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경수 의원 | ||
중앙선관위가 지난 3월22일 공개한 국회의원 후원 고액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감정협회 회장과 회원 5명은 장 의원에게 모두 2천4백9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선 “순수한 기부금으로 보기 어렵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건설교통부 산하단체인 감정협회에는 정부의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와 평가, 개별공시지가 검증, 보상감정평가, 경매·소송 감정 평가 등을 주로 하는 감정평가사 2천2백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25일 장경수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30명이 감정협회에 불리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중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장 의원은 개정 법률안의 대표 발의자. 장 의원은 “(정부가) 공익사업을 하기 위해 토지 등을 취득하는 경우 이에 대한 손실보상의 평가는 국가의 재정지출과 직접 연관돼 있다”고 법률안 발의 배경을 밝히며 “현행 감정평가업계는 시장개방과 과당경쟁으로 인해 시장의 가격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가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 등을 수용할 경우, 사업시행자가 선정한 감정평가사 두 명과 토지소유자가 추천한 한 명 등 모두 세 명이 산술평균을 내고 그에 따라 보상액이 산정되고 있다.
그런데 장 의원이 ‘토지소유자가 감정평가사 한 명을 선정하는 경우, 사업시행자가 선정하는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반드시 한국감정원으로 선정토록 해야 한다’는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다. 그동안 감정협회 회원들이 도맡았던 토지 등의 감정평가를 정부출자 기관으로 정부의 부동산·조세정책 등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감정원과 분배한다는 게 법률안의 주요 골자다.
이 같은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되자 ‘우연의 일치’인지 감정협회 회원들이 무더기로 장 의원을 후원하고 나섰다. 개정안이 발의된 지 보름 정도 경과한 지난해 11월12일 감정협회 회장인 김영도 대일에셋감정평가법인 이사가 장 의원에게 5백만원을 기부했던 것. 이어서 12월17일에는 감정협회 회원인 태평양감정평가법인 서창근 대표와 새한감정평가법인 이상필 대표, 나라감정평가법인 황종하 감정평가사 등이 각각 5백만원씩, 그리고 중앙감정평가법인 손중구 감정평가사가 4백90만원을 기부했다. 감정협회 회장과 회원이 모두 2천4백90만원을 장 의원에게 기부한 셈이다.
이에 대해 감정협회 김영도 회장은 전화통화에서 “장 의원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 때문에 후원했던 것이 아니다”며 “장 의원과 대학원 박사과정 동기로 오래전부터 친분이 두터운 사이여서 기부금을 냈다. 기부금을 낼 당시 장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변호사 비용이 없는 것 같아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는 “내 소개로 장 의원과 알게 된 협회의 다른 회원들에게도 ‘장 의원이 어려우니 도와주자’고 요청해서 기부금을 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2월1일 항소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장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장 의원이 발의한 개정 법률안이 만약 국회에서 처리될 움직임을 보이면 정식으로 법률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건의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감정협회에 불리한 반면 한국감정원에는 유리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장 의원의 보좌관은 “감정협회에서 조직적으로 기부금을 낸 것이 아니라 회원 개개인이 의원님과의 친분관계를 고려해서 후원했던 것”이라며 법률 개정안과 기부금 납부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현재 장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건교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중이며, 건교위 상정은 빨라도 올해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