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이 최근 매각 추진 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채무 반환 소송을 당해 ‘스스로 손해 보는 짓’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거기다 연원영 자산공사 사장은 임기 연장을 위해 정치권에 로비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다. | ||
지난 16일 (주)대우의 미국 법인 ‘대우 아메리카(DWA)’의 채권단으로 구성된 ‘대우인터내셔널 트러스트’는 (주)대우가 DWA에 진 채무 5억3천만달러(약 5천8백억원)를 대신 갚으라며 대우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경영정상화 노력을 통해 흑자회사로 다시 태어난 대우건설로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번 소송의 주체인 ‘대우인터내셔널 트러스트’의 대주주가 바로 대우건설의 매각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라는 점이다. 소송 소식이 알려진 이후 재계에서는 “왼손의 돈을 오른손으로 옮기는 이상한 소송이 걸렸다”는 반응과 함께 “실적호전으로 최근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대우건설을 상대로 좋은 조건의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할 캠코가 오히려 소송을 제기해 스스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 소식이 전해진 이후 대우건설 주가는 10% 이상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캠코 연원영 사장이 최근 정치권을 상대로 한 달여 남은 자신의 임기와 관련된 로비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 1월3일까지가 임기인 연 사장이 최근 여당의 아무개 의원을 찾아가 “자신의 임기를 한 달 정도 연장해 줬으면 한다”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 의원을 만난 대우건설 고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대우건설과 관련된 소송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여러 국회의원들을 만났는데 여당의 아무개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연 사장과 관련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그 의원이 대우건설 관련 얘기를 듣고 난 후 ‘그래서 연 사장이 나에게 임기를 1월 말까지 연기해 달라고 했구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연 사장이 그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겠다. 한 달 안에 매각 대상업체에 대한 실사를 마치겠다”고 공언했음도 전했다. 연 사장의 ‘임기연장 요청’이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된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의혹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5천8백억) 소송 결정이 지난해 초에 내려진 상태였다. 연 사장이 이미 작년 초에 소송관련 결재를 마친 이후 적당한 시기를 조율해 왔다”는 것. 그는 지난 11월1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며칠 전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어떤 식으로 확인했는지는 말하기 힘들지만 지난해 3월 연 사장이 대우건설을 상대로 한 5천8백억원 규모의 소송 제기를 결재했다. 그동안 적당한 시기를 조율해 온 것 같다. 확인해 보면 금방 드러날 것이다”고 전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연 사장이 어떤 이유로 어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나”하는 의문이 남는다.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된 의혹은 또 있다.
▲ 연원영 사장 | ||
그러나 매각주간사가 선정된 이후에도 대우건설의 매각과 관련된 의혹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정·재계에서는 ‘경제 관료 개입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물증은 없지만 확신을 가지고 있다. 최근 5천8백억 소송건을 포함해서 그동안 우리회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의 중심에는 특정 인맥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인사들이 유난히 이 특정 인맥 주변에서 많이 발견된다는 것.
대우건설 매각주간사 선정과 관련된 의혹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핫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한 의혹의 중심에는 언제나 매각주체인 캠코가 있었다. 국감 당시 여야 의원들은 “자산관리공사 내부문제로 매각작업이 수개월간 지연되면서 외국계 투자자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쳐 주가가 떨어지는 등 손해를 가져왔다는 것과 특정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준 특혜의혹이 있음”을 집중 성토했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자산관리공사 일부 직원들이 대우건설을 특정 컨소시엄에 넘기기 위해 평가기준표를 의도적으로 변경하고 평점을 부당하게 매긴 의혹이 있으며 입찰시한이 지난 이후 입찰신청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입찰장에 설치된 CCTV 화면을 공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이 문제와 관련, 연 사장은 “나중에 CCTV를 통해 확인해보니까 입찰접수 시간과 접수대장에 기록된 시간에 차이가 난 것을 알았다”며 “고의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고 관례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승민 의원도 “대우건설 주간사 선정을 위한 평가기준표를 내부 직원들이 특정 주간사가 선정에 유리하도록 임의로 조작, 당초 평가표에는 씨티그룹-삼성증권 컨소시엄이 1위였던 것을 골드만삭스-LG투자증권 컨소시엄이 1위가 되도록 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러한 의혹은 대우건설 관계자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우건설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올해 초 매각주간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삼일회계법인측이 ‘주간사 선정에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결과가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해명을 한 이후 알아보니 실제로 점수가 가장 낮았던 LG증권이 매각 주간사로 결정될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 캠코의 강무치 전 감사가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당시 연 사장이 강 감사에게 사람을 보내서 ‘조용히 떠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고 들었다. 강 감사는 그 말을 거부했고. 그 직원이 강 감사에게 ‘매각 주간사 심사배점표 조작이 연 사장의 지시를 통해서 이뤄진 것’이라는 것을 알려줬다고 강 감사 본인에게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대우건설에 대한 소송과 관련, 캠코는 “채권단이 모두 합의하면 소송을 취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DWA의 파산관제인이 소송을 내지 않아 채권소멸 시효가 끝날 경우 배당을 받지 못한 후순위채권자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가 있어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 캠코측의 입장이다.
연 사장은 <일요신문>의 공식 취재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캠코측 고위 관계자는 연 사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럴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또 소송관련 결제 시기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알아본 결과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