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전윤철 신임 감사원장 취임식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39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전 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4회(66년)에 합격한 후 40여 년 가까이 정통 경제관료의 길을 걸어온 인물. 김영삼(YS)정권 말기인 97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후 김대중(DJ)정권 5년 내내 장관급 이상 직책(공정위원장-기획예산처 장관-청와대 비서실장-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는 ‘환상의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50대 중반까지 전 원장은 ‘잘나간다’는 평가보다 ‘물 많이 먹는다’는 동정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전 원장이 직업관료의 정점인 1급(경제기획원 기획관리실장)이 된 것은 94년. 행시 동기인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89년 1급(기획원 차관보)이 된 후 92년에 환경처 차관에 올랐던과 비교하면 한참 늦은 셈. 후배들에 ‘추월’당한 경우도 많았다. 행시 후배(6회)로 같이 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은 강봉균 의원(열린우리당)이 90년에 1급(기획원 차관보)으로, 94년엔 기획원 차관으로 승진해 전 원장이 ‘모셔야 하는’ 처지가 되기도.
이처럼 계속 물을 먹던 전 원장은 95년 12월 ‘생면부지’의 기관인 수산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장 과천 관가에서는 그가 차관급으로 관료생활을 마감할 것이란 분석이 정설로 나돌았다. 그러나 전 원장은 이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 원장의 능력과 소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김인호 당시 공정위원장이 그해 3월 개각 때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옮겨가면서 후임으로 그를 적극 천거, 공정위원장으로 컴백한 것.
이번에 전 원장이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감사원장에 내정한 윤성식 고려대 교수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지 않았으면 ‘전윤철 감사원장’은 애초부터 불가능했기 때문.
또 전 원장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현경대(한나라당) 한화갑(민주당) 두 의원이 양당에 버티고 앉아 찬성분위기 조성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 할 만하다. 현 의원은 전 원장과 동갑에 서울대 법대 입학동기이며 한 의원은 목포중 동기로 중학교 시절부터 인연이 남달랐던 친구지간이다.
이기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