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쌀값이 햅쌀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 수확된 햅쌀 가격이 지난 해에 비해 높게 책정되고 있는 가운데 묵은 쌀값이 오히려 햅쌀 가격대를 앞지르고 있다. 지난 7일 여주지역 농가들에 따르면 금년에 생산된 쌀값은 벼상태인 조곡 40kg짜리가 5만3천∼5만4천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가격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천∼4천원 정도 오른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생산돼 보관중이던 묵은 쌀값은 올 햅쌀보다 1천원 이상 최고 2천원가량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는 이상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쌀값 기현상은 올해 벼숙성기에 비가 많이 내리면서 일조량 부족과 냉해까지 겹쳐 햅쌀의 품질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올해 쌀값은 일기불순으로 벼수확이 지연되고 수확량이 줄어 지난해보다 다소 높게 높게 책정돼 있는 상태다.
농가들에 따르면 올해 생산된 햅쌀 도정 수분 함유율이 적정선인 71∼72%를 밑도는 67∼68%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정수율 기준치 하락은 밥맛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물론 수매시 가격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과 쌀구매상들은 햅쌀보다 묵은 쌀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농가들 사이에선 올해 벼농사 흉작으로 내년 들어 쌀값이 상당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추곡 출하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주지역 회원농협 관계자들은 “추석 전에 비해 햅쌀 가격이 다소 떨어지고는 있지만 워낙 벼농사가 흉작이어서 유례없는 쌀값 강세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