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하는 ‘V’자 손모양은 조금 다른 의미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을 계기로 반전 반핵 운동을 펼치던 히피들 사이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따라서 오늘날까지도 미국과 유럽에서의 ‘V’자 손모양은 ‘승리’보다는 ‘평화’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평화를 나타내는 기호, 즉 동그란 원 안에 있는 ‘Y’자 모양을 손가락으로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 허난성 룽먼석굴에도 ‘V’자 손모양을 그리고 있는 오래된 불상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중국 3대 석굴 가운데 하나인 룽먼석굴에 있는 10만 개의 조각상 가운데 하나인 이 아미타불 불상의 오른손을 보면 분명 검지와 중지를 펴보인 ‘V’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이 부처의 손모양이 ‘평화’ 혹은 ‘승리’ 표시의 기원인 걸까? 그렇지 않다. 이 부처의 손가락은 단순히 오랜 세월로 인해 손상된 것일 뿐, 사실은 엄지손가락까지 펴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실제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지손가락이 잘려 나간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불상은 당나라 고종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