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씨(26)와 허아무개씨(22)는 척추궁협부결손 진단을 받아 병역을 면제 받았거나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 척추궁협부결손은 척추뼈 사이사이를 이어주는 작은 뼈들이 없어지거나 부서진 것인데 2개 이상 손상되면 4급 판정, 4개 이상 손상되면 면제인 5급을 받는다. 또한 4급 판정을 세 번 받으면 병역이 면제된다. 마찬가지로 허리디스크로 알려진 수핵탈출증 또한 면제 사유가 된다.
박아무개씨(23)는 수장족저다한증을 받아 4급 공익판정을 받았다. 수장족저다한증은 손바닥과 발바닥에 땀이 많이 나는 증상으로 손을 찬물에 씻은 뒤 주먹을 쥐고 2분 이내에 땀이 흥건히 배이면 4급, 30초 이내면 5급 판정을 받는다.
또 다른 박아무개씨(25)는 악골질환으로 면제를 받았다. 악골질환은 치아를 둘러싼 얼굴뼈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이 역시 면제사유가 된다.
그렇다면 브로커 우씨 등이 신장질환 이외에 다른 병으로 면제를 받기 위해 또 다른 수법을 개발한 것일까. ‘신장질환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두 사람의 브로커 중 특히 경험이 풍부한 우씨의 경우 일단 의뢰를 받으면 대상자들이 병역 면제를 받는 길을 찾기 위해 사전에 나름대로 ‘진단’ 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보인다. 진단 결과에 따라 대상자들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을 선택했을 개연성이 크다.
우씨가 이미 병역면제에 대한 노하우를 상당히 축적해 ‘실전’에 이용해온 셈이다. 신장질환 조작을 전문가 수준으로 연구할 정도라면 다른 병역면제 사유에 대해서는 이미 꿰고 있는 경지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상자에게서 면제를 이끌어낼 만한 다른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을 경우 우씨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구체신염과 신증후군 조작법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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