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는 도박중독 문제로 수많은 자살자가 양산되는 등 폐해가 끊임없이 지적된 바 있다. 일요신문DB
오픈 카지노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게 된 계기는 최근 정부가 외국인 사업자에게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면서부터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중국·미국계 합작사인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에 ‘국내 카지노업 적합 통보’를 함으로써 본격화됐다.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은 2018년까지 7437억 원을 들여 영종도 미단시티에 카지노와 호텔 등 복합리조트를 완공할 계획이다. 영종도 일대는 벌써부터 투기 바람에 들썩이고 있다. 적자에 허덕였던 인천시도 반가움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복합리조트 건설을 계기로 ‘8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8900억 원’에 달하는 관광수익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 유광훈 박사는 “아시아 지역의 카지노 시장은 아직까지도 중국의 수요가 충분하다. 국내 입지적으로 볼 때 상하이 이북에 있는 지역에서는 마카오보다는 우리나라로 오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고려하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많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픈 카지노’의 도입 여부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강원랜드 외에는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카지노 사업 개방을 계기로 오픈 카지노 역시 도입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단시티 리포&시저스 복합리조트와 카지노 조감도. 사진제공=인천경제청
오픈 카지노의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찬-반 양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찬성하는 쪽은 ‘경제 활성화’와 ‘국부 유출 방지’를 주장하고 있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서원석 교수는 “해외여행 자유화로 인해 국내인의 해외 카지노 시설 출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렇게 내국인이 해외 카지노에서 소비하는 돈이 2조 3000억 원이 넘는다. 국내 불법 카지노 규모도 2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찬성 입장은 ‘시대의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카지노 시장의 흐름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넘어가고 있고, 자국민의 카지노 출입을 금지하는 나라는 네팔, 터키, 북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글로벌 레저기업들은 한국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지만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을 차별하는 규제 때문에 투자를 망설인다. 한국은 케이팝, 드라마 같은 콘텐츠는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를 촉진할 레저 공간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반대진영에서는 오픈 카지노로 인한 폐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도박중독과 검은 투기 자본의 무차별한 진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중독예방시민연대 김규호 상임대표는 “영종도 등 대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오픈 카지노가 만들어진다면 강원랜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리고 수많은 국민이 도박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강원랜드 1곳의 매출이 전국 16개 외국인 카지노의 매출과 맞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 카지노가 만들어진다면 ‘그 폐해는 강원랜드 이상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강원랜드는 도박중독 문제로 수많은 자살자가 양산되는 등 그 폐해가 끊임없이 지적된 바 있다.
‘도박중독 유병률’(도박중독자수와 해당 지역 인구수에 대한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3배(2012년 기준 7.8%)가 넘는 국내 특성도 오픈 카지노 도입이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국내 도박 중독자 수는 59만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도박중독 유병률을 볼 때 약 ‘250만 명’의 국민이 도박중독 위험군에 속해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오픈 카지노가 도입된다면 이보다 더 많은 도박 중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정부는 외국계 자본의 카지노 투자는 허용했으나, 오픈 카지노 도입은 아직까지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사회적인 동의가 전제되지 않고는 오픈 카지노는 검토조차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픈 카지노 도입이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이미 포화 상태고 서울을 제외하고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진출을 도모하는 속내는 뻔하다. 투자를 약속할 테니 외국인 전용 카지노장에 내국인을 들여보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계 거대 자본이 입성하는 만큼 ‘먹튀’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 경제정의실천연합 최혜자 사무국장은 “카지노 사전심사제를 통과한 업체가 허가조건을 맞춰 카지노 허가권을 획득한 후 이를 되팔아 한국을 뜰 경우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외국계 자본의 먹튀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오픈 카지노 허용이라는 ‘당근’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