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자객 시리즈 | ||
장 부대변인이 흥얼거린 이 노래는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를 패러디한 개사곡. ‘무한의 주인’이란 ID를 쓰는 한 네티즌이 정치시사사이트인 ‘라이브이즈’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는 노래다.
“잘나라 잘나라 아주 잘나∼ (그)만둔다 (그)만둔다 아주 (그)만두∼ 나나니 (기)다려도 못하나니∼ 아니리 아니리 아니 노네∼ <중략> 잘하지 못하니 (그)만두려마∼”라며 노 대통령의 최근 정치행태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장 부대변인은 “(대통령께) 잘하시라고 잘하시라고 한다고 정말 잘하겠는가, 그만둔다고 그만둔다 한다고 정말 그만두겠는가, 한없이 기다려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아니리 아니리 역시 아니로구나, <중략> (어차피 대통령은) 잘하지 못하시니 (차라리) 그만두어 주십시오”라는 해설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의 논평은 그뒤 네티즌들의 ‘역공’를 불러왔다. 대표적인 것이 역시 <대장금> 주제가를 개사해 만든 패러디송 ‘잡아라’.
“잡아라 잡아라 다 잡아라∼ 밝혀라 밝혀라 다 밝혀라∼ 이번이 아니면 못하나니∼ 모두다 잡아서 밝혀보세∼ 에이야 디이야 숨기지 말아라∼ <후략>.” 수백억대 불법대선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을 정조준한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정치 풍자와 패러디는 몇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먼저 기존 드라마나 음악 등을 고스란히 베끼는 ‘단순 복사형’. 민주당 부대변인이 읊조린 개사곡과 같은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 비교적 단순하고 때로 유치하지만 원본이 유명할 경우 의외로 큰 파장력을 갖는다.
두 번째 형태는 ‘직접비교형’. 초등학생 정도의 상식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동원,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부분이 원색적인 비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대선자금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나라당이 인터넷상에서 바퀴벌레, 공룡, 청개구리, 까마귀 등과 비교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 비교적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혀 네티즌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청개구리 시리즈’ ‘공룡 시리즈’ 등이 있다.
‘한나라당과 청개구리의 공통점 5가지(rohy43)’를 살펴보자.
1.무조건 상대와는 반대로 한다(발목잡기).
2.어버이 말을 듣지 않는다(대표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
3.불리하면 숨는다(나뭇잎 뒤에서 보호색으로).
4.물 없이는 못 산다(돈 안 쓰면 당선이 어렵다).
5.언제나 사는 곳에서만 산다(○○지역 아니면 죽는다).
세 번째는 ‘스토리 텔링형’. 패러디나 순수 풍자가 모두 포함되지만 기본적으로 분석력과 기획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방식이다. 최근 나온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병렬이의 일기’와 ‘대선자객’시리즈.
병렬이의 일기는 이런 식이다.
‘나는 오늘 국회에 갔다. 그동안 무현이가 미워서 결석을 했다. 그래서 국회에도 안 나가고 밥도 안 먹고 투정을 부렸다. …그러고 있는데 어제 빰(밤) 민주반 반장 순형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은 국회에 나와서 같이 놀자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반이랑 걔네반은 원래 안 친했는데, 순형이랑 미애도 무현이가 싫다고 하면서 우리랑 같이 놀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국회에 나갔더니 우리반 애들이 휠체어를 태워주면서 ‘꼬마자동차 붕붕’놀이를 해주는 거시었다. 재미있었다. …담부터는 무현이랑 노는 애들도 때려주자고 순형이한테도 얘기해야지. 그리고 어서 빨리 방학이 왔으면 좋겠다.(자료: www.liveis. com)’
대선자객은 스토리 텔링에 시청각적인 기법이 응용된 제3세대 정치풍자를 보여주고 있다. 선관위로부터 고발을 받았을 정도로 그 표현수위가 노골적이다. 현재 5편까지 제작·배포된 이 작품은 발표 한 달여 만에 하루평균 조회 수가 3만을 넘어서며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
이 외에도 70∼80년대 은어세계를 강타한 ‘×도 시리즈’를 본뜬 ‘섬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 섬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금이 묻혀 있다. 이 금이 바로 ‘대선자금’이며, 섬에서 나오는 약수의 이름은 ‘송광수’”라는 식.
네 번째 유형은 ‘광고패러디형’. 각종 사이트의 인터넷 유머란을 통해 배급(?)되고 있다. 음료 광고를 패러디한 것, 홈쇼핑 광고를 패러디한 ‘(주)두나라 돈가방 3종세트’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우리 정치는 정치비리 면에서 지난 몇 년간 괄목할 성장(?)을 했다. 이젠 기본이 1백억 단위로 바뀌었고 사과상자는 ‘차떼기’로 진화됐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패러디 풍자를 통해 실망을 넘은 ‘절망 속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