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은 지난 2013년 9월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정산금 청구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서울 양재동의 한 오피스빌딩 건설을 두고 서희건설이 정산금 80억 원을 청구한 것이다. 이 건물은 포스코건설과 서희건설이 공동으로 시행과 시공을 맡아 지분을 각각 60%와 40%로 나눠 가지고 있다.
서희건설은 양재동 오피스빌딩 사업을 포스코건설에 넘기면서 이익이 난 부분에 대해 정산을 받고자 했다. 그런데 서희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생각한 이익 부분의 정산금 액수가 차이가 나서 법적 판단을 받아보고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서희건설과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은 맞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라며 “사업에 관한 정산금 관련된 소송이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말을 아꼈다.
포스코와 서희건설이 법정 분쟁에 휩싸였지만, 두 회사는 사실 그동안 남다른 관계를 유지해왔다. 포스코의 도움 아래 서희건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지난 1994년 9월 건설업으로 업종전환을 한 서희건설은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토건정비공사를 도맡아 하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바탕으로 매년 4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지난 2006년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추가설비공사인 파이넥스 3차 미분탄취입설비(PCI 설비) 공사를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이 아닌 서희건설에 맡겨 눈길을 끌었다. 이는 포스코가 창사 이래 포스코건설이 아닌 외부 업체에 공사를 맡긴 첫 번째 사례였다.
이처럼 서희건설은 포스코의 직·간접적인 지원 아래 창립 20년이 되지 않은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 30위, 지난해 연매출 8326억 6156만 원을 기록했다.
돈독한 사이를 유지해오던 포스코와 서희건설의 소송전을 두고 건설업계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을’이라고 볼 수 있는 중견 건설업체가 ‘갑’ 대기업을 상대로 먼저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함께 일을 하는 중견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다”면서도 “그동안 밀린 정산금이 중견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서희건설은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정산금 액수에 대한 두 회사의 의견차를 법적인 판단을 받아보자는 뜻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 뿐이다.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포스코와의 사업에 대해서도 “기존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토건정비공사 등 포스코와 진행해오던 사업과 이번 소송은 전혀 상관이 없다. 이번 소송과 상관없이 기존 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