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홍현희 그림·오성수
용복은 유유의 무덤을 찾고 돌아서는 길로 어둔을 불러 “당장 젊은 어부들을 모아라”하였다.
“뭘 하려구요?”
“울릉도 독도가 왜놈들에게 넘어갔다. 시간이 없어. 울릉도 독도를 다시 찾아야 한데이.”
어둔은 하루 만에 어부 마흔 명을 모았다. 둘 중 뇌현이 마련한 큰 배 한 척을 울산 앞바다에 띄웠다. 울릉도에 도착하니 캄캄한 밤중인데 소황구미 해변이 가까워지자 정착한 왜선 다섯 척이 어렴풋이 보인다.
“똥파리만도 못한 놈들.”
용복은 힘으로는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겨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구, 오줌 똥 참다가 병 되겠네”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용복은 “쪼매 참고 기다리라. 배를 대자마자 산기슭을 따라 똥도랑을 맹그러라!”
“예”
어부들은 합창을 한다.
“하모! 똥파리는 똥을 멕이는 기라!”
마흔한 명의 조선 어부들은 하나가 되어 용복의 지시에 따라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왜놈들이 내려올 산 기슭 밑으로 도랑을 만들어 모두들 참았던 똥을 누게 한 다음 바닷물을 채우게 한 후 풀잎으로 덮었다. 왜 놈들의 배들을 다 풀어 끌고 나가며 어부들은 징과 꽹가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동이 트기 전이라 아직도 사방이 어두운데 꽹가리 소리 징 소리에 놀란 왜놈들은 옷도 다 못 입고 맨발로 허겁지겁 달려 나오며 ”배도둑이다! 우리 배를 훔쳐간다!”하고 깊은 바다로 흘러나가는 다섯 척의 배를 보고 소리친다.
용복의 심복들은 큰 소리로 뱃노래를 부른다. 왜놈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고함을 지른다. 금새 2백여 명의 왜놈들이 벌집을 쑤신 것처럼 사타구니만 가리고 새까맣게 백사장으로 달려 나오다가
“어이쿠, 어쿠! 이게 뭐야?”
“아이구 냄새! 지독하네!”
“아이구, 푸우 푸우, 내입에….”
배에서 바라보던 용복과 어둔은 물론 배에 오른 어부들은 모두 배꼽을 잡고 통쾌하게 웃는다. 놈들은 배가 점점 육지에서 멀어지자 똥물 닦을 겨를도 없이 달려나와 바닷물을 철벅거리며, “이 배도둑 놈들아!”하고 소리를 지른다.
용복이 뱃머리에 올라서서 유창한 일본말로 꾸짖는다.
“이 똥파리 같은 놈들아, 어디 감히 남의 나라 땅에 배를 대고 약탈을 한단 말이냐? 니놈들과 니 배들은 다 조선으로 끌어가 버릴 것이다. 거기서 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 배들은 증거물이 될 것이다.”
2백여 명의 왜놈들은 우선 용복의 유창한 일본어에 놀라고 의젓하고 당당함에 어리둥절했다.
“나는 이 섬에 세금을 걷으러 온 안핀샤다. 너희 대장은 어디 있느냐?”
용복이 호통치자 키가 크고 눈썹이 짙은 허우대가 멀쩡한 사내가 물가로 나왔다.
“난, 오타니 가문의 무사 승방이다. 임자 없는 섬에 와서 좀 쉬기로 무엇이 문제란 말이냐?”
“이놈! 누가 이 섬이 임자 없다 하더냐? 내가 에도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쓰나요시 장군도 분명 이 두 섬을 조선 섬이라 했다. 어찌 감히 헛소리를 하느냐?”
용복이 이렇게 호령하자 승방은 멀어져가는 배만 바라보며, “왜 남의 배는 끌어 가는가?” 몸이 달아오른다.
“이놈! 네가 제 죄를 모른단 말이냐? 너희 도적놈들은 이제 이 섬에 갇히고 말았다. 이제 곧 조선에서 군사가 온다. 너희들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묶어놓으라는 명을 받고 우리가 선발대로 온 것이다.”
순간 놈은 사색이 되어 그 자리에 무릎을 꿇더니 머리까지 조아리며 간절히 호소하는 것이었다.
“살려만 주시오! 제발 살려만 주시오!”
“정 그렇다면 한 가지 약조를 해라.”
“무엇입니까?”
“내가 지금 내 동생을 데리고 너희 백기도주를 만나러 갈 텐데 네가 안내할테냐?”
“하겠소.”
“정말이냐?”
“예.”
“너도 명색이 무사, 무사의 약속이니 믿어보겠다.”
용복은 왜선을 다시 대게 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부하 어부들은 섬에 남겨두고 용복은 어둔만을 데리고 왜선장의 안내를 받아 선장실에 올랐다. 승방이 나간 사이에 어둔이 “우짤라고 그러우?”
“내게 생각이 있다.”
“무슨 생각이우?”
“사람 수로는 이들을 못 당한다. 그럴 바에는 이참에 이놈들 배를 타고 가서 왜놈 높은 관리를 만나 왜놈들이 다시는 이 섬에 얼씬도 못하도록 다짐을 받아올 필요가 있어.”
오후에는 우산도(독도)에 들러보았다. 전복 해삼 도미 광어 연어뿐만이 아니라 해산물이 무진장 많다는 것이 잠수부들의 말이었다.
나흘이 지나서야 그들은 운진에서 한나절을 쉬고 나서 요나코에 닿았다. 바닷가에 1천여 평이나 되는 대저택에 이르러 “내려라!”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마어마하게 큰집이었다.
용복은 집 앞에서 문패를 들여다 본다. 문패에는 첫 두 글자가 ‘오타니’라 씌여 있었다. 용복은 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저택이 바로 울릉도를 파먹고 부자가 된 오타니 본가인 것이다.
용복과 어둔은 10여 명의 경비원들에게 둘러싸여 감금되고 말았다. 넓은 다다미 방이 있는 2층으로 오르니 시원한 바다가 탁 트였다. 놈들은 용복과 어둔을 두 달이나 가둔 후에야, “태수께서 오시랍니다”하였다.
성채 안으로 들어서자 태수인 듯 옷고름 없는 두루마기 같은 것을 입은 젊은이가 나타났다. 첫눈에도 씨름꾼같이 뚱뚱한데 눈은 가늘고 길다.
“조선에서 왔고?”
“조선 동래에서 온 안핀샤요.”
“다케시마엔 뭣하러 왔소?”
“나는 울릉도와 독도를 관리하는 관리다. 너희 왜놈들이 남의 나라섬에 들어와 농탕치는데 그럼 모른 척하느냐?”
용복은 되도록 정중히 말하고 둘러보니 좌우에 칼 든 놈, 창 든 놈, 몽둥이 든 놈이 늘어선 가운데로 안내하는 꼴이 제 딴에는 한껏 위엄을 부려 은근히 용복 일행을 굴복시켜 보자는 속셈이 분명했다.
태수는 용복에게 앉으라고 권하지도 않는다. 계단 밑에 서 있는 용복을 내려다보고만 있다가 “이리로 앉으시오”하며 낮은 자리를 권했다.
용복은 앉지 않고 유창한 일본말로 벼락같이 소리쳤다.
“우리는 외국사람이다. 도주가 우리와 만나자면 외국사람으로 대접해야 할 것이 아니냐? 마치 자기 부하처럼 우리를 대접하니 이 무슨 예절이란 말이냐? 너희 일본 예절은 이렇단 말이냐? 아무리 예의를 모른다 한들 이렇게 무례할 수 있단 말이냐? 이런 대접은 받을 수 없다!”
그 순간 둘러섰던 병졸들이 당황한 빛이 역력한 태수의 눈치를 살피고는, 와르르 덤벼들어 용복을 강제로 앉히려 하자 용복은 또다시
“이놈들아! 우리는 그래도 너희를 이웃으로 생각하고 두 나라 간의 일을 의논하고자 찾아온 것이다. 너희가 이렇게 야만스러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우리 두 사람이 맨 몸으로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좋다. 우리는 죽음을 각오한다. 그러나 우리의 죽음으로 인해서 두 나라 사이에는 당연히 말썽이 일어날 것이요, 그렇게 되면 너희 섬도 편안치는 못할 것이다. 피차간 좋은 말로 의논해서 조용히 처리하는 것만 같지 못할 것이다.”
대청이 쩡!하고 울리도록 호령했다. 젊은 태수는 긴장하며 일어섰다.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용복의 논리적이고도 정당한 주장에 눌리어 두려움이 없지 않았고, 그의 유창한 일본어와 당당함에 감동되어 태수의 오기는 꺾이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불쾌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놈들을 묶어 가두어라!”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용복과 어둔을 묶는다.
“대접을 해주려 했더니….”
태수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이때 한떼의 사무라이의 호위를 받으며 한 귀부인이 올라온다. 용복이 돌아다보니 미스히메였다.
“로쥬 기라 대감의 사모님이십니다.”
호위병이 이렇게 설명하자 태수는 벌떡 일어서더니 내려와 절을 한다. 그러나 미스히메는 태수의 인사는 받는 둥 마는 둥 달려와 용복의 손을 덥석 잡는다
“안핀샤!”
“예, 부인!”
“너무 걱정 마세요.”
미스히메가 위로하자 태수는 놀라며 “어떻게 되시는 분입니까?”하며 용복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반 년 전이다. 용복이 에도 우에노 거리에서 미스히메가 미친개에 물릴 뻔한 것을 구해 주었던 것이다.
“이분은 내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아. 그렇습니까? 몰랐습니다”하더니 용복에게도 “미안합니다. 몰라뵈었습니다”하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용복이 “괜찮소, 우리 나라 섬에 당신 나라 어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만 해 준다면.”
태수는 “내 평생 당신 같은 남자다운 남잔 처음 보았소!”하며 온전한 예를 갖춘다.
태수는 용복을 두려워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적당히 일을 무마해 용복을 돌려 보내자는 계획이었다.
이튿날 아침 도주를 다시 만난 자리에서 용복은 차근차근 따졌다. 용복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태수란 자도 할 말이 없는지, 한참 우물쭈물 하다가, “그 문제는 실은 내 권한도 아니고 내 소관도 아니요” 한다.
“그럼 누구의 권한이요?”
“그것은 우리 상관인 백기주 태수의 권한이니 그 어른을 만나 보시오.”
“백기주? 그럼 어서 보내주시오.”
“그러지요.”
미스히메는 용복을 숙소로 찾아갔다.
“오키오 부인도 만났습니다.”
“오키오 부인?”
“오키오는 관백전하의 조카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머지 않아 7대 장군 부인이 되실 겁니다.”
오키오는 미스히메의 하녀였다. 그러나 그네가 쓰나요시 장군에게 차 시중을 들면서 용복을 에도 감옥에서 구해준 것이다.
“그렇습니까?”
“편지를 주셨습니다.”
용복은 편지를 뜯어본다.
안핀샤상, 다시 일본에 오셨다니 꿈만 같습니다. 당장 달려가 뵙고 싶은 마음이오나 저는 찾아 뵐 수가 없습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미스히메 부인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부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오키오 올림.
용복은 미스히메와 함께 해변을 걸었다.
“무엇이든 말씀해 주세요.”
“이제 백기주 태수를 만나면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섬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그도 인정하게 만들 겁니다. 그리고 이것을 관백께서도 문서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할 생각입니다.”
미스히메가 떠나간 후로도 용복은 요나코에서 한 달을 더 기다렸다. 5월도 저물어 갔다. 5월28일 용복은 아라오의 집에서 나흘을 묵었다. 그 다음날 무사 두 사람이 들어오더니 용복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이 보시오.”
용복은 호송원 두 사람 중 왼편에 선 왜놈에게 물었다.
“왜요?”
“난 조선의 관리 안핀샤라 하오.”
“예, 전 카노라고 합니다.”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요?”
“더 웃어른께 가시는 길입니다.”
“웃어른?”
“지금까지는 요나코에 계셨지만 이제는 번으로 옮겨가 계십니다.”
“그러나 네 상관에게 알리어 말을 대령하라 해라. 조선 관리가 이렇게 터벅터벅 걸어서 가야 한단 말이냐?”
성미 급한 용복이 소리를 치자 한참 만에 말을 대령하였다. 용복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조카 마치에 있는 정회소(영빈관)에서 묵게 되었다. 어딜 가나 수행원이 따라다녔다. 용복의 주치의사인 나카무라까지 따라다녔다. 호위 병졸들도 따랐다. 매일 고기를 요리해 주고 끼니마다 술을 두 되씩 들여보냈다.
“이제야 제대로 손님 대접을 하는구먼.”
그들은 용복의 성격이 급하고 사납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 관청에서는 용복을 호송하는 도중에는 부녀자나 어린이들이 나와서 구경하는 것을 삼가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용복이 묵고 있던 정회소 근처에는 경비도 삼엄했다.
이튿날 아침 산책을 나가서다. 마을 길을 걷는데 저만큼 떨어진 언덕길 위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여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그들은 용복일행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복 일행이 신기한 듯 그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가슴을 내보이며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래도 듣지 않자 치마를 들썩들썩 들어보인다.
“뭐하는 사람들이요? 저 여자들은?”
어둔이 호위하는 겐타로에게 물었다.
“유나들이오.”
“유나? 그게 무슨 뜻이오?”
“몸을 파는 여자들이오.”
“그러니까 기생들이군.”
어둔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지만 기생도 체통이 있는 법이지 그래 백주 대낮에 저게 무슨 꼴이람.”
용복은 속이 뒤틀려 산책을 중단하고 돌아와 버렸다.
이튿날은 일어나는 길로 태수를 찾아갔다.
돗도리의 태수는 환갑이 되어보이는 노인인데 무슨 속셈인지 처음부터 용복 일행을 귀한 손님으로 극진히 대접했다.
“어차피 예까지 오셨으니 며칠 넉넉히 구경하고 가시오.”
“우리는 놀러온 것이 아니외다.”
용복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럼 무슨 일로 오시었소?”
“당신나라 어부들이 불법으로 우리 조선땅인 울릉도와 독도에 마음대로 들어와 고기를 잡고 독도에서는 수천 마리의 물개를 잡아 씨를 말리고 약초며 나무며 모조리 베어가니 이를 단단히 따지러 왔소이다.”
“당신이 조선 관리요?”
“그렇소이다. 안핀샤라 하오. 울릉도와 독도, 이 두 섬을 관리하는 관리요.”
“그럼 왜 관복을 입지 않았소?”
“이번에는 어부들과 쉬러 왔던 길이오.”
“헌데 그 섬들이 조선 섬이라면 그렇게 오래 비워둘 리가 없지 않소.”
“그것은 바로 왜적들 등쌀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오. 게다가 임진왜란 때 나라가 어지러워 섬에 살던 사람들이 다 육지로 나온 후 육지에 눌러 살게 된 것이오.”
“어쨌든 비어 있는 섬이니 주인이 없는 섬이지요.”
“여보시오, 태수. 그걸 말이라고 하오?”
“무엇이?”
“잠시 비워둔 틈을 타서 도둑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들어와 도둑질 하는 놈들은 도둑이 아니고 무어란 말이오?”
용복은 성을 못 참고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지른다.
“앉으시오.”
태수는 고함에 좀 질린 듯 조용히 달래듯이 말했다.
“이보시오. 당신네 상관인 관백이 내게 이 두 섬은 분명히 조선 섬이라 하였소.”
“뭐? 관백 전하께서?”
“그렇소.”
“그럴리가… 언제 그런 말씀을 하셨단 말이오?”
“불과 넉 달 전이오.”
“뭐요? 그럼 당신이 관백전하를 직접 배알했단 말이오?”
“그렇소.”
“그럼 당신이 조선 통신사였소?”
“그렇진 않소.”
“어디서 알현했단 말이오? “
“야나기자와 별장에서요.”
“야나기자와….”
태수는 창백해진 얼굴로 정색을 한다.
“난 믿을 수 없소.”
“그럼 기라대감 부인이 이곳에 다녀간 건 아시오?”
“그건 들었소.
“그 부인이 내 일 때문에 다녀갔소이다.”
“그럼 기라대감도 아신단 말이오?”
“물론이오. 기라대감도 관백전하의 말씀을 옆에서 들었소이다.”
“허허….”
“이 섬 문제를 관백께 알려주시오. 그러면 틀림없이 그 섬에 출입을 금해주실게요.”
그러자 태수는 “알았소. 좀 생각해 봅시다.”
이날 밤이다. 참으로 어여쁜 계집 둘이 정회소로 들어왔다.
“누구요?”
그러나 계집들은 배시시 웃기만 한다.
그들은 두 무릎을 착 꿇고는 “저희 영주께서 오늘 밤 편히 모시라는 분부를 받자와….”하고 허리를 굽히니 잠자리 날개 같은 기모노 속으로 뽀오얀 젖가슴이 풍만하게 흔들린다.
용복이 “사양한다 전해라. 어서 돌아가거라.”
그러자 한 계집이 “이대로 돌아가면 저희들은….”
다른 계집도 “이대로 돌아가면 저희들은 죽도록 혼이 납니다”하고 부들부들 떤다.
용복은 돌아서 창밖으로 눈을 던진다. 어두운 밤바다는 바로 앞이다. 사나운 짐승의 이빨 같은 파도만이 허옇게 달려와 하얗게 눈보라가 되어 부서진다.
“형님. 이 여자들이 참 불쌍하게 되었소.”
“….”
“저렇게 이쁜 애들은 내 평생에 처음 봅니다.”
“안돼. 우리가 약점을 잡히면 아무것도 안되네.”
용복은 단호히 잘라 말하고 “자, 돌아들 가라!”하고 내쫓아 버린다.
계집들은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 “이것을 태수께서 드리라 하였나이다”하며 보자기를 조심스레 열어 보인다. 그것은 어린 아이 주먹만한 금덩어리 다섯 개였다.
용복은 더 큰 소리로 벼락같이 소리쳤다.
“이년, 이게 무슨 짓들이냐?”
용복은 태수의 잔꾀에 넘어가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