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단행된 검찰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서는 강금실 법무장관이 송광수 검찰총장과의 힘겨루기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31일 법무부 업무보고에 앞서 대화하는 송 총장과 강 장관. | ||
지난 27일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하기에 앞서 강 장관은 송 총장과 여러 차례 만나 협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송 총장이 법적으로 보장된 인사협의권을 통해 자신의 의사가 대폭 실린 인사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강 장관이 송 총장의 인사안에 대해 고심한 흔적은 엿보였지만 내용면에서는 분명 강 장관의 뜻이 상당부분 반영된 인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송 총장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번 인사와 달리 강 장관과 송 총장이 세 차례나 만나고 수차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인사안을 협의한 것 자체가 송 총장의 힘이 실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도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해 3월11일 단행된 검찰 간부 인사와 지난 1월 단행된 검사장 승진인사에서처럼 송 총장 라인이 배제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대희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인사였다. 송광수 검찰총장 체제가 들어온 이후 검찰을 이끌어왔던 인물은 바로 송 총장과 안 부장이다. 특히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안 부장은 내심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보될 것을 기대했었다. 불법 대선자금을 마무리가 임박했을 때 안 부장은 브리핑에서 은연중에 이 같은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안 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외견상으로는 분명 승진이지만 안 부장은 인사가 단행된 뒤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안대희 | ||
송 총장은 지난 2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 인사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인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인사가 이뤄지면 안 부장은 수사를 이유로 유임이 불가피해져 사실상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데 따른 송 총장의 배려라는 해석이 더 많다.
안 부장의 후임자 선정에도 송 총장의 입김이 작용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대검 참모 가운데는 안 부장을 비롯, 문영호 기획조정부장과 유성수 감찰부장 등이 송 총장 라인으로 분류된다. 특히 문 부장은 사시 18회로 후임 중수부장에 유력하게 거론됐다. 문 부장은 대검 중수2·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1부장을 거친 특수수사통이다. 사시 18회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특수수사통인 것이다. 하지만 문 부장은 창원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사시 18회 가운데는 문 부장을 제외하면 중수부장직에 꼭 맞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후임 중수부장은 사시 19회 출신의 박상길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으로 건너뛰었다.
유성수 감찰부장도 대전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유 검사장은 사시 한해 후배인 김희옥 검사장이 거쳤던 자리에 앉게 됐다.
전보 인사에서뿐만 아니라 검사장 승진인사에서도 송 총장의 핵심참모가 배제됐다.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대상은 사시 21회다. 사시 21회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래도 박만 서울지검 1차장, 문성우 2차장, 신상규 3차장과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이다.
이 가운데 박 차장은 송 총장이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 답변자료를 정리하는 등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박 차장은 송 총장의 최측근이전에 공안기획관, 수사기획관, 서울지검 공안1부장 등 공안과 특수의 요직을 모두 거친 엘리트 검사다.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박 차장이 검사장으로 승진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박 차장은 이번 승진 인사에서 누락됐다. 재독 송두율 교수와 한총련 수배자 문제 등 공안사건 처리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 이번 승진인사에 배제된 이유가 아니냐고 보고 있다.
▲ 박만 | ||
이는 강 장관이 송 총장 인사들을 요직에서 배제시키는 것과 함께 나름대로 자신의 측근들도 요직에서 배제, 인사에 대한 불협화음을 없애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번 검찰 간부 인사에서 인사안에 대한 불협화음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강 장관과 송 총장에게 철저히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이 송 총장과 여러 차례 만나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이 같은 청와대의 주문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오전 검찰인사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 강 장관이 송 총장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가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사장급 이상 인사가 마무리되자 오는 7일 단행될 중간간부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중간간부 인사는 파격적인 인사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강 장관이 지난해 8월 검찰 중간간부에 대한 인사에서 경향교류, 고·지검간 순환인사라는 원칙을 앞세워 송 총장의 참모들인 대검 과장들을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재경지청이나 일선지방청으로 전보한 사례가 또다시 되풀이될 것으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송 총장 입장에서는 내년 4월 검찰총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사실상 마지막 인사인 이번 중간간부에서 최대한 자신의 측근들을 중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강 장관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또 한번의 인사태풍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