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석 회장 | ||
가장 궁금한 점은 왜 최 회장측에서 애초의 태도를 바꾸어 적극적인 자세로 판매금지 조처를 취했냐 하는 것. 이에 대해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는 ‘개인의 성에 대한 부분을 공표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이 문제를 더 이상 확대시켜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최 회장은 자서전의 출간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 회장의 한 측근은 “아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들었지만 ‘뭐 대수로운 것이 있겠냐’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며 “초기에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언론에 등장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배인순씨가 당당하고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자 오히려 측근들이 나서서 최 회장에게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라’고 조언을 했다고.
하지만 최 회장은 ‘공연히 문제만 더 크게 만들 뿐이다’며 자제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배씨의 자서전이 10만 부 가량 풀리며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랭크되고 영화화 계획이 알려지면서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판단, 결국 지난 3일 법원에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게 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서전을 영화화하려는 움직임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화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그 원천 자료가 되는 자서전의 판매를 금지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영화화와 관련, 현재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서전을 출판한 도서출판 찬섬의 관계자는 “영화화를 하려면 일단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 쪽에 연락이 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직까지 그런 전화는 단 한 통도 받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최근 한 스포츠지에서는 배인순씨가 ‘영화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증거로 그의 아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배씨가 ‘너 내 신경 건드릴려고 작정한 것 같은데,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나 영화화할 거야’라는 내용이 그것.
하지만 배씨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왜곡’이라고 정면반박하고 나섰다. 애초에 최군이 ‘어디선가’ 영화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속해서 배씨를 말렸다는 것. 하지만 영화화 계획이 전혀 없던 배씨로서는 ‘도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그렇게 자꾸만 하냐’고 나무랐다는 것. 그럼에도 최군이 계속해서 ‘영화화를 하지 말라’고 전화를 하자 화가 난 최씨는 ‘영화는 무슨 영화냐. 왜 자꾸만 나를 피곤하게 하냐. 자꾸 내 신경 건드리면 진짜 영화하겠다’는 의도로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결국 스포츠지에서 앞뒤 정황은 모두 삭제한 채 뒷부분만 보도해 오해를 야기시켰다는 것이다.
▲ 배인순씨 | ||
중요한 것은 이처럼 미묘한 시기에 ‘배인순 자서전’ 사건이 터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서전에는 최 회장의 인격과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자칫 최 회장의 복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음모론에 대해서도 배씨측은 ‘터무니없는 추측’이라고 말한다. 배씨의 변호사인 이희명 변호사는 “이 책은 그저 자전소설에 불과하며 누구를 음해하거나 의도적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히기 위한 책이 아니다”며 “실명은 모두 이니셜로 처리하는 등 명예훼손의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후세력이니, 음모설이니 하는 말들에 대해서는 대응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며 “도대체 자전소설 하나가 그런 큰 일을 방해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출판사측도 마찬가지의 입장. 도서출판 찬섬의 관계자는 “우리는 15년 동안 문학서만 만들어온 조그만 출판사에 불과하다. 어떤 배후세력에 연계될 만한 수준 자체가 아니다”며 “어차피 재판이 열리면 이 책은 판매금지가 될 것이 뻔하다. 배후세력 운운하는 것이 한심스러울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의 부인인 장은영씨의 경우 현재 주변사람들에게는 일절 내색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동아건설의 한 관계자는 “좋다, 싫다 아무런 내색도 없고 말씀도 없으시다”며 “그냥 평소처럼 가정생활에 충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 회장측은 상황에 따라서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조심스럽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측근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절차에 따라서는…”이라며 소송가능성이 있음을 암시적으로 내비추기도 했다.
반면, 배씨측에서는 최 회장쪽의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등 정면대응할 태세다.
배씨는 최 회장의 사생활 침해 주장에 대해 “내 입으로 C씨가 최 회장이라고 밝힌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회장쪽에서 ‘배후세력설’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그런 것 없다. 또 (배후가)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떻다는 얘기냐.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배씨쪽에선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일부 왜곡보도’를 했던 언론에 대해서도 정당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