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민주당사에서 지지자들과 농성을 하고 있는 한화갑 전 대표. 국회사진기자단·임준선 기자 | ||
지난 1일 검찰은 한 전 대표를 연행하기 위해 민주당사를 방문해 정문을 막아선 당직자들과 수차례 몸싸움을 벌였으나 영장 집행에는 실패했다. 이날 한 전 대표는 노란색 점퍼 차림으로 당사 3층 대표실에 머물러 있었다. 같은 시간 당직자들과 당 지지자들은 최근 우리당과의 사이에 ‘원조’ 논란을 벌이고 있는 ‘노란색’ 머플러를 두르고 “노무현 대통령·정동영 의장 경선자금 즉각수사”를 외치며 농성을 벌였다.
다음날인 2일 오전,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는 한 전 대표가 노란색 점퍼를 입고 있는 사진과 함께 ‘민주당 잠바는 영국산 외제 잠바’라는 제목의 네티즌 글(ID:moo1234)이 올라와 ‘노란 점퍼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 글이 올라온 이후 네티즌들간의 논쟁도 뜨겁게 진행됐다. ‘아직 돈이 많이 남았나보죠’(compee), ‘노란색의 의미나 알고 입는 건지…’(지키미), ‘어설픈 따라쟁이’(비온뒤) 등 한 전 대표를 비난하는 글들이 주로 올라왔다.
이날 한 전 대표가 입고 있었던 노란색 점퍼는 스포츠 브랜드 ‘리복’에서 2003년 11월 출시된 제품. 모자가 탈부착되는 오리털 점퍼로 가격은 18만원대로 알려졌다. 리복 홍보실 관계자는 “2003년 겨울 신제품으로 현재도 판매중인 제품”이라며 “그러나 원색적인 색깔 때문인지 많이 팔리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점퍼는 당내 농성을 앞두고 한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준비한 것. “편파적인 검찰 수사에 항거하는 의미”로 입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노란색 점퍼 착용에 맞서 ‘황색 전쟁’을 선언한 민주당은 지난 2일 당 공식 유니폼으로 노란색 점퍼를 결정, 본격적인 ‘황색돌풍 접수’에 나섰다.
민주당 홍보위원회 노은하 부장은 “노란색은 평민당 시절부터 민주당 지지자들의 피와 한이 서린 색깔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단순히 홍보용으로 입고 있는 노란색 점퍼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열린우리당보다 훨씬 세련된 ‘유니폼’으로 노란색을 되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옷 선정을 맡은 당 총무국의 한 관계자는 “봄에도 입을 수 있는 점퍼와 모자를 세트로 주문했다. 당내 의견을 수렴해서 세련되고 활동성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노란 점퍼’와 ‘노란 모자’를 2백 세트 주문했는데 앞으로 당내 호응도를 보아가며 주문 수량을 늘릴 계획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귀띔. 민주당 ‘유니폼’은 중소 의류업체에서 디자인과 제작을 맡았는데 한 벌당 가격은 3만7천원선이라고 한다.
▲ 사진은 지난 1월28일 노란 점퍼를 입고 민생투어를 하고 있는 정동영 의장과 우리당 의원들. 국회사진기자단·임준선 기자 | ||
노란색 점퍼에 대한 세인의 관심과 함께 민주당의 반격이 거세지던 지난 1월24일 열린우리당 공보실은 ‘불티나는 남대문제 노란 점퍼’라는 제목의 공식 자료를 배포, ‘응수’를 시작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 점퍼는 1월12일 남대문시장 방문을 앞두고 남대문 ‘맨타워’상가 1층의 ‘코브라 패션’에서 당 비서실이 구입한 것으로 가격은 3만5천원이다.
우리당 공보실은 또한 이 노란색 점퍼가 당의 역동성을 만들어주는 행운의 상징으로 화제가 되자 대량주문을 해 놓은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1차로 주문 제작했던 1천벌은 ‘총선 출마자 1차 공천장 수여식’ 등에서 사용할 예정이며 본격적인 총선이 시작되면 선거운동원들에게도 나눠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우리당은 점퍼로 불붙은 ‘황색 돌풍’의 여세를 몰아서 노란 조끼, 노란 카디건 등도 제작, 총선용 공식 당 유니폼으로 정착시켜 이미지 극대화를 노린다는 전략까지 짜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노란색의 정통성은 민주당에게 있음에도 열린우리당이 이를 자기당의 색깔이라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도둑질”이라며 “앞으로는 현수막, 홍보물 등 당과 관련된 모든 홍보용품에 노란색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당 이평수 수석대변인은 이러한 민주당의 대응에 대해 “노란 점퍼를 입든 빨간 점퍼를 입든 그건 자유다. 다만 이런 식의 색깔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하고 “색깔 논쟁이 아닌 국민의 아픔을 보살피는 정치, 국민을 우선시하고 민생과 국민들의 아픔을 챙기는 정치를 하는 것으로 정당한 경쟁을 하자”고 덧붙였다.
대선자금-경선자금에 이어 ‘황색 돌풍’논란까지 불러온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전방위 전쟁.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