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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일 이창동(왼쪽) 강금실 전 장관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샤갈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일보 | ||
노무현 정부의 ‘코드 장관’이었던 두 사람이 이날 ‘뭉친’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대체 둘은 어떤 친분 관계일까. 하루간의 짧은 만남 뒤에도 무성한 뒷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시 두 사람은 전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한 차림으로 거리낌없이 문화 생활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세상의 시선은 엇갈리지만 두 사람 주변에서는 “자유주의자인 두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 “이제서야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평하고 있다.
강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의 이날 데이트 코스는 철저하게 ‘문화 즐기기 코드’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영화관 시네큐브에서 이란의 예술영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을 관람한 뒤, 역시 인근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샤갈 전시회>를 찾았다. 이날 두 사람의 모습을 목격한 영화관과 미술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사람 외에 다른 동행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영화관 옆에 맞닿은 한 고급 카페에도 들러서 한동안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이날 두 사람의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봤다는 한 인사는 “첫눈에 보기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으로 두 사람이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얘기하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 같았다. 전혀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했고, 최근 두 사람이 잇따라 경질을 당한 것처럼 알려졌는데도 오히려 그들은 더 자유스러워진 듯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문화계 인사는 “두 사람이 서로 문화 코드가 통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입각하기 전에는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아마도 나란히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더욱 친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모르긴 몰라도 영화는 이 전 장관이, 미술 관람은 강 전 장관이 각각 하나씩 추천한 모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화감독인 이 전 장관은 평소 이란이나 동유럽의 예술 영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 또한 지난해 가을, 장관 재직시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샤갈전을 찾았을 정도로 샤갈 작품을 ‘서정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작품’이라고 호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전직 장관은 참여정부 첫 내각의 대표적인 ‘파격적 코드 인사’라는 틀 속에서 서로 동질감을 형성해 왔다. 국무회의 석상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자주 밝혔고, 업무상 부처간의 협조도 원할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 문광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월 발표된 ‘문화적 교정시설 조성’사업 역시 문광부와 법무부 수장의 공통된 정서가 잘 맞아떨어진 작품이라는 평이다.
이 사업은 삭막한 범죄자 수용시설 내에 공연 관람 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이 장관이 부처 내에 ‘문화소외계층 지원 태스크포스팀’을 두고 소외계층에게 문화적 지원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이었는데, 바로 그 첫번째 사업으로 교정시설을 선택한 것의 배경에는 강 전 장관과의 친밀도가 한몫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작 두 사람의 친밀도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조성한 측면이 컸다. 대통령 탄핵과 송두율 교수 국보법 위반 등의 민감한 사안이 등장할 때마다 야당에서는 이들 두 사람을 대표적인 ‘노빠부대’(노 대통령의 측근 지지세력)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특히 ‘이심전심’이 된 계기는 역시 올 초부터 불거진 ‘총선 차출령’ 거부였다. 열린우리당과 심지어 노 대통령까지 두 사람의 총선 참여를 권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들은 한사코 “정치에는 전혀 뜻이 없다”며 끝내 고사했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같은 처지에 몰린 두 사람이 많은 의견 교환을 나눴을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당시 이들 두 사람과 꾸준히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강철 전 특보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창동 장관은 처음부터 불출마 의지가 워낙 강했다. 강금실 장관은 조금 여지가 있었기에 설득도 하고 압박도 해 봤지만 역시 완강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두 사람과 비교적 고루 친분을 갖고 있는 한 관계자는 “내가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워낙 본인만의 개성이 강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문화적인 코드는 맞는 것 같다”면서 “두 사람은 진짜 정치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야말로 자유주의자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들 두 사람은 장관 재직시에도 ‘자유주의자’적인 모습을 한껏 노출시켰다. 우선 옷차림과 언행에서도 파격적이었다. 특히 올해 설 연휴 기간 동안 노 대통령이 새해 각오를 다진다는 의미에서 국무위원 전원과 북한산 산행을 계획했을 때에도 강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나란히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 6월30일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후 외출을 별로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근 나돌고 있는 영화 작업에 벌써 들어갔다는 소문도 주변 영화계 지인들 사이에서 나온 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다소 와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 예술인들의 교류가 비교적 활발한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현재 정지영 여균동 감독 등이 하나의 국제영화제를 의욕적으로 준비중이라고 하는데, 아직 이 전 장관은 여기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과 친분이 있는 여 감독은 “장관 그만둔 이후 거의 두문불출해서 아직 나도 얼굴을 못 봤다. 어느 정도 휴식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역시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당초 예정대로 법무법인 지평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는 아직 본격적인 복귀를 미루고 집에서 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평의 한 관계자는 “장관에서 물러난 이후로 몇 번 사무실에 나오기는 했지만, 아주 중요한 일처리가 아니면 나오지 않는다”면서 “공식적으로 현재 두 달간의 휴가를 낸 상태”라고 밝혔다.
주변의 전언에 따르면 강 전 장관은 집에서 휴식을 좀더 취한 뒤 9월께에 스페인 여행을 다녀와서 10월쯤 변호사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과 친분을 갖고 있는 한 문화계 인사는 “그만두고 난 뒤 한 차례 통화를 했는데, 너무 홀가분해 하고 좋아하더라”면서 “내가 뭐라고 했나. 그 양반은 정치를 할 양반이 아니다. 앞으로 자유롭게 배우고 싶은 것 배우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 만나고 다닐 모양이더라”라고 전했다.
들어올 때도, 또 나갈 때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늘 동병상련의 아픔을 공유했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동지적 유대감을 형성한 셈이 됐다. 지난 4일의 데이트 역시 여전히 어떤 ‘의도성’을 의심하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과감하게 던지는 자유인으로의 복귀를 가장 그들다운 방식으로 ‘공개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