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뽕주’를 당분간 ‘독’처럼 여기면서 멀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 지난 10월1일 인천 지역의 한 술집 주인과 종업원들이 몇 잔이면 인사불성의 만취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뽕주’의 성질을 교묘히 악용, 취객들에게 몰래 ‘뽕주’를 먹인 후 바가지를 씌우다 경찰에 적발됐기 때문.
‘뽕주’로 손님들의 지갑을 노린 업소는 인천 계양구 계산동의 Y주점. 술병 마개를 따지 않고 바로 손님에게 내오는 보통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이라면 이 같은 범행은 쉽지 않았을 것.
그러나 이 업소는 주로 맥주를 박스 단위로 주문하는 일명 ‘방석집’. 대개 박스에 있는 맥주병들의 마개를 따서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손님들은 쉽게 ‘뽕주’의 위험에 노출됐다. 더욱이 업소측은 손님들 대다수가 이미 1, 2차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해 판단력이 흐려져 있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업소 주인 김아무개씨(여·44)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원조 ‘뽕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농도가 진한 ‘짬뽕주’를 손님 몰래 맥주병에 타 손님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은 지난 9월21일 이 ‘뽕주’를 마시고 정신을 잃은 박아무개씨(34)의 신용카드를 빼내 2백60만원을 결제하고 박씨를 길가에 버리는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손님들로부터 7백20만원을 강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통 ‘뽕주’라면 ‘언더락’ 잔에 맥주, 양주, 소주(혹은 탄산음료)를 각각 3분의 1씩 따른 뒤 잔 위를 물수건으로 덮고 흔든 후 테이블에 쳐 거품을 쏟아내고 남은 잔액을 마시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업소는 무려 여섯 가지 술과 음료수를 뒤섞은 ‘초강력 뽕주’를 주조(?)해 손님들을 ‘무아지경’에 빠뜨렸다.
경찰 조사 결과 Y주점의 초강력 뽕주는 기본 재료인 맥주, 양주, 소주에 이온음료와 두 종류의 민속주 등을 뒤섞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통 ‘뽕주’는 맥주로 절반 이상을 채우고 나머지를 소주와 양주로 반반씩 채우는 것이 애주가 사이에서 굳어진 주조법. 하지만 이 업소는 이외에도 알코올 도수 12~13도가량의 두 가지 민속주와 이온음료를 적정한 비율로 섞어넣어 ‘폭발력’을 높였다.
일반적으로 알코올은 15~20도 사이가 체내에서 가장 빠르게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 23도와 40도가량인 소주와 양주, 그리고 4~5도의 맥주를 조합하는 보통 뽕주만으로도 음주자들이 취하기에 충분한 셈.
그러나 Y주점측은 더욱 체내 흡수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 여기에 이온음료를 섞었다. 또한 손님들이 맥주의 색이나 맛을 판단할 수 없을 만큼 취한 상태라는 것을 계산하고 맥주의 양을 줄이면서 최적 도수를 맞추기 위해 10도대 중반인 민속주 두 가지를 더 타는 ‘기교’까지 부렸다.
그렇다면 Y주점이 만들었던 ‘6색 뽕주’의 맛과 냄새, 색깔은 어떠할까. 기자가 같은 방식으로 직접 제조해 본 ‘뽕주’의 색은 맥주 본연의 색깔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맥주에서 볼 수 있는 거품은 보이지 않았으며 이를 마실 경우 양주, 뒤이어 민속주의 독특한 냄새가 뒤엉켜 쉽게 폭탄주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방석집’을 찾는 손님들은 상당히 취해 있는 상태라 후각과 미각 감각이 떨어져 있게 마련. 설사 ‘뽕주’라는 사실을 알고 접대부들에게 이유를 묻더라도 이들이 손님을 위해 폭탄주를 준비했다고 둘러대면 기분 좋다고 마시고 이성을 잃을 정도로 취하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경기 불황과 성매매방지법 시행이라는 암초가 겹치며 사면초가에 처한 일부 ‘방석집’ 등에서 적자를 만회하려는 목적으로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행태가 늘고 있다.
주로 취객들을 상대로 하는 소규모 술집 등에서 맥주를 다 마시기도 전에 빈 병 치운다며 마개를 따지 않는 병까지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고전적 수법도 여전한 상태. 게다가 이처럼 ‘초강력 뽕주’로 손님의 정신을 빼어놓은 뒤 신용카드를 빼내 술값을 과다 계상하는 범죄가 점차 증가 추세에 있는 상태다. 계속되는 불황, 옥쇄처럼 죄어오는 단속. 그로 인해 하루 한두 테이블 받기도 어려운 처지인 이들에게서 또 어떤 기막힌 ‘뽕주’가 탄생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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