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화면.
2012년 12월 사체유기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원주 귀래 사랑의 집’ 사건의 장본인 장 씨는 지난 3월 <일요신문> 앞으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장 씨는 편지에서 여전히 억울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자신이 구속돼 있는 동안 대장암으로 사망한 입양 자녀 장성아 씨와 12년간 병원 냉동실에 방치돼 있다 지난 1월에서야 장례를 치른 또 다른 입양 자녀 장성희 씨의 이야기는 편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장 씨는 자신을 구속한 검사와 상대 변호사 등 12명에 대해서 지난 3월 12일 직무유기와 소송사기 등으로 경찰에 고소를 했다는 ‘근황’도 편지에 덧붙였다.
장 씨 입양 자녀들의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팀장은 “나 역시 장 씨로부터 유괴, 무고, 협박, 살인죄 등으로 고소를 당했다”며 “살인죄는 지난해 1월 대장암 말기로 사망한 장성아 씨를 잘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였는데 기각됐다”고 말했다.
장 씨가 장애인들을 입양하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 씨가 운영하던 원주 귀래 사랑의 집에는 양말부터 돈까지 후원자들의 후원이 끊이지 않았다. 장 씨가 장애 아동 21명을 친자식으로 입양해 돌보는 ‘천사 아버지’로 수차례 언론에 소개된 까닭이다. 본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했던 사랑의 집이 강체철거되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이후 산으로 들로 야생생활을 하는 고생 끝에 지금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장 씨의 인생 스토리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자신의 호적에 올린 장애 아동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기 위해 정관수술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그의 고백에 사랑의 집을 후원하는 후원자들도 날이 갈수록 늘었다.
그러나 장 씨에게 그렇게 많은 자녀가 필요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장 씨가 입양한 장애인 자녀 21명 앞으로 2억 원에 달하는 국가보조금을 받아 챙긴 것. 계좌로 받은 후원금만 해도 5억 원 상당에 이르렀다.
원주교도소에 구속된 장 씨가 “억울하다”며 <일요신문>에 보내온 편지와 진정서.
장 씨는 종교적 의미의 목사도 아니었다. 장 씨는 ‘목숨 버려 사랑하라’의 줄임말로 자신을 장 ‘목사’라 칭했다. 하나님의 법인이라고 했던 ‘사랑의 집’도 미신고 장애인 시설이었다.
30여 년을 ‘천사 아버지’로 살아왔던 이러한 장 목사의 실체는 2012년 6월 SBS <궁금한 이야기 Y>가 추적에 나서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사랑의 집에는 4명의 자녀만이 장 씨 부부와 살고 있었다. 남녀 할 것 없이 삭발을 한 모습과 팔을 가득채운 연락처와 이름이 적힌 문신은 그들이 사랑의 집에서 살아온 세월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입양 자녀에 대한 방임과 학대에 대해 장 씨를 수사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혐의가 공소시효가 지났고 증거를 찾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의 공분이 거세지면서 국가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SBS 취재 내용을 증거로 채택해 조사를 시작했고 검찰도 사랑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상황은 새 국면을 맞았다. 결국 2012년 12월 장 씨는 구속됐다. 장 씨 측은 장 닷컴까지 개설하면서 필사적으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랑의 집에 있던 원생 4명은 다른 장애인 시설로 옮겨가 ‘숨어서’ 생활하고 있다. 장 씨의 부인이 친권을 주장하며 “자식들을 돌려 달라”며 이들의 행방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들의 친자부존재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팀장은 “장 씨의 친부모가 나타나지 않아 호적상 친형제가 인도하는 방식으로 했다”며 “다행히 2심에서는 장 씨의 사체유기죄가 인정돼 지난 1월 23일 병원 냉동실에 있던 장성희 씨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며 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묻혀진 이야기 “입양아 6명 살해·암매장” 유골 나왔지만 이미 화장 ‘천사 아버지’로 알려져 있던 장 씨가 입양한 장애인 자녀는 21명에 이른다. 그러나 2012년 장 씨가 있던 사랑의 집에는 4명만이 살고 있었다. 병원 냉동실에 방치돼있던 시신 2구를 더해도 15명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 그러나 SBS 방송 이후 장 씨와 함께 과거 서울 소재 사랑의 집에 살았다는 임 아무개 씨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급박하게 전개됐다. 임 씨가 전한 사랑의 집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임 씨는 장 씨가 장애아들을 굶기고 성추행, 물고문까지 자행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말을 듣지 않는 다는 이유로 장애아 6명을 살해하고 ‘사랑의 집’ 식당 옆에 있는 땅에 묻었다고 했다. 장 씨와 생활했었다는 또 다른 원생 장 아무개 씨도 원생들이 물고문을 당했으며, 사람들이 올 때만 옷을 입을 수 있었다고 증언해 임 씨의 말에 신빙성을 더했다. 그러나 내발산동 땅이 개발되면서 임 씨가 지목했던 유기 장소는 현재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SH공사 측이 공사 당시 유골 7구가 발견된 사실도 있었다고 밝혔지만 유골을 화장시킨 관계로 확인도 불가능하게 됐다. 이 때문에 법원에서는 장 씨가 아이들을 죽였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임 씨의 고백은 묻히게 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팀장은 “당초 10가지가 넘는 혐의로 공소를 시도했으나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유인했다는 ‘영리목적 약취유인’이나 병원 냉동실에 방치돼 있던 시신 2구에 대한 ‘살인죄’도 증거불충분으로 공소장에서 빠졌다”며 “재판장에서 본 장 씨는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