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4일 부산구치소에서 자살한 고 안상영 부산시장. 동성게이트 연루 혐의에 대한 부담이 자살의 한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 ||
특히 검찰의 수사 재개와 함께 이 사건과 관련해 ‘포우회’라는 단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세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 소재 기업인들이 현지 경찰을 후원하기 위해 만든 비공식적인 단체로 알려진 ‘포우회(抱友會)’는 경찰의 마스코트인 ‘포돌이’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가 최근 부상한 것은 검찰이 이른바 동성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부산지역 재계와 일부 경찰 고위직들 간의 중개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 부산경찰청 김모 경위가 포우회의 총무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경위는 동성게이트 사건이 불거진 직후 잠적해 검찰이 그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내부 인사에 따르면 포우회는 90년대 중반 시국사건이나 노사분규의 진압에 나선 전·의경들을 기업체들이 지원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의경들에게 지급되는 빵과 우유 등의 간식을 기업인들이 제공해주면서 경찰과 기업인이 어울리다 보니 상조회 비슷한 단체로 발전했고 나중에 부산지역 유력 기업체들이 총망라되는 거대 조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 단체는 자체 행사를 열어 경찰 간부들을 초청하기도 하는 등 대외적인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경찰 고위직 관계자들은 포우회 소속 기업인들에게 이같은 활동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99년 김대중 정부가 방범선진화를 목표로 이런 관행들을 모두 없앨 것을 지시하면서 경찰이 기업인들로부터 지원을 받는 일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이같은 조치 이후에도 포우회는 기업인들과 경찰 간부들간의 친목도모 차원에서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다.
포우회에 속하는 기업인들은 김성철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동성여객 이재헌 회장, 동원건설 장복만 회장,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 (주)반도 권홍사 회장 등 부산지역 1∼15위에 해당하는 유력 기업인들이 대부분 가입돼 있다는 것이 검찰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러나 포우회는 현재 예전과 달리 활발한 활동보다는 비공식적 모임을 통해 친분관계만 유지하고 있어 그 실체가 대외적으로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포우회라는 단체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치안 협의체일 뿐, 로비나 향응 및 접대를 위한 단체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포우회는 예전에는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으나 지금은 부정기적으로 일이 있을 때만 모일 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지난해 경찰의 날에 부산지방경찰청의 한 고위간부가 행정자치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자 포우회에서 축하연을 열어주며 금 한냥을 선물로 주며 축하를 하려고 했으나 본인의 고사로 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만큼 포우회는 지금까지도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경찰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 부산의 동성여객 | ||
그러나 부산 지역에서는 이 모임이 단순한 경찰 상조조직만은 아니라는 것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기업인들과 경찰이 밀접하게 지내는 데는 그만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동성여객의 대표인 이광태 회장의 아버지인 이재헌씨가 부산지방경찰청장 출신이고, 은퇴한 경찰의 친목회인 ‘경우회’ 부산지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지난 8일 (주)반도의 권 회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경찰 안팎에서는 한때 ‘포우회’ 관련설이 나돌기도 했다.
포우회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부산 현지 재계에서도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런 모임이 있다는 것을 이번 수사를 진행하면서 처음 알았다. 그러나 이 단체가 경찰과 어떤 관계인지 구체적인 확인은 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오가는 대가성 거래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 잠적한 상태인 김 경위를 조사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검찰은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자살한 이후 부산시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부시장을 비롯 국장급 4명, 과장급 2명, 계장급 3명이 동성여객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검찰은 총선을 앞두고 이 수사를 일시 중단하고, 총선 이후로 미뤘다. 따라서 총선이 끝남에 따라 동성게이트 사건에 대한 경찰과 국세청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 재개될 전망이다. 때문에 검찰 수사내용에 따라 부산 관가에 전례없는 사정 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부산 경찰 내부에서는 부산지역 기업으로부터 경찰로 들어온 돈의 액수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현직 부시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경찰 고위직도 소환될 가능성이 커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또다른 수사대상인 국세청측은 고위직보다는 사무관 이하의 직급에서 금품수수가 오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사결과 드러난 국세청 인사들의 금품수수 액수가 비교적 많은 것으로 알려져 국세청 역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부심하고 있다.
포우회를 둘러싼 경찰-기업인간의 커넥션이 드러날 경우 동성게이트는 공무원 내부정화로 이어지는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 관가는 숨죽인 채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