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김무성 의원의 양강 대결로 예견되던 새누리당 차기 당권 경쟁에 최경환 의원, 김문수 지사 가세설이 돌면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번 당권 경쟁을 계파로 따져보면 ‘친박 2명(서청원·최경환) 대 비박 2명(김무성·김문수)’ 구도고, 출신 지역으로 보면 ‘충청 1(서청원), 대구·경북 2(최경환 김문수), 부산·경남 1(김무성)’ 구도다. 고차방정식이다. 정치권 돌아가는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렇게 분석했다.
“보통은 오엑스(○×)문제가 더 쉽다고 생각하지만 정치권에선 아니다. 4지선다형 문제가 되면 출제자의 의도만 파악해도 답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4파전은 결국 당에서 주도권을 쥔 친박계에서 의도한 어떤 결과를 도출하려는 몇 가지 플랜 중 하나로 본다. 최경환 의원이나 김문수 지사 입에서 직접 전당대회 출마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바에는 그냥 하나의 설로 보는 편이 낫다.”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1인2표제다. 보통 당 대표가 될 것 같은 후보에게 한 표, 자기 지역구 출신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진다. 단순히 1인2표로 표 계산을 할 경우 새누리당 안방인 대구·경북(TK)과 충청권에선 친박 후보가 유리하다. 부산·경남(PK)과 수도권에선 친박과 비박(김무성)이 나눠먹을 가능성이 크다. 2강 구도에선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가도 4파전이 되면 친박에 충청 출신으로 현재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서청원 의원에게 유리해진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하지만 기자는 차기 당권과 관련한 최근의 흐름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최경환 의원과 김문수 지사의 전당대회 출마설은 일종의 애드벌룬(언론에 흘려 여론을 살피는 정치권 용어) 정도에 불과할 뿐, 실제 두 사람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여권 돌아가는 사정을 수집하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해줬다.
“처음에 김 지사가 이번 지방선거 3선 도전을 포기하자 여권에서 이를 만류하며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김 지사가 계속 한다고만 하면 그를 꺾을 야권 후보가 없었는데, 김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야권 후보들이 선전하는 여론조사가 여럿 나왔다. 그래서 7월, 10월 재·보선을 노렸던 김 지사 쪽도 이를 포기하고 외곽에 포럼이나 모임을 만드는 쪽으로 선회하려 했다. 그런데 남경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해 선전하면서 일종의 면죄부가 김 지사에게 주어졌다. 김 지사 측이 서울의 7월 재·보선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최경환 의원의 주변에서도 “최 의원이 당 대표 도전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최 의원이 서청원 의원 쪽에 ‘전대 출마는 안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일각에선 최 의원이 전대에 출마하더라도 친박계 내 교통정리를 통해 ‘김무성 견제형’ 최고위원을 하려는 것이 와전됐다는 말도 있다. 18대 국회 때 홍준표 대표를 견제하던 유승민 최고위원의 역할과 같은 셈이다.
결국 여러 설들이 있었지만 서-김 양자대결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여권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최근 칩거와 묵언수행(?)을 이어나갔던 김무성 의원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요구하자 이에 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 의원은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고가 수습된 뒤에 하자. 단 특검부터 하자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고 밝혔다. 친박계에선 발끈했다. 정치권에선 “전대가 두 달 남은 상황에서 김 의원이 청와대 눈치보기보다는 여당 내 바른소리를 자처한 것으로 본다. 친박계 외 당내 의원들이 결집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해석하고 있다.
친박계로선 정부의 국정운영에 건건이 각을 세울 가능성이 큰 김무성 당 대표론은 큰 암초이자 난관이다. 1인2표제의 전당대회 선거방법을 바꿔 1인1표제로 해야 한다는 논의는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인1표로 갈 경우 김 의원에게 유리한 지역은 부산밖에 없다. 당 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선출을 따로 하는 ‘분리선출제’ 득실 분석도 한창이다. 최고위원을 친박계가 장악해 당 대표에 실리는 힘을 견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스며있다. 친박계인 이완구 의원이 원내대표로 추대된 것도 친박계로선 유리한 상황이다.
김무성 당 대표가 현실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측에서는 ‘김무성 총리론’까지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용인술을 잘 아는 친박계 전략 관계자는 “김무성 총리론은 허무맹랑한 가설”이라며 이런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은 한번 믿은 사람은 오래 쓰지만 한번 떠난 사람을 다시 껴안지 않는다. 그게 배신의 트라우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율사 출신의 선비를 선호하는데 김 의원은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서 의원의 국회의장 도전설도 슬며시 들어갔다.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원래대로 김-서의 대결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다소 희미한 당내 계파 지형도 이날을 기점으로 선명해진다. 친이, 친박 이후 집권 여당의 새 계파 대결이 예고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