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유영철이 인육을 먹었다는 진술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또 한번 경악해야 했다. 사진은 지난 7월23일 이문동 사건 현장검증 장면. | ||
과연 검찰이 아직까지 열지 않은 ‘유영철 X파일’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유씨도 해외의 연쇄살인범들처럼 피해자들을 놓고 충격적인 자기만의 ‘의식’을 치렀던 것은 아닐까. ‘인육사건’ ‘살인교본’ 등 검찰 수사 이후 새로 불거진 유영철 관련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부패한 고깃덩이의 진실
지난 13일 연쇄살인 피의자 유영철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발표에서 유영철이 인육을 먹은 부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한 기자가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 것.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영철이 세 번 정도 피해자 신체의 일부를 먹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확인은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은 유영철 검거 당시 유씨 집 냉장고에 있던 고기들이 혹시 피해자의 것들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외 연쇄살인범들의 전례에 비쳐 보면 ‘전리품’으로 피해자의 피를 병에 담아 보관하거나 인육을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검거 당시 유씨 집 냉장고에는 잘 포장된 고기들이 가지런히 보관되어 있었다.
유영철을 면담한 범죄심리전문가들은 유씨로부터 “인육을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연쇄살인범의 이 같은 공통된 특징을 검찰에 말했고 검찰은 유씨 냉장고의 고기들이 혹시 피해자의 것인지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유영철은 돼지 삼겹살을 좋아했고 유씨의 집 근방에 있는 G마트에서 자주 삼겹살을 산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유씨는 G마트 회원카드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추적해 검거되기 전에도 돼지고기를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기자들이 “(냉장고 속 고기에 대해) 혹시 DNA 검사를 하지 않았는가”라고 묻자 검찰은 다소 불분명한 답변을 했다. 소와 돼지 같은 포유류의 DNA와 사람의 DNA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DNA 검사만으로는 인육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 기자들이 재차 질문을 쏟아내자 결국 검찰 관계자는 “고기가 상해서 DNA를 확인하기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유씨 스스로 “피해자의 간을 먹었다”는 진술을 했고 유씨 냉장고에 고기가 보관돼 있었다는 점은 또 하나의 궁금증을 남긴다. 과연 유씨 집에 남아 있던 그 고깃덩어리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유영철 VS 미국 체이스
유영철은 자신이 피해자의 인육을 먹은 이유를 “해방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범죄심리분석가들은 유영철이 피해자의 인육을 먹을 정도로 살인에 광적이었다는 것은 또 다른 엽기행각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
||
| ▲ 검거 당시 유영철 집의 냉장고. | ||
짐승들의 목은 그가 동물들을 대상으로 살해 연습을 한 결과물이었다. 공교롭게도 유영철도 지난해 9월23일 첫 범행 전에 개를 상대로 범행을 연습했다. 체이스는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내장을 꺼내 먹기도 하고 피를 용기에 받아 마시기도 했다. 피와 고기를 집에 기념품으로 보관하기도 했다. 혹시 유영철에게서도 체이스의 엽기 행각과 같은 또 다른 비밀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체이스와 유영철의 범죄행태는 상이한 부분도 있다. 체이스의 경우 피해자를 토막 내서 숨기기보다는 살해한 채 방치했다. 게다가 정신적으로도 이상증세를 보였다. 체이스는 “나의 피가 가루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간과 동물의 피와 기관들이 필요하다”고 진술했다. 또한 체이스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비체계적 살인범’인 반면 유영철은 치밀한 계획하에 범행을 저지르는 ‘체계적 살인범’으로 분류된다.
유영철 VS 정두영
유영철은 교도소 지난 2000년 6월 한 월간지의 ‘추적, 냉혈의 연쇄살인범 정두영 연구’를 보면서 구체적인 범행방법을 연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두영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10개월여 동안 9명을 죽이고 8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살인범.
그의 ‘범죄 교본’ 역할을 한 정두영은 무인경비시스템이 장착된 부유층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부녀자나 노약자만 있을 만한 시간대를 범행 시간으로 택했다. 유영철이 저지른 4건의 주택가 연쇄살인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범행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유영철은 이것보다 한 발 더 앞서갔다. 정두영은 금품을 훔치기 위해 주택가를 침입했으나 유영철은 금품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원한관계에 의한 살인으로 수사범위를 축소시켜 경찰의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였다.
정두영은 범행현장에서 자신의 얼굴을 본 목격자를 살려두는 ‘실수’를 범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한이 서린 정두영이 “17개월 된 갓난아이가 있다”고 읍소하는 한 여인을 차마 죽이지 못했던 것.
그러나 유영철은 갓난아이만 살려뒀을 뿐 ‘현장’에서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닥치는 대로 살해했다. 특히 주택가 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해 언론에서 신발바닥의 무늬가 중요 증거로 알려지자 자신의 신발을 모두 찢어 버리고는 더 이상 주택가를 무대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 정두영이 천안에서 마지막 범행을 저지르고 검거되었을 당시 경찰은 정두영의 신발바닥이 한 방송사 공개수배 프로그램에 나온 것과 일치해 정두영의 이전 범행(부산 서대신동 강도살인 사건)을 밝혀냈다고 한다.
정두영의 공범 여부가 당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정두영은 “공범이 있는 범행은 반드시 잡히는 것을 보았다”며 단독범행임을 주장했다. 유영철에게도 공범의 존재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유영철도 “공범이 있으면 들킬 가능성이 높다”며 단독범행을 주장했다.
정두영은 9명을 죽였지만 살인에 대해 미리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주먹, 야구방망이, 망치, 부엌칼 등 손에 잡히는 대로 흉기를 선택했고 살의를 품었다가 살려두기도 했다. 정두영은 금품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금품을 빼앗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물건이든 사람이든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그러나 유영철은 미리 계획된 방식으로 목적을 달성하고 목적 이외의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유영철이 좀 더 냉철하고 이성적이었던 것이다.
유영철은 정두영의 기사뿐 아니라 <공공의 적>, <양들의 침묵> 등 연쇄살인과 관련된 책과 영화를 보며 완벽한 살인을 꿈꾸었다. 이런 ‘참고 자료’들을 통해 유영철은 더욱 ‘진화’된 연쇄살인을 저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다음번에는 누군가가 유영철의 범죄를 ‘교본’으로 삼아 더욱 진화된 연쇄살인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