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과 관련, 한무컨벤션에 대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관광공사(사진)의 석연찮은 행보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 ||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자 선정을 주도하고 있는 관광공사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사업장으로 한무컨벤션을 선정했다. DJ정권 시절부터 구설수에 올랐던 업체였기에 뒷이야기가 무성했다. 특혜설도 뒤따랐다. 이때만 해도 관광공사와 한무는 밀월관계로 보였다.
그러던 중 느닷없이 지난 7월 관광공사가 한무의 근저당권 설정금액 허위 기재를 문제 삼아 전격적으로 가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양측은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서로 으르렁거려, 카지노 업계 주변 관계자들을 어리둥절케 만들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광공사의 최근 일련의 과정이 다분히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관광공사의 법적 검토 자료’ 문건 4건을 보면 그런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관계를 ‘적군을 위장한 사실상의 아군’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관광공사와 한무의 관계가 실질적인 밀월 관계라는 정황은 지난 9월22일 국정감사장에서 불거졌다. 문화관광위 소속의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관광공사가 지난 6월 부총리에게 보고한 자체 보고서를 입수한 결과, 공사측은 한무의 근저당권 설정금액 허위 기재 사실을 알고 있던 상태에서도 서울 강남점의 12월 오픈을 그대로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 의원측에 따르면, 관광공사가 자체적으로 한무의 허위 기재 사실을 발견했다는 시점이 5월 말이었고, 이때부터 계약 해지 여부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으면서도, 막상 6월에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2005년 12월 강남점 오픈’이라고 적시하고 있었다는 것. 실제 관광공사의 김종민 사장은 지난 7월 한무측과의 가계약 해지 파동시 “서류상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5월25일에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지노 업계 주변의 한 관계자는 “강남점 사업장으로 한무가 선정되면서 업계 주변에서는 여전히 특혜 의혹이 그치질 않았다”면서 “특히 4월 전자공시를 통해 한무의 회계 내용이 뜨자 근저당권 설정액이 축소 신고됐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권과 언론에서 5월부터 소문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갔고, 급기야 7월15일자 한 일간지의 보도가 나가는 시점에서 관광공사가 부랴부랴 가계약 해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의 카지노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가칭)의 조용담 홍보팀장은 “우리는 이미 두 달 전인 5월 말부터 담당 직원의 발견으로 허위 기재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두 달 동안 법률적 검토를 거친 끝에 계약 해지 사유가 충분하다는 법무법인의 의견을 받고 7월14일 가계약 해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6월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당시는 법률적 검토 과정이었기 때문에 (계약 해지 여부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나지 않은 상태여서 일단은 당초 예정대로 ‘12월 강남점 오픈’이라고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관광공사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관광공사측은 “5월 말 허위 사실 발견 이후 4개 법무법인으로부터 법률적 자문을 받아서 (가계약 해지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관광공사는 지난 7월15일 한무와의 가계약을 전격 해지하면서 “법률적 검토를 통해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한무측의 손배 소송에 대해서도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마쳤기 때문에 (승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들어설 서울 강남 한무컨벤션 건물. | ||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관련 법무법인의 의견서 문건은 모두 4건. 이 가운데 두 건은 동일한 법무법인이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 나누어서 보낸 의견서이기 때문에 의견서를 낸 법무법인은 총 3개사가 된다. 따라서 한 개사의 의견서는 입수 자료에서 누락된 것인지, 아니면 관광공사측이 ‘4건’과 ‘4개사’를 혼동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 문건을 보면 관광공사는 지난 6월께 법무법인 A사와 B사에게 자문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의견서는 7월1일자로 관광공사에 접수되어 보고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내용을 보면 ‘한무컨벤션 별관에 대한 저당권 설정금액이 실제의 그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바, 이것이 영업장 선정 취소 및 해제 사유에 해당하는지’의 질문에 대해 A사는 “선정제안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였을 경우 관광공사가 가계약을 해제할 수는 있으나, 이는 (공사측의) 권리일 뿐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고 본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B사 역시 “한무가 부실한 기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당권 설정금액을 속이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허위 기재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저당권 설정금액의 부실기재를 가지고 영업장 선정 취소 또는 가계약 해제의 사유로 삼을 정도로 ‘신청서 제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계약 해제를 할 경우 예상되는 법적 분쟁 및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서 A사는 “한무는 자신의 선정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것이며, 그럴 경우 법원이 이를 인용해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광공사측이 패소할 것으로 이미 내다봤다. B사는 “가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한무는 재입찰의 금지 또는 차순위업체 등과의 임대차계약의 체결의 금지를 목적으로 하는 가처분신청을 하거나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그 승패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유보했다.
‘만약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서도 (한무와) 본 계약을 진행시킬 경우 다른 카지노 관련 업체들에 의한 소송제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 A사는 “차순위업체가 위법성을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인용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B사 역시 마찬가지로 “저당권 설정금액의 부실 기재는 평가의 문제일 뿐, 자격 자체의 문제가 아니므로 소송을 제기할 사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A사와 B사의 답변은 모두 ‘단순 실수가 인정되는 허위 기재만으로는 가계약 해지 사유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관광공사는 한무와 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옳고, 그럴 경우 타 업체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는 셈. 오히려 ‘이를 이유로 가계약을 해지할 경우 한무측이 소송을 제기하면 패할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내놓고 있다.
▲ 3개의 법무법인이 관광공사의 질의에 대해 보낸 4개의 답변서. 이들 법무법인은 가계약 해지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보내왔다. | ||
‘가계약을 해지할 경우 관광공사가 한무에 대해 손배 청구를 할 수 있는지, 또 거꾸로 한무가 관광공사에 대해 손배 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A사는 “한무의 실수가 고의적인 것이 아닌 만큼 관광공사의 손배 청구권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고, C사도 “관광공사가 가계약 해지로 입은 손해 배상을 한무에 청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계약 해지 자체가 적법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 적법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한무의 손배 청구에 대해서는 두 회사 공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무와 가계약을 해지함과 동시에 영업장 선정 재공고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A사는 답변을 유보했고, C사는 “우선적인 전제로 한무가 ‘허위서류’를 제출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한무가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것을 ‘허위서류’로 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뒤따를 것”이라고 조심스런 견해를 밝혔다.
3개사 모두 한무의 실수가 계약 해지를 할 만한 중대 사항이 아니며, 만약 계약 해지를 하더라도 한무측의 관광공사에 대한 손배 제기는 가능하지만 거꾸로 공사측이 손배를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낸 것. 특히 A사는 의견서 말미에 ‘관광공사는 이 사건과 관련한 해제권 행사 여부를 보다 신중히 검토하길 권한다’고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공사는 7월14일 가계약 해지 방침을 밝히면서 그 근거로 법률적 검토를 들었다. 한무측은 이에 즉각 관광공사를 상대로 임대차 본계약 체결 및 지위 확인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21일 양측의 법정 다툼에서 “가계약은 유효하다”며 한무의 손을 들어줬다. 공교롭게도 모든 것이 당초 법무법인에서 자문해준 내용과 거의 비슷하게 일치했다. 왜 관광공사는 3개 법무법인의 권고를 무시하면서 질 것이 예상되는 소송을 전개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측의 조 팀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차피 재판이야 변호인이 담당하는 것 아니냐”며 재판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일요신문>이 어떤 관련 서류를 입수했는지 몰라도, 그것은 우리가 검토한 법무법인의 의견서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법률적 자문 결과 모든 의견이 가계약 해지 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면 재판에 뻔히 질 것을 알면서 왜 우리가 법정 소송으로 나갔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기자가 갖고 있는 3개사의 의견서에는 모두 카지노 자회사 설립팀의 본부장과 단장 및 실무자의 사인이 들어있기 때문에 분명한 공식 문서로 보인다’는 기자의 설명에도 “그럴 리가 없다. 잘못된 자료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처럼 법적으로 자신 있다고 했으면서 왜 이번 판결이 나온 뒤 항소의 뜻을 밝히지 않고, 오히려 한무와의 재계약 의사를 표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조 팀장은 “그것은 여러 가지 대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현재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카지노 의혹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문광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측은 이 같은 법률적 검토안에 대해 “관광공사가 한무와 가계약을 한 이후에도 계속 특혜설이 사라지지 않은 데다가, 특히 허위 기재 등의 소문이 끊이질 않자, 결과적으로 법무법인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가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두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것에 불과하다”며 “결국 관광공사는 법적 소송을 통해 오히려 한무측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고, 결국은 한무와 재계약을 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또다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