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명 대구고검장 | ||
검찰청과 국세청 그리고 육본 주변에서는 새해 시무식과 더불어 벌써부터 차기 수장의 하마평에 대한 궁금증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깜짝 카드’와 ‘예측 인사’를 반복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손끝이 어디로 향할지 그야말로 예측불허인 까닭이다.
흔히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을 가리켜 ‘빅3’라고 부른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어디에든 칼을 휘두를 수 있는 대표적인 3대 사정기관인 탓이다. 국정원장을 포함시켜 ‘빅4’라고도 부른다. 이들 핵심기관의 수장들은 모두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여기에 군의 실질적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육군참모총장을 포함시켜 ‘빅5’로 다시 통칭되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급격하게 그 위상이 실추되었던 군이 최근 들어 다시 권력의 주요 축으로 재부상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새해 들어서자마자 이들 가운데 차기 검찰총장과 육참총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게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임기제가 아닌 국세청장마저 덩달아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측은 국세청장의 교체 가능성에 대해서 일단 부정하고 있지만 “이미 교체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것이 정가의 정설이다.
가장 많은 시선을 받고 있는 곳은 역시 차기 검찰총장 자리. 군 조직만큼이나 서열과 기수를 중시하는 검찰 조직이지만 지금 검찰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밖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지금 검찰이 가장 개혁에서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2003년 초의 인사 파동 못지않은 또 한 차례의 강력한 인사 파동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검찰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외부 인사의 총장 발탁 가능성이다. 검사장 출신의 L변호사는 “예전에 비하면 지금의 검찰은 제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인데, 굳이 외부 인사 영입으로 조직을 흔든다는 것은 현 정권이 다시 검찰을 길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대신 전하기도 했다.
외부 인사 케이스로 최근 부쩍 거론되고 있는 김성호 부패방지위 사무처장에 대해서도 검찰 내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등의 관계로 볼 때 입지가 가히 좋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에서는 총장감은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두 번째 가능성으로 거론되는 것이 파격 발탁에 따른 서열 파괴.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17회 동기 3인방인 안대희 부산고검장, 정상명 대구고검장,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이 거론되는 가운데, 특히 정 고검장을 거론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정 고검장의 경우 대통령의 사시 동기라는 점이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검찰 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편”이라고 전했다.
만약 정 고검장이 전격 발탁될 경우 10여 명에 이르는 사시 15~17회 기수의 검사장급 인사들의 거취 문제로 엄청난 혼란이 다시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될 소지는 있지만 현재 검사장급 인사들의 성향으로 봐서 지난 2003년 초와 같은 ‘검란’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검찰 내에서 가장 기대하는 카드는 송광수 총장 이후 최고 기수인 사시 15회 가운데 한 명이 총장으로 발탁되는 안정 기조로 가는 것. 이에 따라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가 이정수 대검 차장이다. 특히 최근 권력 주변에서 “검찰총장이 또 영남권에서 나온다면 군·검·경 등 핵심 권력기관을 영남권이 사실상 모두 장악하는 셈”이라는 얘기가 부쩍 회자되면서 충청 출신의 이 차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언급한 김 사무처장이나 사시 17회 3인방 등이 공교롭게도 모두 영남 출신들인 까닭이다.
▲ 이주성 국세청 차장 | ||
정치권에 밝은 군장성 출신의 한 관계자는 “노 정권 2기 군 수뇌부는 1기 처럼 육군의 동기가 나란히 합참의장과 육참총장에 임명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즉 합참의장에는 비육군 출신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여기에 최적임자로 현재 이한호 공군참모총장이 거론되고 있다. 경남 울주가 고향으로 부산고와 공사를 졸업한 그는 작전참모부장 작전사령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군 안팎으로 신망도 두텁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한 권력 핵심층에서는 합참의장의 권한을 점차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차기 합참의장에 대한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차기 육참총장은 4명의 현역 육군 대장 가운데 발탁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군 주변에서는 “경남 남해 출신인 양우천 2군사령관이 정권 고위층과의 교감으로 차기 총장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0월 진급비리 파문을 일으킨 남 총장이 끝내 사퇴를 고집하면 그 후임으로 양 사령관을 물망에 올려놨다더라”라는 루머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이상희 3군사령관의 발탁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육본의 한 영관급 장교는 “두 분 모두 4성장군까지 올랐다면 이미 능력과 인품은 검증받은 셈이지만, 굳이 한 분을 꼽자면 이 사령관을 거론하는 의견이 많은 듯하다”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성실하고 꼼꼼한 스타일의 양 사령관과 강인한 리더십이 돋보이는 이 사령관이 각각 대조적인 특성을 보이지만 전형적인 무골 기질인 이 사령관이 육참총장으로 더 적합하다는 평가인 셈. 특히 이 총장이 합참의장이 될 경우 같은 PK 출신인 양 사령관보다는 강원 출신인 이 사령관이 더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역 안배 차원에서 전남 광주 출신인 김장수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 27기)이 부각되기도 한다. 호남 출신으로 육사 26기의 선두주자였던 신일순 전 부사령관이 뜻밖의 낙마를 한 뒤 다소 침체된 호남 군맥의 사기 고려 차원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럴 경우 합참의장은 선배 기수인 육사 26기에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이 때도 역시 이 사령관과 양 사령관의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세청장은 당초 교체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새해 들어 사실상 교체되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혀나가고 있다. 2003년 3월 취임한 이용섭 국세청장이 이제 만 2년째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
그런데 국세청 내에서는 유독히 지역 안배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는 분위기다. DJ정권 시절인 지난 99년 이후로 내리 3대째 계속 호남 출신이 국세청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비호남권에서는 “이번에는 타 지역 출신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런 가운데 강력히 부각되는 인사가 부산 경남고 출신의 이주성 차장이다. 국세청 내에서는 “외부 인사 영입 케이스로 들어온 이 청장 밑에서 실질적인 내부 조직 관리는 이 차장이 도맡아 했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로 일찍이 차기 청장감으로 부각됐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안팎으로 인맥도 상당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 차장 역시 PK 출신이라는 점이 호재와 동시에 악재로도 작용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가 전형수 서울국세청장이다. 대전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유독 국세청에서는 호남이 3대째 독주해 왔고, 또 최근 주요 권력기관의 후보군들이 영남권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제3의 지역 출신이 발탁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그런 차원에서 충청 출신으로 무색무취 스타일이고 내부에 두루두루 호감을 얻고 있는 전 청장을 거론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