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진 안상영 부산시장의 빈소. | ||
민선 3기로 선출된 자치단체장들 중 2월 현재 13명이 이미 구속, 기소 등의 이유로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권한대행에 자리를 내줬고, 4월에 있을 총선 출마로 13명의 지역 단체장들이 사퇴, 행정 공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 들어 광역시장들의 수난은 더욱 두드러진다. 연초부터 일부 시장들은 불법자금수수, 이권개입 등의혹을 받고 검찰과 법정을 들락날락하느라 본연의 업무는 뒷전이다. 때문에 각종 국책사업 및 시민 편의와 복지 관련 현안들은 아예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시장이 일찌감치 구속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리가 공석으로 남은 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비록 행정부시장이 그 권한을 승계, 대행하고 있으나 미덥지가 못하다. 시청 공무원들의 사기 또한 현저하게 떨어져 안정적인 시정 운영을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현재 법정구속되거나 검찰이 기소한 시장은 7명. 전국 81명의 시장 중 10%에 가까운 수치다. 안종길 양산시장, 우호태 화성시장, 박광태 광주시장, 윤영조 경산시장, 박진규 영천시장, 박신원 오산시장, 배한성 창원시장 등이 그들.
이들 중 현재 실형 선고를 받아 직무 수행이 사실상 정지된 시장은 안종길 양산시장과 박진규 영천시장. 안 시장은 98년 8월 양산 소재의 한 임대 아파트 입주를 조기 승인해주는 조건으로 C건설회사로부터 1억7천여만원을 받아 지난 7월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5천만원을 선고받은 안 시장은 혐의를 벗고 일선으로 복귀하기 위해 항소했으나 지난해 12월3일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형을 받았다.
박진규 시장이 구속된 영천시도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다. 박 시장이 지난 2월6일 법원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 추징금 1천만원을 선고받고 직무가 정지되자 시청 공무원들은 허탈감에 빠져 있는 모습. 박 시장은 2000년 10월 영천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하 직원 두 명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고, 2002년 12월 또 다시 이들로부터 아들의 결혼축의금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 박광태 광주시장. | ||
나머지 시장들도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우호태 화성시장은 지난해 7월 토석 채취업자에게서 채취 허가 등과 관련한 사례비 명목으로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같은 해 12월26일 구속됐다. 지난 1월13일부터 최승대 행정부시장이 시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현재 우 시장 사건은 수원지법에서 두 차례 공판이 진행됐으며 2월27일 3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윤영조 경산시장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윤 시장은 검찰 주변에서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긴급 구속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혐의가 뚜렷하게 포착돼 일선 복귀가 불투명하다. 대구지검은 윤 시장을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공천 대가로 5억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 2월3일 구속 기소했다. 이 일로 시청 일선 공무원들에까지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어 가뜩이나 지지부진했던 민간 골프장 건설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KIST) 유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박신원 오산시장은 지난 2월5일 제3자 뇌물수수, 특가법상 뇌물, 기부금품 모집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에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002년 8월 시내 대형 할인마트의 건축 승인을 해주는 대가로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에게 주류 납품권을 주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다. 검찰은 박 시장이 다세대주택 사업자 등에게 경로 무료급식사업 기부금을 받고 국회의원 시절 경찰관 두 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도시 시장들도 줄줄이 구속되고 검찰에 소환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안상영 부산시장이 지난 2월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지난 2000년 영광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와 관련, 현대건설로부터 사업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3천만원을 받아 불구속 기소된 박광태 광주시장은 지난 1월29일 그 혐의가 인정돼 법정 구속됐다.
전남지역 일부 군수들도 법정구속된 상황이다. 현재 고길호 신안군수가 금품 수수 혐의로 징역 5년과 추징금 1억6천5백만원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으며, 양인섭 진도군수와 임호경 화순군수도 선거법 위반죄로 이미 군수직을 상실했다. 윤동환 강진군수도 역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박태영 전남도지사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시절 납품, 용역 계약을 둘러싼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서울시장도 선거 직전 논란이 된 사전 선거운동 고소건 때문에 속병을 앓아왔다. 비록 지난 2월3일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당선 이후 1년8개월 가까이 매일 일정 시간을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벗기 위한 작업에 몰두해야 했다.
김태환 제주시장도 지난 2002년 현대텔콘의 준공허가와 관련,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오폐수 처리 부담금 2억2천여만원을 대납하면서 건물 사용허가를 내준 의혹이 최근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시 주변에서는 검찰이 김 시장 부인 계좌까지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탓에 제대로 업무 수행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제주는 우근민 도지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벌금 3백50만원을 선고받아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지난 1월 제11대 교육감 선거 나섰던 후보 네 명 모두가 수사를 받고 있어 도 전체가 어수선하다. 이 때문에 제주 국제 자유도시 건설사업 등 굵직한 국책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