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정협회가 자체적으로 생산해 공급하는 식료품들의 겉포장. | ||
논란의 핵심은 법무부가 지휘 감독하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는 단체인 교정협회가 재소자들과 관련한 사업에서 어마어마한 이득을 취하면서도 그 회계 흐름이 전혀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모아지고 있다. 또한 재소자들에게 독점 생산·공급하는 식료품의 안정성 여부도 논란의 한 축이다.
지난 7월 청송교도소에 복역중인 재소자 유아무개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교정협회가 자체 생산 판매하는 품목에 대한 원가와 각종 결산 보고서 등의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교정협회에 대한 원성과 의혹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서울행정법원이 1심에서 유씨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교정협회가 여전히 법원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있어 재소자들과 일부 인권 시민단체들의 비난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재소자 자비부담물품을 단독으로 공급하는 교정협회는 이미 4~5년 전에도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교정협회가 재소자에게 공급하는 ‘먹거리’가 매우 불량하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 이에 시민단체와 일부 법조 인사들까지 나서 교정기관 사식과 소모품의 독점공급권을 비영리단체인 교정협회에 단독으로 준 점을 강도 높게 비난해 왔다.
매출액 대부분이 수입
교정협회는 현재 재소자들이 개인 돈으로 구입하는 생필품과 식료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취급 상품은 먹거리에서 의류까지 다양하며, 일부는 기존 업체 물품이 아닌 직접 협회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것들이다.
식료품의 비중이 역시 가장 크다. 교도소에서는 매일 일정량의 1식 2찬(국 제외한 반찬 수)으로 된 세 끼니만 제공하기 때문에 간식거리나 부식에 대한 재소자들의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교정협회는 훈제닭 등 일부 인스턴트 간식 제품은 직접 만들어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밑반찬인 멸치조림이나 마늘장아찌, 참기름, 조미된 김 등도 교정협회 산하 수원 및 대구 사업소에서 제조해 재소자들에게만 판매하고 있다. 그 외에 과자 등 일부 물품은 경쟁 입찰을 통해 납품하고 있다.
교정협회가 전국의 교도소 재소자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입은 식료품에만 한정해도 하루 40여 개 교도소에서 1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교도 행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 교도소에서 10여 개 정도의 부식만 한정해 하루 2백만원에서 3백만원 가까이 매출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말에 따르면 재소자 영치금으로 벌어들인 먹거리 판매 수입만 해도 1년에 3백억원이 넘는 셈이다.
더구나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물품 원가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고, 협회 인력도 임직원 및 생산직을 합쳐 수십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출액 대부분이 영업 이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불량음식 논란 시끌시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소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식료품이다. 교정협회가 직접 제조하는 음식이 상당히 부실하고 가격도 비싸다는 불만이다.
최근 출소한 A씨는 “너무나 수준 이하다. 교도소 밖에서 먹어본 같은 제품과 너무 차이가 난다. 배도 고프고 다른 루트로도 음식을 구할 길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한다. 아예 입을 댈 수 없는 음식도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A씨는 “질도 문제지만 가격도 비싸다. 더구나 재소자 영치금 통장에서 금액을 빼고 난 며칠 후에야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등 번거로움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현재 교도소 내에서 닭 훈제 제품은 1천9백50원, 멸치조림 1백g이 2천1백50원, 마늘장아찌 1천3백원, 참기름 1백g이 1천8백50원 등에 판매되고 있는데 재소자들 사이에서는 양과 질에 비해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이러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일부 재소자들이 교정협회가 만든 제품들을 출소 때 몰래 가져 나가려고 했으나 워낙 단속이 심해 번번이 제품을 압수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교정협회가 재소자 상대 독점사업으로 막대한 이득을 올리고 있다. 서울 서초동 교정회관. | ||
그러나 교정협회 직영 제품을 생산하는 대구(달성군 논공읍 위치)와 수원 사업소 두 곳 모두 당국의 위생 감독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달성군청 위생과 관계자는 “정기 검사 뿐 아니라 교정협회 제품에 대한 민원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위생 감독을 하고 있으며 아직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소자뿐 아니라 이제는 교도소 내 일부 관계자들도 겉으로는 ‘티’를 내고 있지 않지만 교정협회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교정공무원 B씨는 “교정협회가 수년간 재소자들로부터 똑같은 비난을 받는 것은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없었다는 게 아니냐”며 “차라리 법무부나 교정국이 외부 업체로부터 물건을 직납 받아 재소자들에게 공급하는 형태를 취했으면 이처럼 비난과 뒷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작은 공룡 실체 드러날까
교정협회에 대한 여러 논란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교정협회 실체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교정협회는 법무부의 직속 단체는 아니나 법무부가 지휘 감독하는 법인으로써 임원 인사, 예·결산 보고, 신규 사업 등의 사항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승인받는 단체다. 서초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교정협회는 경기도 화성시와 대구 두 곳에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사장 포함 상근이사가 네 명, 직원은 2개 사업소에 약 3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정협회 이사장이나 이사진은 늘 교정 분야의 거물급들로 채워졌다. 등기부에 기록된 전·현직 이사진은 최소 교도소장, 교정청장에서 심지어 법무부 교정국장 등 차관급 대우를 받는 교정 분야의 최고위 간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왔다.
이 때문인지 교정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교정협회 이사장이나 이사진에 선출되는 것이 각 지역 교정청장에 임명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최고의 노른자위 자리로 꼽힌다고 한다.
적은 인원 규모와는 달리, 벌어들이는 수입 역시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재소자들부터 벌어들이는 고정 수입이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 86년 교정협회 산하 부서로 생긴 교정공제회 역시 전국 1만3천여 명 이상의 교정공무원 회원으로부터 매월 일정액의 기금을 받아 여러 방법으로 돈을 늘리고 있다. 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교원공제회 및 군인공제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체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교정협회의 실체가 앞으로 어느 정도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7월 청송교도소에 수감중인 유씨가 제기한 소송에 법원이 손을 들어주며 교정협회의 ‘사업실적 및 결산보고서’ 등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재소자 자비부담물품중 ▲교정협회가 법무부 교정국에 경쟁 입찰로 공급하는 과자 등의 물품에 대한 입찰내역서 ▲교정협회가 자체 생산해 단독으로 판매하는 식료품 등에 대한 제조원가 ▲교정협회가 법무부 교정국에 공급 판매한 물품에 관한 회계 장부 ▲2002·2003년도 결산보고서 등을 공개하라는 유씨의 청구를 거부한 법무부에 대해 “이유없다”고 판결, 일단 교정협회의 실체가 공개될 발판은 마련된 상황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기 때문에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오는 11월11일 열리는 항소심 첫 기일에서 재판부가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지가 최대의 관심사다.