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동항운 카페리선 골드브릿지. 여유와 낭만이 가득한 카페리 여행은 수하물 제한이 없어 최근 자전거 여행객이나 등산객들이 많이 애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위동항운
―일반인들에게 한-중 카페리는 여전히 낯설다. 카페리라는 것이 일반 여객선이나 화물선과 다르게 내륙 운송수단을 탑재할 수 있는 배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
“그렇다. 카페리에는 컨테이너와 벌크 등 화물과 여객이 동반된다. 일반 화물선의 경우 일반 화물선처럼 컨테이너를 크레인으로 집어서 상하차하지만, 카페리의 경우 램프(육상과 선박을 잇는 카페리의 통로)를 통해 바로 상하차할 수 있다. 역시 일반인들의 관심사는 여객 분야일 것이다. 현재 위동항운은 인천-웨이하이(威海), 인천-칭다오(靑島) 항로를 각각 주3회 운행 중이다. 대략 한 척당 700명 정도를 수송하고 있다.”
최장현 사장은 ‘펀페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앞세워 또 다른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단 너무 저렴하다. 아마도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도를 여행하는 경우와 소요되는 예산이 비슷할 것이다. 항공은 빠르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선박은 오히려 느리다는 것이 장점이다(웃음).”
―무슨 말인가.
“선박 여행은 느리지만, 우리가 평시에는 느끼지 못한 바다의 풍경과 낭만을 맛볼 수 있다. 선박 여행 자체가 무척이나 특별하고 훌륭한 여행인 셈이다. 넓은 공간에서 상당히 자유롭게 많은 것들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단체 여행에 적합하다. 비행기의 경우 단체로 좌석을 예매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반면, 선박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방이 마련돼 있다. 또 수하물 제한이 없기 때문에 최근엔 자전거 여행객이나 등산객들도 많이 애용하고 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카페리 중에서도 위동항운의 배를 탄다는 것은 더 특별하다.”
―위동항운의 카페리는 무엇이 특별한가.
“일단 우리 카페리는 동양에서 가장 크다. 여러 부대시설과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다른 경쟁사들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새롭게 내세우는 것이 ‘펀페리(Fun Ferry)’다. 크루즈 여행 못지않게 우리 배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배에선 전문 엔터테이너들을 섭외해 마술쇼, 게임, 불꽃축제, 음악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바다에서의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없는 내륙 중국인들을 위해 일출일몰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선박 여행을 하는 동안 여러 즐길 거리를 마련해 고객의 지루함을 덜고자하고 있다.”
―현재 산둥(山東) 지역 항로를 운영 중이다.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코스가 있나.
“산둥반도는 신라시대 신라방을 비롯해 예전부터 우리와 교류가 많은 곳이다. 장보고 청해진 유적지는 지금도 남아있다.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고 태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우리가 최근 직접 개발한 타이항산(太行山) 협곡은 꼭 추천하고 싶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흡사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사장에 취임한 지 3년째다. 취임 이후 본인이 강조하고 있는 경영방침은.
“우리 회사가 기본적으로 좋은 회사다. 업계 내부에서도 선두이고 그만큼 직원들도 우수하다. 내가 오기 전에도 경영 방침이 훌륭했다는 뜻이다. 내가 와서 회사가 엄청나게 발전한 게 아니다. 다만 내가 와서 회사에 조금 더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내세운 경영방침이 있다. 바로 ‘펀(Fun)경영’과 ‘5S경영’이다”
―먼저 ‘펀(Fun)경영’에 대해 소개해 달라.
“말 그대로다. 회사의 구성원들이 일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거다. 직원들이 너무 성과에만 집착하다보면 직장생활 재미가 떨어진다. 그러면 애사심이나 동료의식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부터 ‘펀경영’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직장 분위기가 좋아지니 협동도, 소통도 잘된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잘 된다. 일거양득이다”
―5S경영이란 무엇인가.
“5S는 스마일(SMILE), 세이프티(SAFETY), 시스템(SYSTEM), 스마트(SMART), 스피드(SPEED)의 약자다. 스마일은 앞서 펀경영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세이프티, 즉 안전이다. 안전에 관한 한 어떤 양보도 없다. 이는 회사의 이익을 포함한 모든 경영방침보다도 가장 앞선다. 위동항운은 지난해 처음 적용된 중국 안전등급(중국 교통부가 주관하는 안전생산표준화 관리)에서 1등급을 받았다. 1등급은 중국 전체를 통틀어 네 곳뿐이다. 시스템은 회사 내 여러 일들을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유기적으로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스마트는 성과급제 요소 강화를 통해 앞서의 시스템 속에서 직원들 개개인이 창의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구축하는 것이다. 스피드는 지난 20년여 동안 우리가 해온 것으로, 다른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변화를 리드하자는 것이다.”
―위동해운이 아무리 선두업체라 해도 변화를 리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구체적인 예가 있다면.
“우리가 카페리 업체지만, 최근엔 내륙운송 루트까지 개척하고 있다. 이른바 문 앞에서 문으로 운송해주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다.
―내륙 운송까지 운영한단 말인가.
“그렇다. 우리가 화물차를 통해 남방 지역을 포함한 중국 전역과 몽골, 심지어 중앙아시아까지 내륙 운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엔 베트남 루트도 개척 중이다. 일례로 삼성은 쑤저우(蘇州)에서, LG는 난징(南京)에서 LCD 제품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우리가 루트를 개척해 LCD 패널과 백라이트 등 원부자재를 운송하며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하고 있다. 우리가 개척한 복합운송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항공루트 물류비의 10분의 1 수준에 해결 가능하다.”
―카페리 업체가 내륙까지 서비스를 한다니 참 흥미롭다.
“최근엔 이러한 시스템을 여객에도 적용하고 있다. 베트남-중국 접경지역인 중국 윈난(雲南)성에서 모집한 중국 관광객들을 열차로 우리 배가 있는 산둥까지 모셔오는 상품도 운영 중이다. 상상이 가는가, 윈난성에서 칭다오까지는 기차로 50시간이 걸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거리다.”
―업계 선두 업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겠다.
“물론 지금까지 선두업체로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도 자랑스럽지만, 우리가 한-중 인적물적 교류, 더 나아가 문화적 교류까지 담당하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는 태생부터 한-중 정부가 1992년 한-중 수교에 2년 앞서 최초로 합작해서 만든 회사다. 처음에는 누구도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결국 중국 개혁개방의 롤모델이 됐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는 우리가 출항하기 전 어촌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대도시가 됐다. 이후 중국 해안 도시들이 너도나도 개혁개방에 뛰어든 것이다. 위동항운은 한국에서는 무명이지만 중국에서는 후진타오 전 주석이 언급할 정도로 유명한 회사가 됐다.”
―올해 위동항운과 최장현 사장의 목표가 있다면.
“올해는 위동항운의 펀페리 개념을 완전히 정립하는 해다. 누구나 우리 배를 타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최장현 사장은 누구 정통 해운관료 출신 30여년간 ‘한 우물’ 최장현 위동항운 사장은 공직생활 대부분을 해양 정책 및 행정 분야에 몸담아온 전문 관료 출신이다. 오랜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해양 분야의 전문성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럼에도 조직 내에선 오랜 공직생활에서 묻어나올 수 있는 경직성보다는 유연성이 앞선다는 평가다. 1977년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최 사장은 군산지방해운항만청 총무과장을 시작으로 여수지방해양수산청장,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과 차관보를 거쳤으며, 이명박 정부였던 2009년 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냈다. 이후 공직에서 물러난 최 사장은 2011년 4월부터 지금의 위동항운 사장에 취임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한] |
위동항운의 역사 한중 수교 2년 앞서 설립 YS도 뜨거운 관심 위동항운유한공사는 1990년 8월 12일 한-중 정부의 합의에 따라 설립된 합작기업이다. 중국에서는 중국외운산동공사와 위해시해운연합총공사가 주주로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정부의 주재 하에 동원수산, 장기신용은행, 유공해운 등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했다. 이는 1992년 한-중 수교보다도 2년이나 앞선 시기였다. 위동항운은 1990년 9월 15일, 한-중 역사상 처음으로 카페리를 취항했다. 그래서 선박 이름도 한-중 간 황금가교 역할을 하라는 의미로 ‘골든브릿지’라고 명명됐다. 취항 당시엔 대통령 후보였던 김영삼 당시 민자당 최고위원이 직접 참석했을 정도로 양국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후 위동항운은 한-중 카페리 항로 운영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오며 지금까지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 |
위동항운 사회공헌 프로그램 한중 불우 청소년에 문화 교류의 장 선물 위동항운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무척이나 특별하다. 위동항운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한국과 중국의 불우 청소년 50여 명을 초청해 서로 간 문화탐방과 관광을 실시하는 행사를 양국에서 운영 중이다. 평소 해외여행 기회를 갖기 힘든 각국 불우 청소년들로서는 큰 선물인 셈이다. 중국 소년소녀들의 한국문화탐방 기념촬영 모습. 최장현 사장은 “그저 돈 몇 푼 들고 기관에 찾아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공헌도 위동항운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한-중 불우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었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무척 보람된 일이다. 아이들도 그렇지만 우리 역시 힐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번은 중국의 한 학생이 내게 감사하다며 선물을 줬다. 자신이 직접 그린 관세음보살상이었다”며 “소외된 본인에게 관심을 가져준 위동항운이 자신에게는 관세음보살이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고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