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사망원인통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5.2명으로 하루 평균 32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4년 자살률인 인구 10만명당 10.5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전 연령에 걸쳐 증가했으며 특히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고 10대 사망원인 가운데서는 자살이 2위였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이다.
그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살 형태다. 우리나라의 자살형태는 고독과 허무 등 삶의 철학적 의미 규정과 연관된 ‘실존형 자살’이 많은 선진국과는 달리 실직, 이혼, 실연, 생활고 등 현실적 고통에 따른 ‘비관형 자살’이 많다는 것이다. 사는 게 힘들어 죽는 이러한 비관형 자살의 증가는 전적으로 사회의 책임이라 할 것이다.
도대체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국장인 남윤영 연세대 교수(정신의학)의 논문 ‘우리나라 자살의 경향과 특징’에 따르면 지난 90년부터 2002년까지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7만2천7백82명에 달한다. 이중 남성이 5만7백95명, 여성이 2만1천9백87명이었다.
이 기간 동안 모든 성별,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특히 75세 이상 초고령 계층의 자살률이 가장 크게 증가했으며 90년대 중반이후 그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 자살률이 75세 이상은 지난 95년에는 27.9명이었으나 2003년에는 1백3.1명에 달해 무려 3.7배나 증가했다.
▲ 지난 2월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 ||
자살자들을 직업별로 분류해보면 무직이거나, 학생 또는 가사종사자 등 비경제활동 인구가 전체 자살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농업 등 1차산업 종사자가 두 번째로 많았다. 취업난과 경제난이 극심했던 2000년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무직인 사람들의 자살률은 2백20.9명으로 당시 일반 인구 자살률 14.6명보다 약 15배나 높아 무직자들이 높은 자살위험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것은 남성, 여성 모두 사회활동과 참여가 가장 왕성한 25~44세의 청장년층이 전체 자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사회가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라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자살이 한 생명을 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막대하다. 한 명이 자살하면 최소 주변의 6명 이상이 깊은 죄책감, 좌절, 분노 등의 고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다. 만일 자살자가 유명인이라면 홍콩의 장국영이나 영화배우 이은주의 예에서 보듯 모방자살까지 일으킨다.
게다가 자살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의 10~2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앞으로 자살자의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추정에 따르면 자살시도자는 12만명에서 24만명에 이르고, 자살자가 1만2천명 그리고 자살자의 가족과 지인들은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돼(경찰청 통계) 자살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