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지역 국회의원 5명이 윤장현 광주시장 예비후보를 지지하자,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 사무실 앞에서 강운태·이용섭 후보 지지자와 옛 민주당 당원 등 80여 명이 규탄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민주당 출신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전략공천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전략공천에 대해 “광주에서는 ‘안철수는 김대중이 아니다’ 이런 막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손학규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동아시아미래재단 주최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광주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권을 빼앗는 전략공천은 민주주의 정신, 민주당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영환 의원도 “전략공천이 안산을 발칵 뒤집어 놨다”며 무공천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논란이 확산되는 이유는 당의 심장부 격인 광주에 전략공천을 한 것과 더불어 지도부의 의견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한길 안철수 대표의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른 광주시장 후보들은 후보 결정을 연휴 하루 전인 2일 저녁 발표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두 대표의 결정을 ‘밀실정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김한길 안철수 대표의 결정을 따르고 있던 당내 민주당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도 공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선거 관련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질서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아무리 야당이 분당과 합당을 많이 해왔지만 정치경험이 없는 개인과 합당한 적은 처음이지 않은가. 각 시·도당이나 공천심사위원회 등을 보면 안철수 대표 측 인사들은 옛 민주당에서 세를 못 얻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윤장현 후보 같은 경우는 당에서 현장 조사를 했을 때 인지도가 낮은 인물이었다. 안철수 대표 쪽에선 시민단체 출신으로 정치활동을 했던 적이 없어 새정치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광주의 유력 시민단체 인사들도 그다지 인정하지 않는 인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주시장, 안산시장 후보 전략공천 파문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당내에서는 이번 전략공천이 두 대표가 각각 자기 사람을 심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특히 광주시장 전략공천의 경우 합당 조건으로 안철수 대표와 지분을 5 대 5로 결정한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 측 후보에게 당선 확률이 높은 광주를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광주지역은 그동안 민주당의 상징이 돼왔다는 점에서 지도부 내에서도 민주당 출신 의원들의 반발이 심해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지도부 내에서는 우원식 신경민 박혜자 최고위원 등이 광주 전략공천에 반대했고 조경태 의원 등 안철수 대표 측과 가까운 최고위원들은 전략공천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제종길 안산시장 후보는 김한길 대표와 친분이 있어 김한길 대표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민주당 출신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제종길 전 의원은 안철수 대표 쪽 사람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과거 ‘민생모임(2007년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계파 모임 중 하나)’을 함께한 문병호 정성호 천정배 등과 같은 인사들과 가까운 사람”이라며 “그렇게 보면 신주류니까 김한길 대표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도부 내에서도 안산시장 전략공천을 할 경우 안산이 분열되지 않는 방향으로 후속조치를 잘해야 한다는 우려가 많았다”라고 귀띔했다.
김한길 안철수 대표의 전략공천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당 내에서는 현재 분위기에서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의 최고위원은 “지도부 회의에서 더 이상 전략공천은 없다는 얘기가 나오긴 했다. 당에서 공식입장은 그렇지 않은데 광주와 안산 전략공천에 대한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분위기상 하기 어렵다. 그래서 여성 자치단체장 전략공천도 없어지지 않았나”라고 내다봤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