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은 4일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더 발전하면 자폭기능까지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보수층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대한민국에 보내는 협박성 메시지다’라는 의견에서부터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고 방공태세를 시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내 추락시킨 것이다’라는 해석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불신론자’들은 무인기의 성능이 조잡하고 추락한 곳이 발견되기 쉬운 장소에서 나왔다는 등의 석연치 않은 점들을 내세우며 선거 전 불순세력의 의도적 ‘작전’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사건의 명확한 실체는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국방부가 북한에서 날아온 무인정찰기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여전히 의구심을 표하는 국민들도 있다. 더욱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그 ‘의도’가 상당히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먼저 이번에 발견된 무인정찰기는 국민들이 지금까지 ‘안보 위협은 최전선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특히 이 무인기가 청와대의 대통령 숙소 바로 위까지 비행하면서 북한의 테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인기에 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탑재해 대도시에 떨어뜨리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견된 무인정찰기가 군사적으로 큰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폭이 2m 내외에 불과한 무인기에 대형건물을 타격할 정도의 폭탄을 탑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대형폭탄을 장착하기 위해 크기를 키우면 웬만한 레이더에 대부분 걸리기 때문에 ‘전술공격용’으로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공중 위협 시도에 대해 적잖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이것이 이번 무인정찰기로 북한이 의도한 ‘대남 전술’이었다면 그것은 사실상 성공한 작전인 셈이다. 국민들이 국군의 대공 감시망에 불안감을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의도된 심리전에 휘말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무인기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국민들도 많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온갖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박스 기사 참조). 추락한 정찰기 모두 발견되기 쉬운 장소라는 점을 들어 불순세력이 의도적으로 ‘갖다 놓고’ 국론분열을 노렸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철마다 나오는 전형적인 ‘북풍’ 미스터리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며 사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무인기가 조잡하다는 점을 들어 천안함 사건의 ‘1번 어뢰’를 연상시킨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음모론들은 국방부가 애초 파주 무인기에 대해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번복한 은폐 의혹에 의해 더욱 상승작용을 했던 게 사실이다.
북한 무인기의 정체와 그 의도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공세적인 언행을 볼 때 단순히 무인기 추락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에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북한은 최근 제4차 핵실험을 한다고 공공연히 시사한 바 있다. 일부 보수언론은 ‘김정은 제1비서가 2015년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언급하면서, 통일대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백두산 삼지연에서 열린 북한군 연합부대 결의대회 연설에서 육성으로 직접 대남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 항공기. 연합뉴스
이에 대해 한 북한 전문가는 “최근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붙잡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반대 얘기를 이끌어 냈다. 김정은은 아마 충격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독일 가서 박 대통령이 통일에 드라이브도 걸었다. 김정은은 중국 해외순방도 못하는 처지에서 박 대통령이 다 하고 다니니 오죽했겠는가. 더 이상 김정은은 선택의 길이 없는 것이다”라며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이 박 대통령의 통일 제안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순 없으니 더욱 난폭해졌다. 최근 군 훈련 사찰을 하고 3월 31일 포격을 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무인기는 완전 의도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대남 호전적 인식이 바탕에 있고 아직 젊고 그러니 타협보다 무서운 장난감으로 우리를 압박한다고 보면 된다. 이마저도 뜻대로 안 되니 점점 안 좋은 쪽으로 가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북한 무인정찰기가 김정은의 대남 도발의 한 전략에서 나온 극단적 선택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린’ 김정은의 호전적이고 도전적인 행태를 볼 때 지금까지 한번도 발견되지 않은(북한은 1980년대부터 무인기 개발을 해왔다) 무인정찰기가 ‘갑자기’ 3대나 연속으로 발견된 것 또한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래서 보수층 일각에서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중국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안 되는 김정은이 무인정찰기를 청와대 마당까지 내려 보내고 추락시켜 ‘언제든 대한민국 심장부를 박살낼 수 있다’는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측도 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지금 이 시점, 이 상황 자체가 워낙 엄중하다. 김정은 입에서 나오듯 북한이 원하는 건 경제적 지원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어떤 식으로든 압박을 가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채 완성되지 않은 무인기를 보냈고 결국 이것이 추락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밝히면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왔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떠한 목적이 있었다면 더욱 노골적으로 무인기가 접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은밀했다. 정말 정찰을 위해서 무인기를 띄웠다면 더욱 크고 정교한 것을 보냈을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과시도 되지 않겠느냐. 아마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몸체가 5~6m 되는 무인기를 보냈어야 한다고 본다. 때문에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는 건 확대해석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 위원은 무인정찰기의 발견 시기에 대해 조심스럽게 그 ‘정치적 의미’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시기상 의미는 충분히 있다. 파주에서 무인기가 발견됐을 땐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운 시점이었다. 즉 ‘안방이 비었는데 우리(북한)가 한 번 돌아보고 간다’는 뜻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백령도 역시 북한이 포 사격을 하고 있었을 때라 우리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무인기를 통해 알려고 했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무인정찰기가 말 그대로 ‘정찰’ 목적을 띠었다면 훨씬 더 정교하고 고성능의 무인기를 내려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연평도 폭격이 있었을 땐 지금의 무인기와 다른 ‘푸첼라’가 왔었다. 러시아제로 이번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교하고 크기도 컸었다. 포격 전 정찰을 목적으로 했다면 그때처럼 제대로 된 무인기를 보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운 틈을 이용, ‘조잡한’ 무인기를 내려 보내 남한 내 방위태세를 의도적으로 흔들어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정찰기는 만약 폭탄을 실었다 해도 그 파괴력은 그리 크지 않을, ‘장난감’ 수준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서울 하늘을 유유히 휘젓고 다니면서 전쟁 불안감을 가중시킨 것은 장난감 수준이 아닌 거대한 폭탄 이상의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것이 김정은이 의도한 것이었다면 그는 또 한 번 제대로 남한을 골탕 먹인 ‘악동’이라고 할 수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