로 약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그가 검찰의 의해 구속됐을 당시 고위 공무원, 중소기업 사장 등 그의 약을 먹어본 많은 환자들이 ‘약이 효과가 있으니 배씨를 석방해달라’고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천지산은 ‘절박한 환자의 심리를 이용한 가짜 약’이라는 판결과 함께 끝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에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그 후 배씨는 세인들의 뇌리에서 점차 사라졌고 그나마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던 많은 암환자들과 그 가족들조차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지난 8월1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동물실험, 독성실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아 임상실험을 허가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천지산은 ‘테트라스 캡슐’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언론에 등장했다.
천지산에 대한 임상실험을 맡은 곳은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강윤구 교수팀. 실험방법은 향후 6개월 동안 다른 암치료 방법을 포기한 채 말기 고형암을 앓고 있는 환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만약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된다면 약 2년 후 정식 의약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간 배일주씨는 ‘권토중래’의 심정으로 천지산을 정식 의학 체계에 편입시키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그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약의 효능과 제조공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원자력 의학원,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등과 연계해 공동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임상실험 허가를 획득하기 위해 배씨는 한국과학기술원(KIST), 충북대 동물의학연구소, 정부인가 연구소인 바이오스텍 등에 동물실험과 성분분석을 의뢰했으며 그 결과 ‘암세포의 사멸촉진, 암세포 혈관생성 억제, 방사선 치료효과 증대’라는 의학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에서 사법처리까지 받은 천지산에 대해 임상실험을 허가해준 것도 바로 이 같은 정식 의료 및 연구기관의 공식적인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후문.
▲ 천지산 개발자 배일주씨의 지난 89년 모습. 그는 천지산을 정식 의학계에 편입시키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
우선 동물 실험에서 효능과 안정성이 입증됐다고 해도 그것이 곧바로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 서울 한빛내과 한상률 원장은 “임상실험은 통상 제1상, 제2상, 제3상 실험 등 세 차례를 거치게 되지만 이를 전부 통과하는 경우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그만큼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천지산이 비록 효과가 있다고 할지라도 현존하는 모든 암에 효과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이번 천지산 임상실험 결정 과정에서 심의를 담당했던 김동욱 교수 역시 “혈액암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다른 암에서의 효능과 효과는 임상실험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역시 천지산이 모든 암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 역시 “임상실험허가 자체가 천지산의 효능에 대한 인정은 절대 아니다”며 “다만 안정성이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며 이는 다시 말해 ‘동물에 한해 독성이 없다’는 의미다”고 말해 이번 실험 허가와 효능을 연관짓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현재로서는 천지산에 비교적 호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양방의사들도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제종양저널>에 ‘천지산이 암세포를 줄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는 원자력의학원 이창훈 박사 역시 “현재 임상실험중인 약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개발자인 배일주씨 역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실험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천지산의 임상실험에 대해서 양·한방을 불문하고 많은 의료계 관계자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록 예전에는 ‘가짜약’이라는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어쨌든 실험이 성공적이라면 많은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 하지만 현재로서는 제1차 임상실험이 끝나는 내년 2월경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