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섹티즌들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인터넷자키 H양은 인터뷰 내내 밝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포르노자키와는 구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종현기자 jhee@ilyo.co.kr | ||
인터넷시장을 빠르게 점령해가고 있는 성인 인터넷방송. <일요신문>은 성인 인터넷방송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20대 초반의 현직 IJ(인터넷 자키) H양과 ‘페티시(훔쳐보기)’ 전문 인터넷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한아무개씨를 취재했다. 신세대 여성의 전형을 보여준 H양은 인터뷰 내내 거리낌없는 당당함으로 ‘IJ의 은밀한 세계’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거의 불법 포르노에 가까운 일명 PJ(포르노자키)와는 구분해달라”는 주문도 빠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통해 들여다본 IJ의 세계 역시 방송과 매춘의 위험 공간을 넘나들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한 번만 만나자”는 남성들의 요구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
야심한 밤, ‘섹티즌’들이 숨죽이며 주시하는 성인인터넷 방송의 안팎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섹스에 도통한 직업 불문, 출신 불문 아줌마들의 올누드 생방송’, ‘섹스를 즐기는 노련함, 수줍음 없는 대담함, 흠뻑 젖어버린 생방송’, ‘세워서 싸는 데까지 책임을 다하는 방송’, ‘자신 있는 놈만 빨리 올라타’
국내 인터넷 성인방송들의 자사 홍보문구다. 현재 검색 사이트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검색되는 성인방송국만 줄잡아 1백여 개를 웃돈다. 여기에 특별한 홍보나 광고 없이 은밀하게 입소문을 통해서만 이용자를 모으는 사이트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그만큼 성인방송 IJ로 활동하는 여성들 또한 상당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대략 한 사이트에서 10여 명 정도만 잡아도 1천여 명이 넘어서는 것. 도대체 어떤 여성들이 어떠한 이유로 인터넷 성인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것일까. 취재진은 12월 초 경기도 수원의 한 카페에서 올해 22세의 성인방송 전문 IJ H양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의 전직은 평범한 직장인.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약 3년 정도 직장을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회사가 부도를 맞아 무너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하게 됐다고. 그 후 그녀는 우연히 성인방송의 구인광고를 보게 됐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성인방송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는 못했다고. 다만 예쁘장한 얼굴과 ‘받쳐주는’ 몸매 때문에 평소에도 연예계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던 그녀로서는 ‘방송’이라는 것에 우선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알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촬영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의외로 거부감이 없었다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6개월간 그녀는 성인방송국과 전속 계약을 맺고 일주일에 2회씩 촬영을 하고 있다.
“처음에 촬영현장을 보고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야한 것도 아니고, 음란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더라구요. 무엇보다도 가족 같은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죠.”
그녀의 한달 월급은 무려 4백만원. 고졸 출신의 직장인이 받을 수 있는 평균 월급의 세 배를 넘고 있었다. H양은 172cm의 키에 갸름하고 예쁜 얼굴과 빼어난 몸매로 현재 출연중인 성인방송국 내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그녀가 성인방송 IJ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가장 친한 몇 명의 친구를 빼고는 부모님들이나 친척들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다. 특히 그녀는 성인방송이 유료로 결제를 해야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 부모님께서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도하고 있었다. 촬영 중 가장 힘든 점에 대해서 묻자 그녀는 선뜻 ‘요가자세’라고 말한다. 성인방송의 특성상 일반적인 체위로는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 수 없기 때문에 ‘기기묘묘한’ 자세가 많아야 한다는 것. 따라서 OK 사인을 받기까지 계속 한 자세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몹시 힘들고 때로는 근육이 뭉쳐서 결리기도 한다고.
취재진은 그녀로부터 성인방송의 출연 여성들을 둘러싼 ‘은밀한 거래’도 오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스토커도 생겼다고 했다.
“사이트 운영자의 휴대폰으로 제 연락처를 묻는 문자 메시지가 많이 온다고 해요. 때로는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 한 번 만나자’는 이메일이 오기도 해요. 만나주지 않거나 연락처를 안 알려주면 욕을 하기도 하고 스토커적 성향을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을 만날 생각은 없어요.”
취재진은 그녀를 통해서 성인방송에 출연하는 여성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여성들이 월차를 내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다는 것.
“전문적인 에로배우도 출연을 하지만 요즘에는 아마추어들도 많아요. 월차를 내고 사무실로 찾아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직장여성도 있죠. 카드빚 때문에 오는 대학생들도 부쩍 늘었구요. 거기에다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뛰어드는 백수 여성들도 있어요. 하루 8시간 정도 촬영을 하면 30만원 정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소득’ 직종이라고 할 수 있죠”
16mm 에로배우의 경우 얼굴이 식상해지면 금방 생명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터넷 성인방송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해외에서 불법으로 포르노를 찍는 상당수의 여성들이 에로배우 출신이라는 것. 특히 최근에는 ‘주부 포르노’라는 새로운 ‘장르(?)’가 유행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녀들은 진짜 ‘주부’들일까.
“아마 두 가지 경우일 거예요. 진짜 아르바이트로 방송에 출연하는 아줌마들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나이가 든 에로배우들이 아줌마의 배역을 맡아 촬영을 하는 거죠. 외국에도 ‘올드(old)’라는 포르노 장르가 있어 나이든 여자들을 선호하는 남성들도 있어요. 그런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죠.”
다시 그녀의 일상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현재 IJ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나름대로의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다시 ‘조용한’ 직장에 취직을 하거나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요. 심리학과에 진학하고 싶어 학원도 끊어놨어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심리를 엿보는 게 재미있더라구요. 지금은 학원에 빠지는 날이 많지만 2년 정도 공부를 해서 꼭 합격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의 활동이 미래의 사회 생활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까. 현재 그녀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버젓이 얼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방송은 소수의 마니아들이 직접 돈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해야 해요. 그만큼 특별한 사람들만의 공간이기도 한거죠. 폐쇄적이기도 하고,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요. 그리고 따지고 보면 IJ가 한두 명도 아닌데, 나의 얼굴을 실제로 알아볼 사람이 어느 정도나 되겠어요?”
애초에 그녀는 성인방송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상식선에서 볼 때 성인방송에는 어느 정도의 ‘변태성’이 있게 마련이고 또 그것이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연 H양은 그런 것을 즐기는 남성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녀의 대답은 오히려 취재진을 당황하게 할 만큼 당돌했다.
“그저 하나의 성적 취향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지나치게 빠지지만 않는다면 오히려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변태라는 것도 사실 애매모호해요. 여자들도 남자의 특정 부위를 보면 성적 느낌을 얻거든요. 저도 남자들의 예쁜 엉덩이를 보면 흥분해요. 어떤 친구는 남자의 정갈한 넥타이나 손을 보면서 야릇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고 그래요. 이렇게 따지면 변태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녀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밝고 쾌활한 얼굴로 설명해주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남들의 시선이 무슨 상관이냐’는 전형적인 신세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듯했다.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아직 없다. 소개 좀 시켜주면 안되겠냐”며 명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H양은 자신의 일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사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촬영을 하고 4백만원을 받으면 적은 돈은 아니에요. 나머지 시간들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전 이 일을 사랑해요.”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