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최근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 등장한 ‘고또복권’은 로또복권에 고스톱의 개념을 도입한 것. 인터넷 고스톱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고또복권을 나눠 주어 별도의 상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또한 고스톱에 로또 상황을 도입한 ‘로또 고스톱’이란 것도 등장하고 있다. 7장의 패가 6장의 패와 한장의 보너스 패로 변형된 형식이다.
로또복권과 고스톱의 상관 관계에 대해 명지대 여가정보학의 김정운 교수는 “일단 당첨금이 커야 재미에 빠져들 수 있는 우리들한테 가장 익숙한 문화는 ‘따따블’인데, 고스톱에서 쓰리고 피박, 그리고 나가리판이 되면 몇 배로 판돈이 커지듯이 로또 또한 이런 고스톱의 재미를 그대로 도입한 것이 대박의 요인이다”고 밝혔다. 즉 그 주에 당첨자가 없으면 다음주, 다다음주 등으로 계속 이월되면서 ‘따블’, ‘따따블’로 이어진다는 것.
아무튼 고스톱은 이번 추석 명절에도 여전히 안방에서 사랑을 독차지할 게 뻔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신종 고스톱들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신 노무현 고스톱’이다. ‘노무현 고스톱’의 원조는 매번 판이 시작될 때마다 별도의 판돈을 기금으로 모은 뒤 멧돼지가 들어있는 홍싸리(7자) 4장을 모두 먹는 사람이 돈을 차지한다는 것이 기본 룰. 해당자가 없을 경우에는 기금이 다음 판으로 이월된다. 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희망돼지 분양 사업’으로 선거에서 붐을 일으켰던 긍정적인 요소가 포함된 룰이었다.
특히 노무현 고스톱의 백미는 기금을 먹은 사람이 그때까지 돈을 가장 많이 잃은 자에게 그 절반을 나눠준다는 데에 있다. 이는 역대 대통령을 패러디한 고스톱이 주로 강탈형이었던데 반해 노 대통령이 갖는 서민적 풍모의 ‘분배의 정의’를 강조한 다분히 호의적인 방식이었던 것. 당시 이 노무현 고스톱이 붐을 일으키자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통해서 “노무현 고스톱은 1등이 꼴찌에게 판돈을 나눠주는 분배정의 정신을 강조한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신 노무현 고스톱은 분배형에서 다시 강탈형으로 바뀐 것. 노짱 고스톱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신종 방식은 소위 ‘폭탄’을 하거나 ‘싼 것’을 먹을 때 상대방의 광, 열끗, 띠, 피 등 네 가지 종류의 패 중에서 한 가지 종류의 패를 모조리 가져오는 룰이다. 분배형에서 강탈형으로 다시 바뀐 셈.
고스톱 문화를 보면 서민들의 정서를 알 수 있다는 속설처럼 최근 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고스톱 문화에도 여지없이 반영되고 있는 모양.
한편 최근 등장한 또다른 신종 고스톱인 부시 김정일 고스톱 역시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최근 정세를 반영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 이어 최근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부시 대통령을 풍자한 ‘부시 고스톱’은 엄청난 위력을 그 특징으로 한다. 폭탄을 하거나 싼 것을 먹을때 광·띠·피 등을 한 장씩 가져오는 것으로 단번에 전세를 뒤집는다는 것.
반면 ‘김정일 고스톱’은 이른바 ‘너 죽고 나 죽자’식의 물귀신형이다. 바닥에 깔린 패들 가운데 상대방이 쌍피를 먹으면 그냥 피로 만들고, 또 광을 무효로 만드는 등 상대방과 자신의 피해를 동일시한다는 것. 이때는 선을 잡은 사람이 쌍피나 광의 무효화를 선언할 수 있게 한 점은 김정일 위원장의 독재를 풍자한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