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드라마 <제5공화국> | ||
아무튼 소위 ‘신군부’로 일컬어지는 세력들이 최근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드라마 <제5공화국>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장세동 허화평씨 등 17명은 방송사측에 “드라마는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항의의 공문을 두 차례나 발송하기도 했다.
1979년 12·12 군사쿠데타 당시의 주역들인 신군부 세력들은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들은 오늘날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26년 전 당시의 상황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신군부 세력’의 범주를 정확히 단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주도했던 12·12 쿠데타에 동조했던 인물들을 통칭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육사 출신의 ‘하나회’ 회원은 이른바 ‘성골’로 통한다. 이들은 5공에 이어 6공까지 군 요직은 물론 정계와 관계에서도 주요 보직을 독점했다.
전두환·노태우씨를 제외한 ‘신군부 성골’ 세력은 약 20명 선. 여기에 비하나회 출신, 비육사 출신의 인사들까지 더하면 50여 명 선에 이른다.
지난 두 차례에 걸쳐 MBC측에 항의 공문을 보낸 신군부 세력 17명의 면면은 이른바 ‘성골’ ‘진골’을 구분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허화평씨를 비롯한 몇몇의 주도에 자발적으로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아서 그들의 의견을 취합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명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해서 방송 내용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항의의 뜻은 있지만 방법을 달리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항의 공문 서명자 17명의 명단을 살펴보면 당시 수경사 30경비단장이었던 장세동씨, 보안사 비서실장 허화평씨, 보안사 대공처장 이학봉씨, 보안사 보안처장 정도영씨, 50사단장 정호용씨, 1·3·5공수여단장이던 박희도, 장기오, 최세창씨, 수경사 33경비단장 김진영씨의 이름 등이 눈에 띈다. 모두 육사 출신의 하나회 회원들로서 신군부의 핵심 세력들이다. 원로격인 차규헌 당시 수도군단장과 황영시 1군단장도 포함됐다.
▲ (왼쪽부터) 허화평, 장세동, 정호용 | ||
이들은 현재 대부분 대외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그나마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 이는 허화평씨 정도. 허씨는 현재 서소문에 있는 현대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여전히 지방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드라마 <제5공화국>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잘못된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대부분의 당사자들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가장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쳤던 장세동씨는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을에 무소속 후보로 나섰다가 참패한 이후 부쩍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군 출신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그에 대한 얘기들은 상황이 썩 좋지 않아 보인다. 한 군 출신 인사는 “대선 총선 등에 나서느라 그나마 빌라도 팔고 형편이 무척 어렵다고 들었다. 얼마 전 육사 16회 동기회에서 그에게 위로 점심 식사를 사기도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두 번의 선거 때마다 도움은커녕 출마를 반대했던 연희동(전두환)과 관계가 악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역시 한때 활발한 정치 활동을 폈던 정호용씨 역시 96년 총선 낙선 이후 정가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2000년 총선 당시 민국당 입당을 꾀하기도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최근에는 ‘국가개혁총연합’과 같은 보수 성향의 국가 원로 모임에 가끔씩 참석하고 정씨 종친회 회장으로서 활동하는 것 외에는 딱히 대외 활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출신의 한 인사는 “정씨가 골프를 좋아해서 전에는 박준병씨 등과 잦은 골프 회동도 갖곤 했는데 최근엔 뜸한 듯하다”며 “건강이 안 좋아진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정씨 스스로도 지난 5월17일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특별히 하는 것이 없다. 등산 등 운동 조금하고 농사나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 드라마 <제5공화국>을 통해 쿠데타의 중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는 박희도씨는 지난해 9월 보수 성향의 국가원로들이 발표한 이른바 ‘9·9 시국선언문’에 동참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을 자주 왔다갔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오씨 또한 마찬가지. 특히 이들은 YS정권 시절이던 96년께 12·12 및 5·18사건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 해외로 출국을 해서 구속을 피했고, 이후 DJ정권이 출범하면서 잠잠해지자 99년에 슬그머니 귀국하기도 있다.
최세창씨는 지난해 정호용씨와 함께 국가를 상대로 낸 퇴역연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외부에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공동 서명에 동참했다.
은퇴 이후 종교활동에 열심인 인사들도 많다. 김진영씨는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로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고, 역시 군 관련 기독교단체인 ‘비전2020 운동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다.
원로급인 차규헌, 황영시씨는 더욱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이미 유학성 당시 국방부 군수차관보와 백운택 71사단장은 타계했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항쟁 당시 육참 차장으로서 “전차로 밀어버리면 될 것”이란 발언의 진위 여부를 놓고 시비가 불거지고 있는 황씨는 향후 드라마 전개상 다시 한번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낳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그는 원로급임에도 이번 공문 서명에 동참했다.
황씨는 은퇴 이후 사회 활동을 일절 하지 않았으나 매년 감사원장 초청으로 이뤄지는 전직 감사원장 모임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지난 1월5일 전윤철 감사원장의 초청으로 삼청동 감사원 공관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