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28일 강금실 장관이 법무부 장관 이임식에서 “너무 즐거워 죄송하다”며 웃고 있다. | ||
하지만 강 전 장관은 최근 2개월 동안 공식석상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으로 복귀도 사실 본격적인 것은 아니다. 기자들과의 만남은 물론 정·관계 인사와 접촉도 철저히 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강 전 장관의 행보에 대해 엉뚱한 내용들이 보도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 그와 가깝게 지내고 있는 문화계 인사 S씨는 “강 전 장관은 스페인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최근 그에 대한 보도는 그야말로 소설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과연 강 전 장관은 세상의 ‘러브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S씨의 전언 등을 통해서 강 전 장관의 장관직 사퇴 이후 지금까지의 모습과 심경을 들여다봤다.
S씨는 강 전 장관이 판사 시절부터 오래도록 함께 교분을 나눠온 측근이다. 문화계 인사들과 접촉만 주로 가지며 ‘문화 웰빙’을 즐기고 있는 강 전 장관이 최근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여성 문화계 인사이기도 하다.
당초 인터뷰를 꺼려하던 S씨는 “강 전 장관의 개인적인 삶을 왜 그토록 궁금해할까 의아하기도 하지만, 잘못 나가는 것보다 제대로 나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근의 근황을 기자에게 비교적 소상히 소개했다.
한편 강 전 장관측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지평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인터뷰할 뜻이 없으며 추후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한 이후에 만나겠다고 하신다”고 밝혔다.
최근 강 전 장관이 변호사 업무에 다시 복귀했으며, 얼마 전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는 보도가 계속 나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스페인은 전혀 간 적이 없고, 변호사 업무도 정식 복귀는 아직 멀었다는 것.
S씨에 따르면 강 전 장관은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장관직을 그만둔 직후 홀로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후 조카와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 그것으로 일단 여행 계획은 끝이라고 한다. 얼마 전 만남에서 강 전 장관이 S씨에게 “언론에서 이미 날 스페인 여행을 보내 놨으니 이제 거기는 갈 필요가 없겠다”며 웃더라는 것.
강 전 장관이 캄보디아의 유명 사적지 앙코르와트를 아무도 모르게 혼자만 나가서 돌아보고 온 것은 장관직에서 갑자기 경질된 직후 그만큼 그의 심경이 복잡했음을 대변해주는 대목인 듯하다. 비교적 관광객이 많이 들지 않는 곳을 여행지로 택한 점도 그렇다. 강 전 장관은 현지 가이드 한 명의 안내만 받은 채 줄곧 혼자서만 다녔다고 한다. S씨는 “(강 전 장관이) 철저하게 혼자 다녀오고 싶어했다. 아마 혼자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초 3박4일의 일정으로 다녀온 일본 여행 역시 대도시를 피해서 교토를 택했다. S씨는 “교토가 조용하고 휴식하기 좋다며 내가 그곳을 권했다”고 전했다. 이때도 역시 조카만 대동한 채 혼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장관은 모처럼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그는 무척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천주교에 심취해 성경 공부에 아주 열심이라고 한다. 또한 영어 공부를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전통무용 교습도 일주일에 두 차례씩 꾸준히 받고 있다는 것.
강 전 장관은 원래 불교 신자로 알려졌다. 어머니와 언니가 모두 독실한 불교신자인 까닭이다. 그런데 장관 임명 이후 천주교에 부쩍 많은 관심을 보였고, 급기야 지난 4월 세례를 받기도 했다. 당시 그의 ‘대모’를 맡은 이영애 전 춘천지법원장의 권유로 천주교에 귀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강 전 장관이 장관 재직 당시 천주교 귀의를 결심한 것은 검찰 내부 인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관 재직시 자신을 보좌했던 한 부장검사가 성경책을 선물했는데, 정치권 인사들 및 검찰 내부 인사들과의 잦은 갈등과 마찰로 힘들어진 마음을 다스리는 데 좋은 위안이 됐다는 것. 또한 자신의 세례를 맡아준 이경상 신부와 평소 가깝게 지내는 법조계 문화계 지인들 가운데 천주교 신자가 많았던 것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강 전 장관은 현재 집 근처에 있는 C성당에 매주 나가며 천주교 교리에 대해서 신부와 심도 있는 대화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신부는 “강 전 장관은 교리를 해석하는 방식 역시 아주 독특하다”며 놀라워한다고.
강 전 장관이 전통무용에 거의 전문가적인 조예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장관직을 그만두면 다시 춤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했던 그는 최근 S문화센터에서 매주 두 차례씩 전통무용을 다시 배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통무용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전문가 수준인 만큼 고급반의 전문 무용 교습자들과 함께 배우고 있다”며 “살풀이 승무는 물론 최근에는 가장 어렵다는 ‘고무’(북춤)에 열심”이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강 전 장관의 전통무용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비화를 공개했다. 장관 재직시에도 일요일마다 가끔씩 문화센터를 찾아 개인 교습을 받았다는 것. 장관 재직 초기에는 거의 하지 못했지만 중기 이후로 접어들면서 “과다한 업무에 운동을 못하니 건강이 안 좋아졌다”며 다시 배우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장관 업무 수행과 주변 이목 탓에 공식적으로 문화센터가 문을 닫는 일요일을 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런 번거로움을 마다않고 남 몰래 땀을 흘려 왔다고 한다.
또한 강 전 장관은 최근 영어 공부에도 아주 열심이라는 전언이다. 주변 이목 때문에 학원에 다니기가 어려워 집에서 강사를 모시고 개인 과외를 받고 있다는 것. 지금껏 법 관련 공부만 했는데 앞으로는 경제 등 폭넓은 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고, 기회가 되면 해외 유학의 뜻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S씨에 따르면 강 전 장관은 자신의 경질 사실을 하루 전에도 전혀 짐작조차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실망감이나 충격이 더 컸다는 것. 그의 경질 사실이 언론에 처음 불거진 때가 7월28일 아침이었다. 불과 이틀 전인 26일 저녁 S씨를 만난 자리에서 강 전 장관은 “교도관 폭행 사건으로 순직한 이를 위해서 추모행사를 해주고 싶다”며 의논을 청해 왔다는 것. 그 자리에서 그는 “그동안 재소자 인권에만 신경을 썼는데, 교도관의 처우 개선에 앞으로 좀더 신경을 쓰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다음날인 27일 밤에 경질 사실을 통보 받고, 바로 그 다음날 아침 장관직을 전격적으로 물러나게 됐다는 것. S씨는 “본인이 장관직에 연연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갑자기 경질되다 보니 마치 뒤통수를 맞은 심정이었던 것 같다. 평소 심경이 복잡하거나 건강이 안 좋으면 얼굴에 뭐가 많이 나는 스타일인데, 그때 강 전 장관이 그랬다”며 안타까워했다.
장관직을 물러난 직후 순직한 교도관을 위해 5백만원을 성금으로 낸 것도 사실은 장관으로 계속 남아 있었으면 추모행사를 할 예정으로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던 돈이라고 한다.
경질 당시 정치권이나 검찰에 대한 서운함 때문일까. 강 전 장관은 사퇴후 의식적으로 정·관계 및 검찰 인사와 만남을 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전에는 송광수 검찰총장으로부터 한 차례 만나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이 역시 완곡하게 거절했다는 것.
최근 나도는 ‘컴백설’에 대해서도 S씨는 강하게 고개를 흔든다. 그는 지난 연초 강 전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될 때에도 기자에게 “강 전 장관은 절대로 출마할 사람이 아니다. 내 말이 맞는가 틀리는가 보라”고 자신했던 바 있다.
강 전 장관은 사퇴 이후 단 한 차례도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민 적이 없다. 지난 9월 초 이창동 전 문광부 장관과 영화관람을 한 것이 우연히 일반인들에 목격돼 화제가 됐을 뿐이다.
그런 강 장관이 지난 5일 김홍남 민속박물관장이 마련한 ‘세계박물관협의회 2004 서울대회’ 폐막 후의 비공식적인 감사의 초청 리셉션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강 전 장관과 친분이 있던 김 관장이 개인적으로 특별히 초대장을 보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자리에 함께했던 S씨는 “거기서 강 전 장관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자리에 참석한 인사들(대부분이 문화계 인사들)이 너무 좋아했기에 강 전 장관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다분히 감상적 소녀 취향이 있는 그는 최근에는 동화책을 읽고 싶다며 서점에서 <키다리 아저씨> 등 동화책을 잔뜩 구입했다고 한다.
장관 재직 시절 본인 스스로 “아침잠이 부족하다”고 고충을 토로했을 정도로 ‘저녁형 인간’이었던 그였지만, 장관 재직 때의 일상으로 인해 최근에는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어서 오전 7시께부터 외출을 한다고 한다. 일로 인해 그의 체질이 바뀐 것처럼 혹시 세인들의 뜨거운 관심이 그의 진로를 바꿔놓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