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 13기는 사시 23회 합격자들로 이른바 ‘사시 졸업정원제’의 첫 케이스에 해당되는 기수. 이전 기수에 비해 인원이 배나 늘어나 모두 3백여 명이 배출됐으며 검찰에도 50여 명이 포진해 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도 이들과 ‘동기생’이다. 이 같은 13기 출신들을 두고 ‘검찰의 리바이어던’이라 표현한 송 총장의 속내에 대해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리바이어던이 ‘증식력이 뛰어난 괴물’ ‘권력’ ‘교만의 왕’ 등 여러 가지 뜻으로도 풀이되는 까닭이다.
송광수 총장이 리바이어던 발언을 한 3일의 간담회는 당초 그가 검찰 인사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 해명을 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이날 송 총장은 추측성 언론 보도에 대해서 불만을 드러냈다.
참석 기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송 총장은 세 가지의 실례를 들어가며 일부 언론 보도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송 총장은 “대검 중수부장 인사와 관련해서 나는 문영호 창원지검장을 밀고, 강 장관은 박상길 부장을 밀었다고 썼던데, 그러면 박 부장이 (내게) 얼마나 섭섭해 하겠나. 전임 안대희 부장도 경남 사람인데, 또 경남 사람이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지역 안배까지 고려한 인사였다는 의미였다.
그는 이어서 ‘법무부 간부들은 대거 영전하고 대검 부장들은 물 먹었다’는 기사와 ‘공안 검사의 홀대’라는 기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한다. “박상길 부장이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이 아니라)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했다 하더라도 어차피 중수부장 할 사람은 박 부장밖에 없었다”는 것.
또한 송 총장은 “홍경식 대검 공안부장이 의정부지검장으로 간 것은 홀대가 아니라 갈 곳으로 간 것이며 기수상으로 볼 때 그것을 홀대라고 하는 것은 검찰의 현실을 잘못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지검의 박만 차장과 신상규 차장이 승진 못했는데, (이에 대해) 장관과 오랜 시간 논의했다”면서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대검 수사와 관련해 공이 많으니 승진 대상에 넣어야 했고, (승진된 김준규) 수원지검과 (이복태) 부산지검 차장도 서울지검 차장들 못지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지검 차장들은 내년에 될 것이고, 이는 내가 두 사람한테 입이 닳도록 얘기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관심을 모았던 안대희 부산고검장의 ‘서울지검장 입성 불발’에 대해서는 “안 부장은 승진 영전 인사다. 다른 것은 말하기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해간 것으로 전해졌다.
송 총장이 리바이어던 발언을 한 것은 그 이후 검사장급 이하 간부 인사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면서 부터다.
송 총장은 “내가 검찰국장도 해서 잘 아는데, (연수원) 13기가 (인사에서) 문제”라고 운을 뗀 뒤 “지금 13기가 대검 기획관이나 작은 지검 차장급으로 포진해 있는데, 고검에 가기 싫어한다. 고검에 보내면 언론에서 자꾸 물먹었다고 쓰는 바람에 난처하다. 앞으로 보직관리 위해서 13기부터는 무조건 예외없이 고검에 한 번은 가야 한다”고 못박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연수원 13기 이하 출신은 반드시 고검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지금 갑작스레 정해진 것이 아니라, 송 총장 자신이 법무부 검찰국장을 하던 지난 2001년에 이미 정했던 것임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고검으로의 순환보직 인사는 지난해 강 장관이 취임하면서 “고검 기능 정상화 취지에 따라 유능한 인사를 고검으로 발령해 ‘고검=좌천’이라는 기존의 관행을 깨겠다”고 일성함에 따라 강 장관의 작품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터였다.
▲ 송광수 검찰총장 | ||
‘리바이어던’은 원래 구약성서에 나오는 수중 괴물을 가리킨다. 성경에 따르면 이 괴물은 야훼가 욥에게 신의 절대적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창조한 것으로 나와 있다. 성경은 이 괴물에 대해 ‘그 앞에서는 아무도 이길 가망이 없어 보기만 해도 뒤로 넘어진다. 건드리기만 하여도 사나와져 아무도 맞설 수가 없다. 누가 그와 맞서서 무사하겠느냐. 하늘 아래 그럴 자가 없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후 철학자 홉스, 소설가 폴 호스터 등이 자신의 책에서 ‘리바이어던’이란 표현을 쓰면서 이 단어는 ‘다수의 권력’ ‘국가’ ‘증식력이 뛰어난 존재’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송 총장의 리바이어던 발언 소식에 대해 연수원 13기 출신들은 대부분 “리바이어던이 무슨 뜻이냐?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밝혔지만 그 발언의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최근 고검으로 발령난 한 검사는 “총장이 우리를 그런 괴물로 표현했는가”라며 웃은 뒤 “지금 검찰에서 현직에 남아 있는 13기가 5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윗기수도 16명 정도에 불과하고, 14기 이후도 40여 명 수준이고 보니 13기에서 (인사) 적체현상이 빚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총장 입장에서는 인사 문제로 골치가 아플 만도 하겠지만 와닿는 비유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역시 13기 출신인 한 검사는 “검찰 내에서 덩치가 큰 우리 기수에 대해 은유적으로 쓰는 표현을 총장이 기자들에게 비유 삼아 전달한 차원으로 본다”면서도 “당장 내년부터 13기가 검사장 승진 케이스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검사장 자리를 폐지한다든지 하는 제도적 개혁이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얼마 전 검사직을 떠난 S변호사는 “인원이 많다보니 개중에는 능력이 출중한 인사도 있고 튀는 인사도 있을 수 있지만, 확실히 다른 기수에 비해서 우리 13기가 내부 경합이 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금 같은 인사 제도 아래서는 ‘희생’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시 23회 출신으로 전직 판사인 K변호사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13기는 5공 정권이 만든 ‘사시 졸업정원제’의 시대적 첫 희생양”이라고 규정한 뒤 “군사정권이 사시 합격자를 다수 배출하도록 만든 것은 소수만이 살아남는 조직 구조 속에서 무한 경쟁을 유도해 인권 등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리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시각대로라면 20여년 전 군사정권이 강행한 ‘사시 졸업정원제’가 이제 무거운 부메랑이 되어 검찰조직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13기의 인사 적체 문제는 강 장관이 지난해 취임 당시 동기생 검사들을 따로 불러 대책을 논의했을 정도로 장관부터가 심각하게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13기와 강 장관을 동일선상에 놓고 송 총장과 대립선상에서 보려는 일부 시각은 난센스다. 송 총장 발언의 본질은 다들 공감하는 인사의 어려움을 비유한 것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약 50여 명에 이르는 연수원 13기 출신의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 대부분 고검 검사나 지검 차장 또는 전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이 가운데서도 이번에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발령난 차동민 검사와 부산지검 1차장 한상대 검사, 서울고검의 박영관 황교안 검사, 부산고검의 공성국 검사, 의정부지검의 정선태 차장 등이 그동안 언론을 통해 꾸준히 선두그룹으로 거론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