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관광공사가 강남지역 카지노 영업장으로 선정된 한무컨벤션과의 계약을 석연찮은 이유로 해지하자 파문이 일고 있다. 아래는 강남 컨벤션별관 전경. 위는 카지노 이미지는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한무는 DJ정권 때인 2001년 3월 당시 정가를 강타했던 정권 실세들과 연계된 ‘카지노 스캔들’로 구설수에 올랐던 업체였다. 지난해 11월 카지노 영업장으로 선정될 당시에도 ‘사전내락’ 등 특혜설에 휩싸였다. 그런 업체가 갑작스레 계약해지를 당하자 정치권과 업계 주변에서는 정치권 개입설과 함께 기존업체의 ‘역로비설’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한무 특혜설에 따른 더 큰 스캔들이 터지기 전에 미리 막고자 하는 ‘사전 차단설’마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한무가 보여온 지난 5년간의 카지노에 대한 끊임없는 야망을 들어 한무가 카지노 사업장 임대에 만족치 않고 사업자인 카지노 자회사 주도권 다툼에 뛰어들며 관광공사와 대립했다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관광공사가 밝힌 계약해지 사유는 한무가 영업장 신청을 하면서 제출한 재무서류 중 하나인 ‘건물임대열람표’에 1천5백억원인 근저당 액수를 5백억원으로 축소 신고했다는 것. 그러나 한무측은 관광공사에 제출한 회사 전체 재무제표에는 오크우드호텔과 카지노 영업장인 컨벤션센터의 근저당 액수를 모두 합친 1천5백억원으로 신고했고, 부속 서류인 ‘건물임대열람표’에 근저당을 5백억원으로 게재한 것은 관광공사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법적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한무측은 “신청서 제출 당시 건물임대열람표 작성과 관련, 관광공사 실무자에게 문의를 했고, ‘영업장 근저당만 게재하면 된다’는 답변에 따라 열람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관광공사는 계약조건에 허위 서류를 제출할 경우 계약을 취소한다는 조항이 있는 만큼 이번 가계약 해지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전체적인 반응은 한무의 억울함을 더 인정하는 분위기로 쏠려 있는 듯하다. 한무가 회사 재무제표는 사실대로 신고했는데도 불구하고, 관광공사의 지침대로 작성한 부속서류의 하자를 들어 가계약을 해지당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지배적인 것. 결국 한무와의 계약 해지를 위해 흠집 찾기에 나선 결과, ‘작은 트집’을 잡고 늘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혹에서 출발, 이른바 ‘한무 탈락시키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선 첫째로 ‘대형 스캔들’이 터지기 전의 사전 차단설이다. 카지노 업계에선 관광공사의 김종민 사장이 지난해 한무가 카지노 영업장으로 선정될 당시 있었던 특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덮기 위해 근저당 축소를 빌미로 잡아 계약를 해지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더 큰 의혹이 터지기 전에 꼬리 자리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카지노 영업장 선정은 김 사장 전임인 유건 사장 때 이뤄졌다.
두 번째 의혹은 현재의 독점체제가 깨질 것을 우려한 기존 업체가 한무의 진출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는 ‘역로비설’이다.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에 외국인 카지노가 추가로 신설될 경우 현재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P사는 연간 5백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 카지노 영업장 추가 개장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경쟁사가 방해공작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P사 관계자는 “관광공사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솔직히 우리도 석연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편에선 지난해 카지노 영업장 선정에 탈락한 경쟁업체들이 로비를 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무와 경쟁을 벌었던 업체는 L호텔과 R호텔이었다. 특히 <일요신문>이 입수한 심사 결과서에 따르면 1위로 선정된 한무에 비해 불과 6점차로 아깝게 차점 탈락한 L호텔의 경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그러나 L호텔측은 “양자간의 문제에 우리를 연관짓지 말아달라”며 소문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관광공사 역시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세 번째로 정치권 개입설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한무와의 법적 소송을 불사하면서까지 관광공사가 사소한 과실을 트집 잡아 판 자체를 뒤엎은 것은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지적이 많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최근 여당의 A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A의원이 김 사장의 지원자라는 소문 때문. 실제로 김 사장은 A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지난 2001년 3월 ‘카지노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국회 문광위원들이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 | ||
결국 한무 탈락은 김 사장의 강력한 의지로 강행됐고, 그 배후에 A 의원 등 또다른 정치세력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인 셈이다.
카지노 추가 허가를 둘러싼 현 정부 내의 알력설도 제기되고 있다. 카지노 추가 허가는 지난해 7월 정동채 문화부장관이 취임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정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두 가지 지시를 받았다며 복합레저관광단지 개발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추가 허용을 들었다. 카지노 추가 허용은 노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이전에도 카지노 추가 허용을 검토했으나 기존업체의 로비가 워낙 뿌리 깊고 치밀해 중도에 흐지부지됐다”면서 “하지만 현 정부는 과거 정권에서는 일종의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로비 의혹에서 보다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아무튼 정 장관의 발언 이후 카지노 추가 허용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9월 정 장관은 서울 2곳, 부산 1곳 등 3곳에 카지노 영업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고, 그 해 11월 강남에 오크우드호텔(한무), 강북에 밀레니엄힐튼호텔, 부산에 롯데호텔 3곳이 각각 선정됐다.
당시 카지노 업계에서는 갖가지 특혜 의혹설이 난무했다. 카지노 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당시 한무를 밀었던 그룹과 이번에 한무의 계약을 해지시킨 그룹 간에 알력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서울의 카지노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인 만큼 막대한 이권을 둘러싼 세력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 업체들이 사업 신청을 하면서 영업장 임대료를 평균의 4분의 1도 안되는 5만원선을 제시했다”며 “이는 공기업인 관광공사가 카지노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뒤 카지노 영업권을 민간에 넘길 때 기득권을 바라고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네 번째 의혹은 카지노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게 될 관광공사 카지노 자회사를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설이다. 자회사의 실질적 주도권을 놓고 관광공사와 한무측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한무가 지난해 11월 카지노 사업장으로 선정된 이후 무역센터 주변은 아연 활기를 띠었다. 그런데 다소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실질적으로는 한무는 단순히 자신의 영업장을 임대만 할 뿐이었다. 사실상의 사업주체는 관광공사였고, 카지노 사업자는 관광공사가 관리하는 자회사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무역센터 사람들조차도 한무가 카지노 사업자인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실제 관광공사의 카지노 자회사도 당초 한무 컨벤션 별관에 입주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무역센터 주변에서는 관광공사의 카지노 자회사와 한무가 뚜렷한 구분없이 혼동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카지노 업계 주변에서도 “한무가 관광공사 자회사를 사실상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떠돌았다. 무역센터의 한 내부 관계자는 “형식만 임대일뿐, 사실상 한무와 무역센터가 사업주체이고 관광공사는 마치 후원하는 듯한 양상이었다”고 전했다.
무역센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무의 김 회장은 카지노에 대한 집념과 야망이 대단한 사람이다. 그가 단순히 카지노 사업장의 임대에만 만족할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의 꿈은 원래 카지노 사업가가 아니었나”라며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즉 자회사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관광공사 입장에서는 한무는 그저 임대업자에 불과한 데, 반면 한무는 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초 7월에 선임하기로 했던 카지노 자회사 사장 응모에 “코엑스 고위 임원 출신의 A씨가 참여했는데, 그를 한무와 무역협회가 강력히 밀고 있다더라”는 소문이 무역센터 내에서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무의 한 관계자는 “4년 전 그렇게 언론에 의해 뭇매를 맞았는데 우리가 또 그런 구설수에 오를 행동을 했겠느냐”며 소문을 강력히 부인했다.
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시인도 부인도 않은 채 다만 “사장 선임은 응모결과 마땅한 인물이 없어 다시 재응모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전했다.
카지노 자회사에 대한 잡음은 또 있었다. 관광공사가 자회사 설립을 위한 카지노 사업단 경력직을 뽑을 때 대부분의 멤버들이 기존 특정업체 인맥이 자연스럽게 많이 포함됐다는 것. 여기에 반발해서 강남 신생 카지노 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새 인맥을 구성하려 했고 그 배후에 한무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무튼 이번 한무와의 계약 해지는 이미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었다. 관광공사의 해지 사유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갈수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 등 여야 의원 16명은 지난 20일 ‘외국인 전용 카지노 후보영업장 선정 심사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3개월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 국정감사의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을 감사원 감사결과가 각종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할 경우 특검 실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유영욱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