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장하진 여성부 장관. 작은 사진은 동생 장하성 교수. (위 사진), 지난 95년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고희연. 앞줄은 구자경 명예회장 부부이고 뒷줄은 왼쪽부터 네 아들인 구본준 구본무 구본능 구본식씨. | ||
시대가 흐르면서 명문가의 형태나 모습은 변해 왔다. 경주 최씨, 안동 김씨와 같은 전통적인 종가 중심의 명문가가 사라져 가고 있는 반면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걸출한 인물을 다수 배출한 신흥 명문가들이 새롭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 시대의 명문가’로 꼽히는 가문들의 모습을 들춰보는 일은 우리 시대를 읽는 또 하나의 잣대가 될 수도 있다.
각 분야에서 명문가로서의 명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집안들의 내력과 사람들을 알아봤다.
장하진 - 여성부 장관
‘전남의 천재 집안’이 또 한 명의 장관을 배출했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이 그 주인공. 한 집안에서 삼촌과 조카가 장관이 되는 보기 드문 일이 생긴 것이다. 장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장재식 전 민주당 의원의 조카다.
장 장관의 집안은 독립운동가와 장관, 국회의원, 교수, 의사, 공기업 사장 등 우리 사회 지도층을 상당수 배출하며 이미 명문가 1순위에 이름을 올려 왔다. 독립운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1세대는 2세대에 이르러 정치인과 관료, 3세대는 주로 학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전남지역의 이름난 부자가문임에도 장 장관 형제·사촌들은 대부분 진보 성향의 학자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장 장관의 할아버지인 장병상씨 형제 중에는 유명한 독립운동가들이 많았다. 장병상씨의 형인 병준씨는 백범 김구 선생의 측근으로 상해임시정부에서 외무부장을 지낸 인물이었고 동생 홍렴씨는 만주 신흥무관학교를 나와 독립군으로 활약했으며 광복 후엔 반민특위 검사와 제헌 국회의원을 지냈다. 광복 후엔 ‘토지개혁법’ 발의에 참여하여 집안 땅을 농민에게 무상으로 나눠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장병상씨도 일제 시절 공직생활을 하며 형·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다 투옥돼 서대문형무소에서 광복을 맞았다.
병상씨는 슬하에 4남 2녀를 뒀다. 장남인 정식씨는 전남대 의대를 나와 모교 안과 교수를 지냈다.
장하진 장관의 아버지인 차남 충식씨는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한 후 광주시의원, 전남도의원을 거쳐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다 5ㆍ16이 터지면서 수감됐다. 당시 함께 수감됐던 정치인들은 ‘반성문’을 쓰고 풀려났는데 그는 끝까지 쓰지 않고 버티는 바람에 정치활동 규제자로 묶이기도 했다. 정치를 접은 후 한국은행에 다니다 도의원을 지냈고, 한국후지필름 사장, 한국닉스 회장을 역임했다.
장 장관의 어머니인 고 민란식씨도 4·19 당시 경찰에 구타를 당해 심한 부상을 입은 국가유공자로 별세한 뒤 4·19묘지에 안장됐다.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넷째 영식씨는 유학 중 4·19 직후 장면 총리의 요청으로 일시 귀국해 경제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 선 1998년 한국전력의 첫 공채 사장에 선임됐다.
막내인 장재식 전 의원은 17세 때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 졸업하던 1956년 고등고시 행정과(7회)에 합격한 후 세무 공무원으로 출발해 국세청 차장과 주택은행장을 거쳤다. 1987년 DJ캠프에 합류했으며 3선 의원을 지냈다. 장 전 의원의 딸인 장연희씨의 남편은 사시 29회 출신의 임수빈 검사.
이화여대 사회학과 출신인 장 장관은 개혁적 성향을 높이 평가 받아 참여정부 출범 전부터 예비 내각 명단에 들어 있었던 인물이었다. 대학 재학 중에는 학생 운동가로도 명성을 떨쳐 이미경(현 열린우리당 의원)ㆍ최영희(현 내일신문 부회장)씨와 함께 이대 ‘69학번 삼총사’로 불렸고 1974년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돼 군사법원에 회부되기도 했다. 충남대 교수, 여성개발원장 등을 지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여성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장 장관의 동생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으로 소액 주주 운동과 재벌 개혁 운동에 앞장 선 학자 출신의 시민운동가로 유명하다. 장 장관의 여동생인 장하경 광주대 교수는 현재 정부 국가과학기술위원이며 막내인 장하원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여당의 정책 브레인 역할인 열린우리당 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구본무 - LG그룹 회장
LG가는 국내 재벌 중 가계도가 가장 복잡하다. 구씨와 허씨로 엮인 데다 대대로 다손 집안이기 때문이다. 구인회 창업회장만 하더라도 6남4녀로 무려 10남매를 뒀다. 구 회장 장남인 구자경 명예회장도 4남2녀의 자녀가 있다.
LG그룹은 삼성, 현대, SK 등 국내 굴지의 재벌가문은 물론,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 거대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방대한 혼맥의 이면에는 ‘통혼을 경영하듯 했다’는 고 구인회 창업주의 독특한 ‘통혼관’이 있다고 전해진다.
창업자인 고 구인회 명예회장은 불과 14세 때 옆집 천석꾼의 딸인 허을수씨(당시 16세)와 결혼했다. 이후 구 회장은 자녀들을 출가시키면서 힘이 닿는 한 당시 최고의 재력가나 권세가, 명문가와 사돈을 맺었다. 구 회장 형제들의 자손은 4대까지 내려오면서 직계가족만 1백여 명에 이른다.
정·관계쪽으로는 구 회장의 동생 태회·두회씨가 딸을 이계순 전 농림부 장관과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 집안으로 출가시킨 것과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 김영식씨를 장남 자경씨의 맏며느리(구본무 회장의 부인)로 맞아들인 것 정도가 눈에 띈다.
구 회장의 동생 철회씨는 장녀 위숙씨를 경남 진양의 대지주 허만정씨 집안으로 보냈다. 지방의 큰 재력가였던 허씨 집안은 당시 구씨 가문 못지않게 화려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구 회장의 3남 자학씨는 1957년 이병철 삼성 회장의 둘째딸 이숙희씨를 부인으로 맞았다. 당시 국내 재계는 삼성과 락희(LG그룹의 전신)가 양분하던 때였다.
현대그룹과의 인연은 1996년에야 맺어졌다. 정주영씨의 손자 일선씨와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손녀 은희씨가 결혼한 것. 삼성가로 장가간 자학씨는 차녀 명진씨를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의 4남 정호씨(메리츠증권 회장)와 결혼시켰다.
고 구태회 LG 창업고문의 4녀 선희씨는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회장의 조카 용훈씨(두산건설 부회장)와 결혼했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 철회씨의 손녀 문정씨는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손자 재영씨와 결혼했다.
1999년 11월 창업회장의 손아래 동생이자 구자경 명예회장의 큰삼촌인 구철회씨(75년 사망) 몫으로 LG화재해상보험이 독립했고 현재 그의 장남인 자원씨가 명예회장으로, 셋째인 자훈씨가 회장으로, 4남인 자준씨가 사장으로 경영을 맡고 있다.
현재 LG그룹은 구자홍 회장이 LG산전,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이 LG전선,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씨가 극동도시가스의 최대주주를 맡으며 분가한 상태다. 구 명예회장의 손아래 동생이자 작고한 자승씨의 장남인 본걸씨가 부사장으로 있는 LG상사도 사실상 분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그룹의 가계도는 지난해 말 LG그룹 총수인 구본무 회장이 친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맏아들인 구광모씨를 양자로 입적시키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일요신문> 2004년12월12일 656호 참조)
LG는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을 거쳐 지금의 구본무 회장에 이르기까지 3대째 장자승계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구본무 회장의 친아들인 구원모씨는 지난 94년에 유명을 달리했다. 구 회장은 현재 두 딸이 있다. 장녀 연경씨는 78년생으로 이번에 입양된 광모씨와 동갑내기. 막내딸 연수양은 구 회장이 51세이던 96년에 태어났다.
재계 소식통에 의하면 구본무 회장은 최근 입양한 구광모씨의 혼사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그룹을 이끌 안방 주인을 낙점하기 위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구 회장이 제시했다는 며느리의 조건도 루머처럼 흘러나올 정도다.
또한 구 회장의 장녀 연경씨의 혼담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경씨의 예비 남편은 현재 외국계 전자회사 N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샐러리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삼성가의 젊은 그들::(시계방향으로) 이미경 부회장, 이재현 회장, 이재용 상무, 이서현 상무보(왼쪽)와 이부진 상무, 정용진 부사장 | ||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일군 ‘삼성가’는 오늘날 대한민국 재계의 대표 가문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이 명예회장의 장남 맹희씨는 손영기 전 경기도지사의 딸 손복남씨와 결혼했다. 맹희씨의 장남은 CJ그룹 이재현 회장. 1993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로 일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제일제당에서 일해 왔다. 이 회장의 누나인 미경씨는 CJ엔터테인먼트, CJ CGV, CJ미디어 및 CJ아메리카 담당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인인 이영자씨와 연애 결혼한 차남 창희씨는 91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창희씨가 세운 기업인 새한그룹은 삼성의 분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몰락했지만 혼사만큼은 화려했다. 창희씨의 장남 재관씨는 동방그룹 김용대 회장가의 딸인 희정씨와 결혼했고 둘째인 재찬씨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딸인 선희씨, 셋째인 재원씨는 김일우 서영주정 사장의 딸과 결혼했다. 막내딸인 혜진씨도 조내벽 전 라이프그룹 회장가로 시집갔다.
3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내무부 장관과 중앙일보 회장을 지낸 홍진기씨의 장녀 홍라희씨와 결혼했다. 중앙일보 회장을 지낸 홍석현 주미대사는 홍라희씨의 친동생이다. 이 회장과 홍라희씨의 만남은 부친들끼리 미리 약조가 돼 있는 상태였다고 전해진다. 서울대 미대(응용미술학과) 출신인 홍씨는 79년 막내 윤형씨를 낳고 난 뒤인 83년 현대미술관 이사로 ‘대외활동’을 시작한 이후 현재는 호암미술관장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미술관인 ‘리움’의 관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홍씨와의 사이에서 재용(삼성전자 상무), 부진(호텔신라 상무), 서현(제일모직 상무보), 윤형씨(학생)를 낳았다.
재용씨는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을 마치고 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줄곧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 상무는 98년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인 세령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부진씨는 연세대를 나와 1999년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회사원이던 임우재씨와 결혼했고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스 출신인 둘째딸 서현씨는 올해 초 제일모직 상무보로 승진했으며 2000년 동아일보 사주인 김병관 회장의 차남인 김재열씨와 결혼했다. 아직 미혼인 막내 윤형씨는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삼성가는 딸들의 경영활동이 활발하기로도 유명하다. 고 이병철 회장의 장녀인 인희씨는 경북지방의 대지주였던 조범석씨 가문으로 시집갔다. 남편인 조운해씨는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원장·이사장 및 병원협회장을 역임했다. 인희씨는 91년 삼성에서 분리된 한솔그룹을 운영해 왔는데 현재는 장남인 조동혁 회장에 이어 3남인 조동길 회장이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차남인 조동만 전 한솔PCS 회장은 PCS 사업매각 관련 비리로 지난해 말 구속 수감됐다.
차녀인 숙희씨는 LG가에 며느리로 들어갔다. 남편인 구자학씨는 구인회 LG 창업자의 차남으로 호텔신라 사장, 중앙개발 사장 등을 거쳐 지난 2000년 외식산업인 ‘아워홈’을 갖고 독립했다. 숙희씨의 딸인 구명진씨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과 결혼했고 3녀 순희씨는 대학교수와 결혼해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4녀 덕희씨는 삼성가의 고향인 경남 의령의 대지주 이정재씨 집안으로 시집갔다.
삼성가의 딸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5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다. 이 회장의 시아버지는 4·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삼호무역 회장을 지낸 정상희씨로 남편인 재은씨가 차남이다. 재은씨는 삼성전기 회장,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삼성그룹에서 맹활약하다 분가와 함께 삼성을 떠났고 현재 신세계 고문직을 갖고 있다. 정씨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미스코리아 출신 고현정씨와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했다.
▲ 홍석현 주미대사 |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이기도 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올해 초 주미대사로 임명되며 화제가 됐다. 홍 대사는 30대에 세계은행(IBRD)의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1999년 중앙일보 회장에 취임한 그는 2000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에도 올라 국제사회에 그 이름을 알렸다. 홍 회장의 누나인 라희씨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으로 현재 호암미술관장을 맡고 있다. 홍 대사의 부친은 50~60년대 법무부·내무부 장관을 지내고 중앙일보 회장을 엮임한 홍진기씨(1986년 사망)다.
슬하에 4남 2녀를 둔 홍진기씨의 2남이자 홍 대사의 동생은 홍석조 인천지검장이다. 홍 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친 인물로 법조계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영순위로 꼽히고 있다. 홍 지검장의 부인은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동생인 양기식씨의 딸 경희씨다. 3남 석준씨는 현재 삼성SDI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4남 석규씨는 보광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삼성문화재단 상무를 맡고 있는 막내 라영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둘째아들인 노철수씨와 결혼했다.
2남 1녀를 두고 있는 홍 대사의 장인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고 신직수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