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형
최근 지방의 한 경찰서장이 민간인을 폭행하고, 이를 본 기자의 휴대폰까지 뺏은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4월 초 울릉경찰서장 전아무개씨(56)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40대 주부를 희롱하고 민간인을 폭행, 직위 해제되는 일이 벌어진 것.
경찰 조사에 따르면, 평소 술을 좋아하던 전씨가 혼자 울릉도 U호텔 E레스토랑에 입장한 것은 오후 11시. 이미 1차에서 술을 마신 전씨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다시 술을 마셨고, 평소 알고 지내던 김아무개씨(45)와 우연히 마주치며 자연스럽게 일행과 합석했다. 일행은 세 명이었으며, 여성은 남아무개씨(45)가 유일했다.
사고의 발단은 술에 취한 전씨가 남씨를 희롱하고 “울릉도 사람들은 촌X들”이라는 발언을 늘어놓으면서부터. 전씨의 추태가 점점 심해지자 다른 남자 일행들이 발끈했고, 급기야 몸싸움로 번졌다.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한 적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목격자들은 “전씨가 김씨의 목을 조르고 발길질까지 했다”며 전씨의 폭행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전씨는 레스토랑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부하 경찰들에게 “김씨 일행을 모두 구속하라”고 지시하면서 우연히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이 모습을 지켜본 허아무개 경찰 출입 기자의 휴대폰까지 뺏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기자와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전씨는 폭행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부하 직원들로 하여금 출입 기자인 허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하게 하고 무려 세 시간 동안 업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분에 대해 전씨는 “사실이 아니다. 그저 말 시비였을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피해자 및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치하고 지역 여론마저 전씨에 대해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자 4월7일 전씨를 직위 해제시켰다.
한편 당시 사건 현장에는 울릉경찰서 당직 상황실장까지 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시비 거리를 낳고 있다.
이재형
타인의 명의를 도용, 신용협동조합을 인수해 거액을 불법 대출받은 경찰청 간부도 최근 구속돼 관심을 모았다.
대구지검은 지난 4월1일 대구 지역 신용협동조합 이사장들을 매수, 자신의 측근을 이사장에 앉힌 뒤 토지 감정가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무려 18억여원을 불법 대출받은 경찰청 과학수사과장 최아무개 총경(54)을 구속했다.
검찰 조사 결과, 최 총경은 이 같은 수법으로 2001년 11월부터 대구 용지신협 이사장 권아무개, 중리신협 이사장 배아무개씨에게 수억원대 돈을 주고 신협을 매수한 뒤, 2002년 10월까지 17억6천6백만원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 금액 외에도 “최씨가 타인의 명의로 17억원을 빌린 혐의가 추가로 포착됐다”며 돈의 사용처에 대해 집중 수사할 계획을 내비쳤다.
최 총경이 지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주식투자로 인해 4억여원의 채무를 지며 봉급이 가압류됐으며, 친인척이나 경찰 주변 관계자들에게 신협 인수 자금을 모았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은 경찰이 최 총경의 혐의를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한 여부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남이가형
경찰 범죄가 늘어나면서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논란도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전주, 김제 등지에서 경찰의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전북 지역의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전북지역에서 이 같은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김제경찰서 오아무개 전 서장(59)이 지난 3월23일 슬그머니 사직서를 낸 사실이 알려지고부터.
오 전 서장은 전주 중부경찰서장 재직 시절 직원 체육대회를 열면서 관내 업주나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을 줄곧 받아왔었다. 이 때문에 오 서장의 사직서를 수리한 전북경찰청은 정확한 조사 없이 사직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려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전북에서는 지난해 전주북부경찰서 D서장이 가짜 외국 상품 판매업체를 적발한 부하 직원에게 압수 품목 일부 누락을 지시한 것이 적발돼 사직한 적이 있다.
또 2002년 당시 김제경찰서장이었던 이아무개 서장이 수천만원의 공금을 유용하면서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몰래 경찰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전례도 있다.
부산의 한 유흥주점에서 발생한 경찰 집단 폭행 사건도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27일 새벽 0시30분경 부산 금정구 M유흥주점에서 회식을 하던 경남 양산 경찰서 웅상지구대 소속 경찰관 네 명이 양주 8병을 마신 상태에서 주점 업주 박아무개씨를 술병과 유리잔 등으로 집단 폭행,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건이다. 박씨는 얼굴이 10cm, 깊이 5cm 가량이 파인 것은 물론, 손가락과 발바닥까지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및 업소 종업원들은 사건이 터진 뒤 10여일이 지났음에도 경찰관들의 폭행 사실 여부를 확실히 밝히고 이들의 처벌을 경찰 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박씨는 사건 경위에 대해 “잠시 술자리에 앉았는데 ‘건방지다’며 여종업원을 내보낸 뒤 무차별로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주점에 있던 경찰관들이 주점 종업원의 제보를 받고 온 119구급차나 경찰을 모두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업소 종업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후 종업원들이 무려 9차례나 119신고를 하고, 112에도 5번이나 신고를 했으나 네 명의 경찰관들이 아무 일 없다며 다 돌려보내 할 수 없이 한 종업원이 도망치듯 나와 기절한 박씨를 병원으로 옮겼다고 진술했다.
반면 네 명의 경찰관들은 정당방위였다는 주장.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들은 “업주 박씨가 김아무개 순경에게 욕을 하고 뺨을 때려 싸움이 났고, 서로 치고 받은 것”이라며 “박씨의 상처 대부분은 깨진 유리 조각 위에서 발버둥 치다 생겼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인 부산 금정경찰서는 이 사건을 쌍방 단순 폭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폭행 당사자가 경찰관 신분임을 감안, 경찰관 네 명 중 김아무개, 이아무개 두 경찰관을 불구속 기소한 상태에서 당사자와 참고인 조사를 종결한 뒤 사건을 부산지검으로 이첩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