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과 법원 청사 전경. 내년에 ‘인사태풍’에 휩싸일 조짐이다. | ||
이유는 간단하다.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고 대법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피력, 국정의 발목을 잡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로서도 인사를 통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서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법원과 검찰에 노 대통령과 이른바 코드가 맞는 인사를 발탁해야 향후 집권 중반기에도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세를 얻어가는 분위기다. 때문에 향후 인사에서 법원이든 검찰이든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로 대거 채워질 것을 점치고 있다.
검찰이 먼저 인사 태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인사와 이에 따른 연쇄적인 검찰 간부 인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사시 13회)의 공식 임기는 내년 4월2일로 임기가 끝난다. 송 총장의 후임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인사폭은 크게 달라진다.
사시 14회 출신이 검찰에 내에는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시 15∼17회 출신 간부로 바통이 넘어갈 것 같다.
만약 사시 15회에서 차기 총장이 발탁된다면 가장 소폭의 인사가 예상된다. 사시 15회에는 이정수 대검 차장, 김종빈 서울고검장, 정진규 법무연수원장, 황선태 서울동부지검장, 채수철 서울북부지검장, 박종렬 서울서부지검장 등 6명이 있다. 이 가운데서는 이정수 대검 차장과 김종빈 서울고검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차기 총장이 사시 15회로 넘어가면 7명의 검사장급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동기생이 총장으로 발탁되면 다른 동기생들이 용퇴하는 통상의 검찰 전례를 따를 경우에 한해서다.
하지만 차기 총장이 사시 16회로 넘어갈 경우 인사폭은 더욱 커진다. 사시 16회에는 김상희 법무차관과 서영제 대전고검장, 임래현 광주고검장, 윤종남 서울남부지검장, 김재기 수원지검장 등 5명이 포진하고 있다. 사시 16회 가운데서는 서영제 대전고검장과 김상희 법무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참여정부와 코드를 맞춘다면 서 고검장이, 검찰 내부 신망 등을 고려한다면 김 차관이 거론된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를 확실하게 끌고가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과 확실하게 코드가 맞는 인사를 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때문에 사시 15∼16회를 제치고 노 대통령의 사시 동기생인 사시 17회 가운데서 차기 총장이 발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사시 17회에서 차기 총장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검찰 간부들의 절반 가량이 바뀌는 인사태풍이 불 것이 확실해진다.
사시 17회는 안대희 부산고검장, 정상명 대구고검장,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유성수 대전지검장, 임승관 부산지검장, 이기배 광주지검장 등 6명이 포진하고 있다.
사시 17회에서 발탁되면 사시 15∼16회 출신 간부 12명과 나머지 사시 17회 5명이 용퇴할 것으로 유력하다. 여기에 공석인 대전고검 차장과 겸직 형태인 대검 마약부장 자리까지 포함하면 모두 19자리의 검사장급에 대한 인사이동이 불가피한 상태다.
때문에 사시 17회에서 차기 총장이 발탁되면 인사폭을 감안, 17회 동기생들이 모두 용퇴하지 않고 일정기간동안 동기생 총장을 보좌할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만약 노 대통령이 검사장급 이상 인사의 절반 가량이 바뀌는 인사폭을 감안하고도 차기 총장을 17회에서 발탁한다면 정상명 대구고검장과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가운에 한 명을 발탁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온다.
내년에는 대법원에도 인사태풍이 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종영 대법원장을 포함, 6명의 대법관이 내년도에 임기 및 정년을 이유로 바뀌기 때문이다.
우선 최 대법원장은 내년도 9월24일로 임기가 끝난다. 이밖에 변재승 대법관은 내년 2월26일에, 유지담·윤재식·이용우 대법관은 내년 10월10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배기원 대법관은 내년 12월1일로 정년퇴임한다.
정부·여당은 대법원도 참여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구성돼야 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하고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난 10월27일 대법원이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장인이 빨치산 출신”이라고 발언, 노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이원범 전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낸 것도 사법부 인사쇄신론의 간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이다.
무엇보다 관심은 차기 대법원장에 쏠린다. 대법원장은 구체적인 판결보다는 대법원 행정의 책임자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념적 척도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차기 대법원장에 최병모 전 민변 회장과 박재승 대한변협회장, 강금실 전 법무장관, 박시환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 거론된다.
한 법조계 인사는 “내년도에 단행될 6명의 대법관 인사 가운데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은 코드 인사로 채워질 것이고, 다른 대법관은 종전의 인사패턴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법원 구성과 관련해서는 이미 노 대통령이 최초의 여성 대법관인 김영란 대법관을 임명제청, 이 같은 기류에 시동을 건 상태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노 대통령의 국정에 차질을 보이게 했던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내년도에 1명이 바뀐다. 김영일 재판관이 내년 3월13일 정년을 이유로 퇴임하는 것이다. 2006년도에는 헌재도 9명의 재판관 가운데 5명이 바뀌어 내후년에는 헌재에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발언 등에서도 헌재의 대폭 물갈이 가능성이 읽혀진다. 노 대통령이 지난 10월26일 헌재 결정과 관련, “앞으로 이와 같이 국회 입법권이 헌재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정질서의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기류에는 법조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한 중견 법조인은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은 무엇보다 정치적인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들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이 이른바 코드라는 외부 잣대에 맞춰 인사가 단행된다면 사법부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사법부의 인사 태풍은 내년도 2∼3월에 새롭게 임명되거나 후임으로 내정될 검찰총장, 대법관, 헌재 재판관의 인사 패턴이 향후 사법부 및 검찰 전체 인사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