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시티 에 불법대출을 해준 전일저축은행의 실소유주로 소문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 ||
현재 ‘전일저축은행의 실소유주가 누구냐’에 대한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굿모닝시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말이 정설처럼 나돌았다.
반면 본거지인 전북 지역에서는 지역 인사 A씨가 실소유주 행세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역 금융계에서는 “‘굿모닝시티 게이트’의 배후가 신안그룹 박 회장이 아니라 사실상 전일저축은행”이라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4월 전일저축은행의 매각을 둘러싸고 한 차례 파동이 있었던 것으로 <일요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여기에 신안그룹과 A씨가 개입된 의혹이 있고, 더 나아가서는 굿모닝시티의 윤창렬씨 이름마저 거론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일요신문>에서는 지난 10월26일자 ‘신안그룹 굿모닝 대출금 더 있다’와 지난 11월9일자 ‘대우벨라채오피스텔 사기분양’을 연속 보도하면서 전일저축은행이 개입된 의혹을 다루었다. 신안그룹측은 <일요신문>의 보도에 대해 “우리는 전일저축은행과 아무 상관이 없는 회사”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일요신문>에는 이 회사의 관계자 및 피해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전일저축은행은 지난 82년 당시 호남 굴지의 건설업체였던 호남건설 이종덕 회장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후 지금까지 20년간 한때 총자산 5천8백억원의 규모를 자랑하며 전국 금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 금고와 함께 (주)선양소주, (주)전일개발 등의 소유주인 이 회장은 지난 74년부터 85년까지 11년간 전주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는등 한때 전북지역 최대 재벌로 꼽힌 지역 유지이다.
하지만 전일저축은행은 이 회장의 아들 이아무개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당시 IMF 경제 위기를 맞으며 금감원으로부터 폐쇄 경고를 받을 정도로 큰 시련을 맞았다. 회사 관계자에 의하면 “2000년 9월 백아무개 사장이 부임하면서 회사 상태가 다시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백 사장은 전주고, 서울상대를 졸업하고 한국외환은행에서만 27년간을 근무하며 미 뉴욕지점장, 종로지점장을 지내는 등 전주 출신의 대표적 금융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주력기업인 호남건설의 매각 등 자신의 자금조달능력이 한계에 이르자 지난해 전일저축은행을 팔기로 결심했다. 이때 인수자로 거론된 것이 바로 ‘네오어드바이저’란 회사였다. 이 회사는 박 회장의 차남인 상훈씨와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아무개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사실상 신안그룹의 계열사.
지난 DJ 정권 이후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한 신안그룹이 전일저축은행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은 호남 지역에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호남 금융권에서는 “전남의 신생 재벌 기업이 전북 최고의 금고를 먹는다”는 소문이 확산되었다.
한 제보자가 <일요신문>에 제공한 당시 매매계약 내용 자료에 따르면 양측의 총 매각대금은 1백65억원에 합의되었고, 이 중 계약금은 50억원을 먼저 현금으로 지불하기로 했다는 것. 1백65억원의 매각대금은 공교롭게도 전일저축은행의 굿모닝시티 불법대출 금액과 일치한다.
당시 매도자는 이 회장, 그리고 매입자는 네오어드바이저의 박상훈 공동대표 등이었다. 당시 전일저축은행의 주식 상황은 이 회장이 50.29%, 그의 아들이 49.71%로 사실상 이 회장이 전액을 다 소유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당시 매각 과정에는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계약금조로 지급한 35억원의 당좌수표가 출처가 불분명한 ‘딱지수표’라는 의혹과 함께 인수자로 소문난 신안그룹측의 인사는 전혀 나서지 않고 대리인으로 알려진 지역금융인 심아무개씨와 유아무개씨 등만 나섰던 것. 그리고 그 배후에 사기브로커로 소문난 지역인사 A씨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안 좋은 소문이 불거지자, 당시 백 사장은 이 회장에게 “매각 협상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결국 지난해 4월11일자로 매매계약서가 체결되었으나, 매입자측 직인으로 찍힌 박 대표의 도장 역시 신빙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계약은 석 달 후 파기되었다.
▲ 전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씨. | ||
이 회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매각에 나선 것은 사실이었으나, 인수자측이 중도금 및 잔금 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계약이 파기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금 전일저축은행의 실소유주에 대해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듣고 있으나, 현재 이 금고의 실소유주는 엄연히 대주주인 나”라고 못박았다. 그는 “박 회장이나 A씨는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을 뿐 일면식도 없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이미 지역 내에서는
전일저축은행의 실소유주는 박 회장이며 사실상 신안그룹의 계열사라는 소문이 굳어졌다. 특히 당시 인수 협상자로 나선 것으로 알려진 심씨가 지난해 8월 이 금고의 새로운 사장으로 전격 취임하면서 의혹은 더욱 불거졌다. “계약 파기의 당사자가 어떻게 새로운 사장으로 취임할 수 있느냐”는 의심이 그것. 그리고 매각 협상 자체를 반대했던 백 전 사장은 전격 경질되었다.
백 전 사장은 “내가 대표로 있던 당시에 사장인 나도 모를 정도로 불법대출이 판을 치고 있었다. 칼스자산관리에 50억원이 어이없이 새어 나간 것(<일요신문> 11월9일자 보도)을 포함, D건설 대출, N관광호텔 불법 여신 등이 줄줄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그는 “그들이 왜 나를 그토록 밀어내려고 했는지는 지난번 굿모닝시티 불법대출 사실이 터지면서 확연히 알 수 있었다”면서 “내가 물러난 직후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사이 전일저축은행은 굿모닝시티에 무려 2백억원이 넘는 돈을 불법대출한 것이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전일저축은행측은 “우리 금고는 항간의 소문처럼 신안그룹이나 다른 그 누구와도 연관성이 없으며 오직 소유주는 이 회장 단 한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금고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로 취임한 심 사장은 전북은행 고위 임원 출신의 지역 금융인으로 금고의 정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굿모닝시티 건도 그런 노력의 과정에서 불거진 사례 중 하나”였다고 해명했다. 심 사장 또한 지난해의 전일저축은행 매각 파동과 자신은 전혀 무관하며 자신은 한때 전북은행의 대주주였던 이 회장에 의해 영입된 전문경영인일 뿐이라는 입장을 폈다.
한편 전일저축은행과 신안그룹의 박 회장, 그리고 굿모닝시티의 윤씨간에 얽힌 삼각관계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에서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삼각구도에서 최근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또 한 명의 인사가 바로 A씨. 이 사각축은 복잡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내에서는 A씨가 전일저축은행의 회장 행세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것.
A씨와 박 회장 및 윤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억측이 구구하다.
A씨는 박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L호텔에 사무실을 마련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윤씨와도 매우 가까웠던 것으로 지역 언론의 한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한 제보자는 “검찰 수사를 보면 굿모닝시티 대출을 박 회장이 주도하고, 여기에 전일저축은행이 동원된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실제 전주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미 신흥재벌로 유명세를 탄 박 회장을 전면에 내세웠을 뿐”이라는 추측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