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6일 구속된 이원호씨. 충청리뷰 | ||
김 전 검사가 처음부터 이씨를 인지하고 노린 것은 아니었다. 이씨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 첩보가 처음 청주지검에 포착된 것은 지난해 8월. 강력담당 윤아무개 검사는 이 첩보를 받고 이씨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충북도경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씨에 대한 수사는 주변 조폭 관계자들의 조사를 통해 상당히 깊게 파고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된 셈인지 이 사건은 사건기록부에 등재되지도 않은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당시 수사진은 이씨의 살인교사 혐의를 조사하면서 그가 운영하던 유흥업소들이 막대한 세금을 포탈하고 있다는 혐의도 아울러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모든 방대한 수사 자료는 그냥 윤 검사의 책상 서랍에 갇히고 말았다. 그리고 윤 검사는 올 3월 정기인사 때 수도권 지청으로 전보됐다.
윤 검사는 지난 양길승 몰카 사건이 벌어진 이후 지난 7월 말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씨에 관한 수사는 꽤 오래전부터 이루어졌다. 일부에서 이씨를 가리켜 지역 유지 어쩌구 하는데 그는 그 정도로 존경받거나 영향력있는 인사가 아니다”라며 이씨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외압설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김 전 검사가 선배 윤 검사의 뒤를 이어 이 사건 수사에 나선 것은 올해 1월. 윤 검사가 전보되기 두 달 전쯤이었다. 따라서 김 전 검사가 당시 이씨에 대한 정보를 윤 검사로부터 상당 부분 넘겨받았을 것으로 보는 추론도 가능하다.
지역 내 한 언론인은 “이씨의 경우 청주에서 오랫동안 유흥업을 해오면서 나름대로 ‘밤의 세계’에 대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어느 검사가 전날 밤 어느 술집에서 술을 먹고, 어느 공무원이 누구의 접대를 받고 성상납을 받았는지 하는 따위의 정보를 훤히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씨는 김 전 검사가 집요하게 자신의 주변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 공공연하게 “김도훈이는 내가 반드시 손보겠다”고 공언하고 다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김 전 검사 또한 결과적으로는 검사로서 올바르지 못한 처신을 보였다는 의구심은 피하기 힘들다. 수사목적이라고는 하지만 범법자를 잡기 위해 범법자를 이용한 것은 결탁의혹을 낳기에 충분한 것.
“결과적으로 이번 진흙탕 싸움은 좀 덜 나쁜 사람과 더 나쁜 사람의 잘잘못 가리기 성격이 짙다”는 청주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표현처럼 김 전 검사 또한 어떤 식으로든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검사가 일부 비호세력을 등에 업고 수십년 동안 지역 내 밤의 세계를 주물러온 한 비리 사업가를 척결하고자 한 의지는 높이 살 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원칙과 무원칙의 기준을 넘나드는 바람에 스스로 덫에 걸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