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부터) | ||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그동안 국가로부터 각각 10개와 12개의 훈장을 수훈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 가운데 몇 개가 박탈 대상에 포함되는지 그 규정이나 해석이 다소 애매한 탓에 차후 논란거리를 남겨놓고 있다. 또한 “12·12와 마찬가지로 5·16도 군사쿠데타로 간주한다면 그와 관련한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훈장 수훈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하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일요신문>은 행자부 상훈팀 관계자의 협조를 얻어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한 역대 훈장 수훈자 명단을 직접 확인했다. 과연 누가 어떤 훈장을 수훈했으며, 어떤 훈장이 논란거리로 등장할까.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대 훈·포장 수훈자 명단은 행자부 상훈팀 내부의 컴퓨터 파일로 관리되고 있다. 상훈팀 관계자는 “수훈자가 워낙 방대한 데다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이 있어 외부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다 훈장 수훈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모두 14개의 훈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군 출신 대통령이 민간 출신 대통령들을 압도했다. 그 뒤를 이은 이가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12개, 전두환 전 대통령 10개 등의 순이었다.
이들은 전시나 비상사태 때 전투에 참여한 무공자에게 수여하는 무공훈장을 대거 수훈한 탓에 모두 10여 개 이상의 훈장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참전 유공으로,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월남전 참전 유공으로 많은 무공훈장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1950년 대대장 시절부터 57년 포병학교장(소장)을 할 때까지 한국전쟁 참전 유공으로 무려 8개의 무공훈장을 받았다. 이 가운데 2등급에 해당하는 을지무공훈장이 두 차례였고, 충무(3등급) 네 차례, 화랑(4등급) 두 차례였다. 나머지 6개의 훈장은 모두 대통령이 된 후에 스스로 받은 것.
대통령 취임 직후인 63년 12월 무궁화대훈장과 함께 보국훈장 통일장을 동시에 받았다. 보국훈장은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한 군인에게 주는 훈장으로 통일장은 그 가운데서도 최고인 1등급에 해당한다. 수훈 사유에는 ‘5·16 혁명으로 구악을 일소하고,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으로서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에 크게 기여했음’이라고 적혀 있다. 5·16 쿠데타의 성공으로 받은 훈장은 이것 말고도 이듬해 12월에 받은 태극무공훈장이 하나 더 있다. 이는 무공훈장 가운데서도 최고의 영예인 1등급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정상외교 등으로 국위선양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64년에는 수교훈장 광화장(1등급)을, 75년에는 수상급 이상의 최고위직에게만 수여한다는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각각 받았다. 그리고 훈장으로서는 무궁화대훈장과 함께 개인으로서는 최고의 명예로 일컬어지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등급)을 10·26 시해 사건으로 사망한 후인 79년 11월에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육사 11기 동기이자 친구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후광에 가려 항상 2인자에 머물렀지만, 훈장 수훈에서만은 더 앞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 전 대통령이 68년 10월 수경사 대대장 시절 국군의 날 유공 포상으로 보국훈장 삼일장(4등급)을 처음 받았던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이보다 3년 앞선 65년 7월에 같은 훈장을 먼저 받았다. 뿐만 아니라 67년 6월에 같은 훈장을 한 번 더 받기도 했다. 그런데 훈장 수훈 사유가 ‘이색적’이었다. 65년 7월에는 ‘65년 4월15일 군부 내 일부 장교들에 의한 반정부음모 계획을 사전에 탐지하고 주동인물을 최단시일 내에 검거한 공로’로 받았고, 67년 6월에는 ‘67년 5월9일 대규모 무장간첩단 검거 공로’로 각각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육군방첩부대의 참모로 있었다.
그는 군인으로서의 명예인 무공훈장 수훈도 전 전 대통령에 비해 빨랐다. 육군본부 수도사단 대대장 시절 월남전 유공으로 69년 한 해에만 무려 네 차례의 무공훈장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이 월남전 유공으로 세 차례의 무공훈장을 받은 것은 71년이었다.
하지만 역시 양에 비해 질적인 면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훈장이 훨씬 순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는 73년 12월 특전사 1여단장 시절 비상계엄 선포하에서의 치안 유지 공로로 보국훈장 천수장(3등급)을 받았고, 이어 78년 1월에는 대통령 경호실 업무 공로로 보국훈장 국선장(2등급)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의 ‘훈장 욕심’은 권력을 잡은 후에 더욱 빛을 발했다.
대통령 취임 직전인 80년 8월 ‘보안사령관으로서 10·26 사태 이후의 국가혼란을 극복하고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그후 일주일 만에 대통령 취임으로 무궁화대훈장을 받은 데 이어, 대통령 재임시인 83년 3월 스스로에게 국가지도자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이라 할 수 있는 수교훈장 광화대장과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동시에 수훈했다.
노 전 대통령은 74년 10월 국군의 날 포상으로 보국훈장 천수장을, 79년 1월 대통령 경호 업무 유공으로 보국훈장 국선장을 각각 수훈받았다. 신군부 집권 이후 보안사령관으로서 국가안보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80년 12월 을지무공훈장을 받았고, 81년 7월 보국훈장 통일장을 각각 받았다. 83년 10월에는 내무장관을 지낸 공로로 청조근정훈장(근정훈장은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그 가운데 청조는 1등급에 해당)을 받았고, 88년 2월 13대 대통령 취임으로 무궁화대훈장을 받았으나, 대통령 재임 중에는 스스로에게 훈장을 수훈한 바가 없었다. 따라서 최고권력자가 스스로 자기 가슴에 자신이 훈장을 다는 민망한 장면 연출은 박정희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으로 마지막이었던 셈이다.
군 출신에 비하면 문민 출신 전직 대통령들은 사실상 훈장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받게 되어 있는 무궁화대훈장을 제외하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예 훈장이 없었다. 윤보선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엔 2003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무궁화대훈장의 수훈도 거부했다. “대통령에 취임만 하면 으레 받는 형식은 적절치 않다. 퇴임 후 정당하게 공로를 인정받는다면 그때 받겠다”고 한 것. 현재 기록상 노 대통령의 수훈은 DJ 정권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공로로 2003년 2월 청조근정훈장을 받은 것이 유일하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짧은 재임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무궁화대훈장을 포함해서 5개라는 비교적 많은 훈장을 받았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그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80년 9월에 수훈됐다는 점이다. 당시 수훈자는 전두환 대통령이었다.
상훈팀 관계자에 따르면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기여하거나 국기를 공고히 한 유공자에게 주어지는 훈장’으로 그 가운데서도 대한민국장은 가장 공로가 뛰어난 그야말로 최고의 영예 훈장이다. 현재까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수훈자는 국내 31명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그 중에서도 대부분은 이승만 안중근 윤봉길 등 과거 일제강점기 때 광복운동을 펼친 인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 훈장을 수훈한 이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3명.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당사자다.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스스로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훈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 전 대통령이 현재로선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