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김각영 전 검찰총장(왼쪽)과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 김 전 총장은 “초선 의원이나 해서 뭣하겠느냐” 며 출마설을 부인했다. | ||
특히 내년 총선에서 지난 3월 ‘검란’ 당시 노무현 정권에 강한 반감을 갖고 검찰을 떠났던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와 친분이 두터운 검찰 인사들의 출마설도 불거지고 있어 친노-반노 검찰 인사들간의 총선 격돌이 예고된다. 현재 검찰 안팎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검찰 출신 인사로는 세칭 ‘검란 15인방’. 이들은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장관이 주도한 검찰 인사에 반발해 잇따라 사표를 냈던 김각영 전 검찰총장 등 15명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출신들.
당시 이들은 노 대통령이 단행한 검찰 인사에 대해 한결같이 “검찰 인사권을 통한 또다른 방식의 정치권의 검찰 통제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현재 출마설이 돌고 있는 인사는 김각영 전 총장과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을 비롯한 5~6명선. 이들 중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인물은 김각영 전 총장. 당사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내에선 김 전 총장의 영입설이 오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김용환 의원이 “후진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충남 보령·서천 지구당 위원장직을 사퇴하자 그 ‘후진’이 김 전 총장이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실제 김 의원은 고향(보령) 후배인 김 전 총장을 무척 아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김 전 총장 현역 시절 김 의원이 많이 밀어줬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 그러나 김 전 총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정치를 하려면 벌써 했지, 총장까지 지낸 마당에 이제와서 초선 의원이나 해서 뭣 하겠느냐”고 밝혔다. 15인 멤버의 한 인사는 “김 총장의 경우 검찰 인사들도 총선 출마를 만류하는 편”이라고 나름대로 평가했다.
다음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대웅 전 고검장은 출마 의지를 사실상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광주 지역 인사들이 이제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힘을 좀 써달라는 요청이 하도 많아서 고민중”이라며 우회적으로 출마의사를 피력했다. 현역 시절부터 일찌감치 정치를 할 인물로 지목될 만큼 김 전 고검장은 정치 지향성이 강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는 “지역구 선택이나 정당 선택에 대해서는 현지 정서를 좀더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본적지인 광주 동구에서 민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도 정치권에서는 L 전 고검장과 K, K, J 전 검사장 등 3~4명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 가운데 호남 출신인 K, J 전 검사장 등은 민주당에서, 비호남 출신인 L 전 고검장과 K 전 검사장 등은 한나라당이 영입을 추진중이라는 설. 사시 12회 출신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혔던 L 전 고검장은 자신의 고향인 경남의 한 지역구에서 출마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검찰 내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차기 총장은 당연히 L씨라는 말이 정설이었다. 실제 검찰 내에서는 ‘12회 총장감’으로 오히려 김 전 총장보다는 그를 꼽아왔기 때문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 왼쪽부터 신승남 전 검찰총장, 신광옥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이범관 현 광주고검장. | ||
검찰 내부에서도 이들 검란 15인방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검란 당시 사퇴한 인사들의 출마설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나, 현재 김 전 총장과 김 전 고검장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DJ정부에서 이른바 호남 검찰 인맥을 형성했던 인사들의 출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 대표적 인사로는 김태정 전 법무장관, 신승남 전 검찰총장, 신광옥 전 민정수석, 임휘윤 전 부산고검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신광옥 전 수석과 임휘윤 전 고검장은 각각 고향인 광주와 전북 김제에서 출마설이 돌고 있다. 임 전 고검장측은 “아직 확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제 지역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재경향우회장을 맡고 있는 임 전 고검장은 지난 4월 남성고 동문회 모임에서 “출마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수석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정 전 법무장관과 신승남 전 총장의 출마 여부에 대해 정치권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정계 진출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김 전 장관의 경우는 ‘옷로비 사건’의 이미지가 아직 가시지 않은데다 지금도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고, 신 전 총장의 경우에는 지역구가 김옥두 현 민주당 의원과 겹친다는 점에서 출마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사자들 또한 “총선과 관련해서 어떠한 입장도 아직 표명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정치권에 의해 밀려났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신 전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총장의 경우 고향(전남 영암)에서의 출마가 여의치 않으면 목포에서 출마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호남인맥은 아니지만 DJ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박순용씨 또한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출마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출마 권유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DJ정부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바 있는 이범관 현 광주고검장 또한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고향인 경기 여주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노 대통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글을 올려 화제가 된 이 고검장은 지난 2000년 총선 때도 현역인 이규택 의원을 제압할 만한 유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지역 내 지지도가 높다는 평가. 지난 3월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 이후 부쩍 목소리가 커진 평검사들 중에서도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인사들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강민구 전 안산지청 검사. 그는 대통령과의 대화 때 직접 평검사 대표로 참석, 얼굴을 알린 바 있는데 지난달 총선 출마를 위해 검사직을 그만뒀다. 현재 한나라당에서 그의 영입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왼쪽부터 이훈규 검사 김수장 변호사 김종빈 대검 차장 정상명 법무부 차관 | ||
현직 검찰 인사들 중 자천타천으로 공천대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전직 검사들의 경우 ‘반노’ 성향이 강한 반면, 현직은 대체로 ‘친노’ 성향이 강하다는 점.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로는 노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로 현 정부에서 일약 법무부 차관으로 발탁된 정상명 차관이 신당 후보로 경북 군위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오가고 있다. 정 차관은 강금실 장관과 함께 검찰 개혁을 주도한 인물.
역시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고검장급으로 승진한 김상희 대전고검장이 자신의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고검장은 PK 출신이라는 이유로 DJ정부에서 소외되었다는 평을 듣고 있어 검찰 주변에서는 그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김 고검장은 현재 신당 공천설과 한나라당 공천설이 혼재하고 있다.
강금실 장관 직속의 정책기획단장을 역임하며 검찰개혁을 기획한 핵심 인물로 주목받아온 이훈규 서울고검 검사와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를 맡았던 김수장 위원장(현 변호사)도 충남 아산과 대전 유성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 김종빈 대검차장도 고향인 여수에서 출마설이 나돌고 있으나 검찰 내부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 같은 일부 인사들의 출마설에 대해 국민수 대검 공보관은 “금시초문이며, 정치권에서 나온 소문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법무부 공보실측도 정상명 차관의 출마설을 부인했고 김상희 고검장측 역시 “출마의 뜻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