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년 서울 압송 후(왼쪽)와 95년의 김현희씨. | ||
98년 안기부(현 국정원)에 근무하던 정병구씨와 결혼, 다섯 살 된 아들과 세 살 된 딸을 두고 있는 김씨는 지난 2003년 이후 가족과 함께 자취를 감춘 뒤 아직까지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그저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칩거중이라는 소문만이 무성할 뿐이다.
최근 들어와 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 성남 등 꽤 구체적인 지명까지 거론되고는 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는 ‘루머’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정보원이나 경찰 등 김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관들도 줄곧 외부적으로는 ‘김씨는 관리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만을 고수해왔다.
현재 김씨는 결혼 이후 그나마 가장 자주 왕래했던 경주 시댁도 아예 발걸음을 끊은 상태. 지난 2001년 1월 시댁에서 성묘 나들이를 가던 모습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잡힌 게 마지막이다.
시댁 가족들 역시 시아버지인 정익상씨가 2003년 10월 작고한 이후로는 전화 연락은 물론, 서신도 한 차례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김씨 남편인 정병구씨의 형 병호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부친께서 돌아가신 날 동생(정병구씨)이 잠깐 얼굴을 비추고 돌아갔다. 제수씨(김현희)는 장례식에 왔는지 안 왔는지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병호씨는 “부친 생전에는 가끔씩 전화도 걸려 왔지만 장례식 이후로는 도무지 연락이 되질 않는다”며 “기자들이 자주 시댁을 찾아오니까 아예 가족과 전화 연락하는 것조차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시어머니가 현재 많이 편찮으신 사실도 잘 모를 것”이라는 병호씨는 “그저 빠른 시일 내에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는 심정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한편, <일요신문>은 김씨의 호적을 확인한 결과, 김씨가 ‘김현희’에서 ‘김○○’으로 개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름을 바꾼 시기는 호적상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 다만 지난 90년 사형수에서 특별사면된 후 ‘김현희’ 이름에 따른 신분 노출을 크게 우려했던 당시 상황으로 짐작해볼 때, 이듬해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 취적 신고를 내면서 동시에 이름을 변경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호적 등으로 볼 때 김씨의 본적으로 기재된 서울 S동 X번지는 등기부등본 상 존재하지 않는 주소이며 지난 97년 12월28일 결혼한 김씨는 곧바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 2년4개월 뒤인 2000년 4월1일에서야 정식 부부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에 대한 최근의 행적이 베일에 싸인 가운데 지난 2월경 공식적으로 김씨의 소재를 파악해 놓고 김씨와 접촉한 과거사위는 내부적으로 10월 말 김씨를 직접 접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사위 활동에 정통한 관계자는 “과거사위가 김씨의 주변 조사를 마치고 10월 말 김씨와 접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김씨의 거처를 방문해 조사를 할지 아니면 제3의 장소에서 김씨와 접촉을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사위가 지난 2월 일단 올해 안으로 재조사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재로서는 내년 초까지 조사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김씨가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할 경우, 조사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가 과연 무엇인가 감추고 있는 사실이 있을까, 아직까지 밝히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갖고 있을까. 김씨의 향후 움직임, 말 한마디가 주목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