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흡연자 패소 판결···건보공단, 난처함 속 소송 진행

[성명서 전문 포함]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대법원 판결에 대한 성명서 발표

[일요신문] 대법원이 10일 진행된 담배소송의 결심공판에서 흡연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암환자 유족 등 6명이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흡연과 ‘비소세포암’ 및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어느 특정 흡연자가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이 같은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사실상 흡연과 질환에 대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항소심에선 흡연과 암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됐지만 대법원이 이를 번복했다. 

건보공단은 겉으론 태연하지만 내부적으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건보공단이 추진 중인 담배소송 규모는 최소 537억원에서 최대 2302억원에 이른다. 

이는 항소심 법원이 흡연과 인과성을 인정한 ‘편평세포 후두암’과 ‘소세포 폐암’은 물론, 건보공단 빅 데이터를 통해 흡연피해 인과성이 입증된 편평세포 폐암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소송가액 537억원을 기준으로 5억9000만원, 대법원까지 진행될 경우 20억2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이를 최대 소송가액인 2302억원에 대비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건보공단이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예정대로 담배소송을 진행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지지하며 담배 피해소송 대법원 판결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를 통해 전달받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담배 피해소송 대법원 판결에 대한 성명서
<판결에 굴하지 않고 KT&G에 계속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 서홍관)는 담배피해 공익소송에서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과 보건권을 무시하고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주는 대법원의 시대역행적이고 부당한 판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흡연의 해악성과 담배의 중독성, 그리고 결함이 있는 제품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주(州) 정부가 나서 담배회사들 간에 소송을 통해 거액의 배상액 합의를 끌어내거나 소송에 관한 법을 제정 후 소송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나라 대법원은 약 15년이라는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뎌 온 원고와 가족들에게 깊은 실망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특히,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소송을 준비하며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파장이 큰 이번 상고심에서 한 차례 공개변론 기회도 없이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에 대해 더욱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비록 오늘 재판에서 패소하였지만,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담배회사들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담배회사들이 지난 수십 년간 저지른 악행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1, 2, 3위를 차지하는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을 비롯하여 해마다 5만 8천여 명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둘째,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중독성을 높이기 위하여 600여 종에 달하는 첨가물과 60여 종의 발암물질이 담긴 백해무익한 담배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셋째, 담배회사들은 이제 젊은 여성과 청소년까지 고객으로 유인하여 무분별한 판촉행위를 통해 국민을 병들게 하고 오로지 돈벌이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담배회사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는 반드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며, 사법부는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담배회사의 책임을 물을 때까지 우리는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끝으로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컸을 원고와 가족들, 특히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께 다시 한번 애도의 뜻을 표하며, 15년을 끌어온 길고 긴 공익소송을 무료로 변론을 맡아 이끌어 오신 배금자 변호사와 정미화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하용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