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14)이 대구 수성학군 고교에 배정받도록 하기 위해 5개월 전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택에 3천만원짜리 전세를 얻어 주민등록지를 옮긴 이아무개씨(43). 실제로는 동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그는 양쪽 집을 오가며 살아야 하는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됐다. 이달 초부터 대구교육청의 의뢰를 받은 수성구청이 위장 전입 여부를 가리기위해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의 일치여부에 대한 일제 조사에 나섰기 때문.
이씨는 “구청 단속이 엄격해 전셋집에 침대와 주방기기까지 갖춰 놨다”며 “딸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투자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수성구청이 11월 초부터 이른바 ‘수성학군’ 편입을 위한 위장전입자 단속에 나서면서 구청 단속반과 위장전입자간에 눈물겨운 한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집에 주소지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은 가재도구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머물고 있느냐가 위장전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올 한 해 동안만 수성구로 전입한 중 3 학생이 1천5백55명에 이른다”며 “이중 상당수가 위장전입일 것으로 보여 단속이 엄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경북고 경신고 정화여고 등이 몰린 범어4동의 경우 경산 시지뿐 아니라 인근 지산·범물동 주민들의 전입도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와 중·고교 학급수의 비율이 경산이 10 대 6~7이라면 수성구는 6~7 대 10~12로 중·고교 학급이 초교에 비해 크게 많다”라며 “특히 범어4동 경우 수성구 내 다른 동의 전입자도 1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수성구청이 한 초·중학교 앞에서 타 지역 차량 번호판을 조사한 결과 30% 가량이 경북 차량으로 나타나 초·중학교부터 수성학군으로 향하는 학부모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위장전입 조사를 맡은 각 동의 공무원들은 조사 기간동안 매일 한 사람이 한 가정을 방문, 실사를 벌이고 있는데 지난해 중3 전입학생 1천4백56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주민등록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3백35명을 적발했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